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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잡은 FC서울 '너 떨고있지', 부활의 스토리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3-04-25 07:20 | 최종수정 2013-04-26 12:24


2013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E조 5차전 FC서울과 장쑤 쑨텐과의의 경기가 24일 오후 중국 난징 올림픽 스포츠센타에서 열린 가운데 경기 전반 FC서울의 고명진 선수가 선취골을 터트리고 최용수 감독과 포옹하고 있다. 난징=사진공동취재단

수원과 전북, 포항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와 K-리그를 병행하면서 정규리그도 상위권에 포진했다. 포항이 1위(승점 18), 수원은 2위(승점 16), 전북은 5위(승점 13)에 위치했다.

반면 FC서울은 울었다. 디펜딩챔피언의 키워드는 위기였다. K-리그 클래식 7라운드 동안 단 1승도 챙기지 못했다. 4무3패였다. 서울 팬들은 수원, 전북, 포항이 마냥 부러웠다.

서울이 돌아왔다. 20일 8라운드에서 대구를 4대0으로 완파하며 클래식 첫 승을 신고한 데 이어 24일 K-리그의 자존심도 세웠다. 장쑤 원정에서 2대0으로 승리하며 ACL에 출전한 클래식 4개팀 중 가장 먼저 16강 진출을 완성했다. 남은 한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E조 1위(승점 10·3승1무1패)를 확정했다. 올시즌 첫 연승, 2경기 연속 무실점이었다.

부활이 화두다. 챔피언의 감각을 되찾았다. 적장부터 느꼈다. 클래스가 다른 축구를 인정했다. 찬사를 보냈다. 세르비아 출신의 드라간 오쿠카 장쑤 감독은 "서울의 파워는 같은 조의 다른 팀들을 압도했다. 서울은 E조에서 최강이다. 우린 이기려고 사력을 다했지만 역부족이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최용수 서울 감독이 머릿속으로 그리던 얼개가 맞춰졌다. 상대팀들이 떨고 있을 만큼 그 위력은 대단하다. 25일 귀국한 서울은 28일 오후 4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강원과 2013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9라운드를 치른다.

더 이상 우승 후유증은 없다. 로테이션은 장쑤전의 최대 수확이었다. 이번 원정에서는 몰리나와 차두리가 없었다. 몰리나는 경고누적, 차두리는 ACL 1차 등록 마감 후 입단했다. 16강전 이후에야 출전할 수 있다. 윤일록과 최효진이 그 자리에 섰다.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조직력이 단단했다. 최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누가 나와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웃었다.

수비라인도 안정을 찾았다. 서울은 클래식 7경기에서 13실점을 기록했다. 부실한 후방이 연일 도마에 올랐다. 최 감독은 인정하지 않았다. 기다렸다. 견고해졌다. 장쑤는 이날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앞세워 세차게 몰아쳤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침착한 경기 운영이 돋보였다. 최 감독도 할 말이 생겼다. 그는 "그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다. 수비가 약하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장쑤전에서도 눈으로 확인했겠지만 우리 수비는 결코 약하지 않다"며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득점 루트도 다양해졌다. 그동안 데얀과 몰리나, 이른바 '데몰리션'에게 집중됐다. '데몰리션'은 여전히 건재하다. 여기에 국내파들이 골잔치에 가세했다. 장쑤전에서는 고명진의 중거리포에 이어 윤일록이 쐐기골을 터트렸다. 두 골 모두 완벽했다. 고명진은 약 30m 지점에서 왼발 기습 중거리 슛을 터트렸다. 볼은 거짓말처럼 날아가 오른쪽 골그물에 꽂혔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회심의 골이었다. 올시즌 마수걸이 득점이었다. 최 감독은 "나도 놀랐다. 자주 좀 놀랐으면 좋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윤일록의 골에서는 데얀의 이타적인 플레이가 눈길을 끌었다. 최효진의 크로스는 데얀을 향했다. 하지만 그는 볼을 터치하지 않고 지나쳤고, 쇄도하던 윤일록의 발끝에 걸렸다. 골키퍼와의 1대1 찬스에서 골로 연결했다. 데얀은 대구전에서도 두 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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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최강 무기인 연승이 시작됐다. 쉼표는 없다. 강원전에서는 체력을 비축한 몰리나와 차두리가 출격한다. 장쑤전에서 후반 막판 투입된 김치우도 활용할 수 있다. 무거웠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이제는 3연승을 정조준하고 있다. 최 감독은 "장쑤전은 끝났다. 이제는 K-리그를 준비할 것이다. 그동안 홈팬들에게 많은 빚을 졌다. 팬들이 기뻐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시즌 초반 서울의 겨울은 혹독했다. 어느덧 서울의 봄도 완연하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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