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의 K-리그 입성, 김남일-설기현이 답이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3-05-01 07:56


인천 유나이티드가 3일 인천 도원동 축구전용구장에서 2013 K리그클래식 개막전 경남FC와 경기를 펼쳤다. 인천 김남일(왼쪽)이 경남 이재안에 앞서 볼을 걷어내고 있다.
인천=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3.3

김남일(36)은 지난해 한국 프로축구 무대로 돌아온 뒤 인천 입단 기자회견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10년 전에는 스타였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아닌 것 같다. 지금은 젊은 선수들이 주연이다. 나는 주연을 빛나게 해주는 조연이 되겠다."

설기현(34)도 김남일과 함께 했다. 인천 동반 입단 기자회견에서 "국민들께 그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축구 발전과 팀의 발전을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선수로 뛰고 있는 동안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을 수 있도록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두 선수가 던진 메시지는 현 해외파와 훗날 해외파가 될 선수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명품 조연을 자청한 선배의 모습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된다. 그렇다고 아무나 조연을 운운할 수 없다. 그간 쌓은 업적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후배들이 따른다. 김남일은 부동의 A대표팀 수비형 미드필더였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 멤버다. 2006년 독일월드컵과 2010년 남아공월드컵까지 3회 연속 출전했다. 월드컵 출전은 젊은 선수들이 이루고 싶은 꿈이다. 이런 그가 주연 대신 조연을 택했다. 이 선택 하나만으로 젊은 선수들에게는 배우고 싶은 '주연'이 됐다. '독도남' 박종우 등 같은 포지션의 젊은 피들은 김남일을 롤모델로 꼽는다.


인천 유나이티드가 3일 인천 도원동 축구전용구장에서 2013 K리그클래식 개막전 경남FC와 경기를 펼쳤다. 인천 설기현이 경남 보산치치의 수비를 제치며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인천=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3.3
설기현은 보답의 메시지를 전했다. 선수는 공인으로서 팬들의 사랑을 돌려줄 의무가 있다는 것이 골자다 . 설기현은 2010년 K-리그로 돌아와 포항(2010년), 울산(2011년), 인천(2012년~)에서 4년 간 팬들에게 은혜를 갚고 있다.

이들은 해외에서 국내로 유턴한 선수들의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 젊은 선수들에게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다. 김봉길 인천 감독은 "남일이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의지가 돋보인다. 노장임에도 불구하고 솔선수범한다. 어린 선수들이 본받을 부분이 많다"고 칭찬했다. 설기현은 울산 소속일 당시 해외무대에서 체득한 노하우를 동료들에게 전해줬다. 김신욱의 헤딩력이 급성장한 비결은 설기현의 조언 덕분이었다. 또 클럽하우스에선 식사시간에 젊은 선수들과 같은 식탁에서 밥을 먹었다. 설기현은 "출전 기회가 적더라도 언젠간 기회가 온다"라며 격려의 말을 전했다.

김남일과 설기현의 행보는 소속팀 퀸즈파크레인저스(QPR)의 강등으로 기로에 선 박지성(32)이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한 부분이다. 아니, 본받아야 한다.

박지성이 K-리그 입성을 꺼려하는 부분 중 한 가지는 경기력에 대한 팬들의 비난이다. 그에 따른 이미지 실추다. 그러나 김남일과 설기현의 경우를 살펴보자. 오히려 이미지가 더 좋아졌다. 가족들과의 안정된 생활로 인한 심리적 안정으로 경기력이 나아졌다. 김남일은 올시즌 인천의 주장까지 맡고 있다. 풍부한 경험을 살려 탁월한 위치선정으로 중원을 지배하고 있다. 설기현도 2011년 울산 소속일 당시 팀을 챔피언결정전까지 끌어올려 경기력에 대한 비난을 잠재웠다.


박지성이 K-리그 무대를 밟으면 불안정한 출전에 대한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다. '아시아축구의 최고 영웅'이 K-리그 무대를 밟았다는 것만으로도 박수받으며 뛸 수 있다. 경기력에 대한 부분은 팬들도 긍정적으로 수긍할 부분이다. 사실 지금 K-리그에서 뛴다고 해도 경기력이 떨어지지 않는다. QPR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충분히 팬들을 감동시킬 만하다.

그 동안 박지성에게 답을 줄 선수는 없었다. 그러나 김남일과 설기현은 분명 그에게 답이 될 선수들이다.

한편, '제3회 아시안드림컵'인 박지성 자선경기는 다음달 23일 오후 4시 중국 상하이 홍커우경기장에서 벌어진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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