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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된 수순이었다. 다만 예상보다 다소 빨랐을 뿐이었다.
비극의 씨앗은 구단 수뇌부가 심었다. 지난 시즌 대구는 경기력이 좋았다. 아쉽게 그룹A 합류에는 실패했지만 스플릿 직전까지 경합했다. 그룹 B에서도 선전했다. 16개팀 가운데 10위를 차지했다. 모든 것이 모아시르 페레이라 감독의 역량이었다. 당시만해도 대구는 다음 시즌이 기대되던 팀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말 대구는 모아시르 감독과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모아시르 감독은 잔류를 원했지만 김재하 대표이사를 비롯한 구단 수뇌부는 그 손길을 저버렸다. 이유는 궁색했다. 당시 대구 구단은 모아시르 감독이 잔류할 경우 코치진들과 그 가족들까지 체류를 지원해야 하는데 돈이 많이 든다고 밝혔다. 이후 당성증 수석코치를 감독으로 앉혔다. 모아시르 체제의 장점을 큰 돈 안들이고 빼내올려는 생각이었다. 대구는 '당 감독이 지난 3년간 대구FC 코치 및 수석코치를 역임하면서 시민구단의 내부사정을 잘 안다'고 선임 이유를 밝혔다. 결국 오래가지 못했다.
감독 선임 기준은 연고지
대구의 후속 대응책은 빨랐다. 당 감독은 21일 구단 사무실로 찾아가 사임 의사를 밝혔다. 구단에서도 사의를 수용하고 후임 감독 찾기에 나섰다. 그 결과 백종철 전 부산아이파크 수석코치를 내정했다.
하지만 백 감독 내정 기준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대구는 비상상황이다. 빨리 팀을 장악해 안정화시킨 뒤 선수들의 역량을 끌어낼 수 있는 감독을 선임해야만 한다. 이같은 일을 하려면 무엇보다도 경험이 중요하다. 지금은 경험 많은 지도자들이 많이 있다. 신태용 감독이나 조윤환 감독, 최윤겸 감독 등 좋은 감독들이 시장에 나와있다. 하지만 선택은 프로팀 감독 경험이 전혀 없는 백 감독이었다. 당 감독이나 백 감독이나 경험 측면에서 봤을 때는 다를 바가 전혀 없다.
여기에 불필요한 오해를 살만한 소지가 있다. 백 감독은 대구 지역 축구계를 대표하는 '청구고 출신'이다. 그동안 대구 지역 축구계는 지역 출신 지도자에 대한 열망이 컸다. 하지만 청구고 출신 변병주 감독이 에이전트로부터 금품을 받고 구속된 이후 '지역 출신 지도자론'은 쑥 들어갔다. 이어 선임된 이영진 감독과 모아시르 감독, 당성증 감독 모두 지역 출신이 아니었다. 지역 축구계의 불만은 부글부글 끓었다. 물밑에서 '지역 출신 지도자론'이 다시 일었다. 이번 백 감독 내정을 놓고 지역 축구계의 압력이 있었다는 소문이 팽배하다. 대구도 백 감독 내정 이유에 대해 '연고지역 출신 지도자로서 지역에 대한 강한 애착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논란을 부채질할 뿐이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