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지성의 QPR이 사실상 강등이 확정됐다. 28일(한국시각) 영국 마데스키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레딩과의 2012~2013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5라운드에서 이기지 못했다. 0대0으로 비겼다.
이로써 QPR은 4승13무18패, 승점 25점에 그쳤다. 남은 3경기를 모두 이겨도 승점은 34점이다. EPL 잔류 마지노선인 17위의 승점이 34점이다. 17위 애스턴빌라는 18위 위건(승점 32)과 최후의 생존 전쟁을 펼치고 있다. QPR은 두 팀 중 한 팀이라도 승점 35점을 찍으면 EPL과는 이별이다. 박지성은 레딩전에서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일단 계약은 2014년 5월까지다. 강등시 이적옵션도 없다. 구단에서는 남은 기간을 함께 하고 싶어하는 듯 하다. 주급 5만파운드(약 8500만원)의 고액 연봉자지만, '방출 리스트'에서는 빠질 것으로 보인다. 마케팅 면에서도 효과도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상황일 뿐이다. 현재 박지성의 팀내 입지는 불안하다. 레드냅 감독 부임 이후 충분한 출전기회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내년에는 챔피언십(2부리그)에서 뛰게 된다. 변화가 없다면, 구단이 고액 연봉자를 잡을 이유가 없다. 박지성도 '유종의 미'를 위해서 떠나는 게 좋다.
현재 중동과 미국 등에서 오퍼가 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1~2년 뒤 은퇴하려는 데 새로운 리그에서 마칠 생각이 없는 듯 하다. 유럽리그에서의 은퇴를 원하고 있다. 그동안의 인터뷰에서 간접적으로 밝혀왔다.
그렇다면 K-리그는 어떨까. 이 역시 부정적인 듯 하다. 지난 2년간 자선경기 때마다 국내 기자들이 물어봤다. 그 때마다 "노"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측근에 따르면 "경기력에 대한 부담 탓"이라고 한다. K-리그에서 부진할 경우가 걱정된다는 이야기다. 팬들의 비난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팬들의 생각은 다르다. 많은 팬들은 K-리그에서 은퇴하는 박지성을 보고 싶어한다. 우리들의 영웅에게 바라는 마지막 모습이다. 잘 뛰던, 못 뛰던 상관없다. K-리거 박지성이면 족하다.
박지성에게도 그럴 의무가 있다. 그동안 넘치게 받았던 팬들의 사랑에 대한 보답이다. 국가대표에서의 활약은, 태극마크에 대한 책임이다. 아직 팬들에게 해줘야 할 게 남아있다.
지난해 박찬호가 국내로 돌아왔다. 모든 팬들이 박수로 환영했다. 10승 이상을 할 것이란 기대는 없었다. 그저 '우리들의 영웅'을 우리의 무대에서, 우리의 팬들이 보고 싶었을 뿐이다.
성적은 5승10패, 방어율 5.06이었다. 아무도 성적을 말하지 않았다. 후배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선배의 모습, 야구 붐에 일조한 영웅의 면모를 칭찬했다. 우리들의 영웅은 그렇게 팬들의 사랑에 보답했다.
박지성의 그런 모습을 많은 팬들이 원하고 있다. 성적, 경기력, 모두 논외다. 영웅의 마지막을 함께 하고 싶어할 뿐이다.
박지성이 결단을 내려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팬들이 바라는 옵션, K-리거 박지성을 생각해줬으면 한다.
신보순 기자 bsshi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