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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숙한 경기운영이 낳은 사상 초유의 11분 인저리타임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3-05-01 21:24 | 최종수정 2013-05-02 08:56


인저리타임은 교체, 부상 등으로 지연된 경기 시간을 감안해 심판의 재량에 따라 90분 외에 추가로 주어지는 시간을 말한다. 대개 3~4분 정도가 주어지고, 많아야 5~6분 정도다. 그러나 1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와 경남간의 2013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7라운드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 벌어졌다. 무려 11분의 추가시간이 주어진 것이다.

심판의 미숙한 경기 운영과 삐뚤어진 승부욕이 낳은 11분이었다. 사건의 발단은 후반 23분이었다. 마라냥이 윤신영에게 걸려 넘어지며 페널티킥을 얻었다. 이 전에 경남의 선수가 그라운드에 쓰러져 있었지만 0-1로 뒤지고 있던 제주 선수들이 그대로 플레이를 진행했다. 경남 선수들은 곧바로 불만을 나타냈다. 선수가 넘어지면 공을 바깥으로 차주는 것은 축구의 불문율이다. 제주와 경남 선수들은 몸싸움까지 펼치며 신경전을 벌였다. 결국 마라냥이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불만을 품던 경남 선수단은 결국 후반 26분 폭발했다. 경남의 수비를 이끌던 스레텐이 마라냥의 돌파를 막던 도중 경고를 받아 퇴장을 당했다. 심판은 스레텐이 팔을 써 마라냥을 제지했다는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리플레이 결과 경남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한 판정이었다. 경남 벤치가 들고 일어났다. 최진한 경남 감독은 페널티킥부터 쌓였던 불만으로 선수단 철수를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계속해서 항의하던 경남 코치 두 명이 퇴장당했다. 흥분한 경남 선수들은 벤치쪽으로 걸어가며 경기를 스스로 중단했다. 5분 이상 볼썽사나운 장면이 이어졌다. 옛날 축구에서나 볼법한 장면이 펼쳐진 것이다. 경기가 재개된 후에도 심판의 오락가락한 판정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후반 34분 마라냥이 페널티박스 안에서 두 명의 경남 수비에게 걸려 넘어졌다. 명백한 파울이었지만 주심의 휘슬은 침묵했다. 양 팀 모두 불만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후반 55분 페드로의 극적인 결승골이 터지며 제주의 극적인 2대1 역전승으로 끝이 났다. 경남은 시즌 첫 패배를 당하며 K-리그 100승 문턱에서 다시 한번 좌절했다. 기록상으로는 버저비터가 나온 명승부였지만 실상은 찝찝한 경기였다. 피해자는 경기장을 찾은 팬들이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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