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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깃형 스트라이커의 전형적인 이미지가 있다.
몸싸움과 공중전에는 강하지만, 느리고 센스가 떨어진다는 느낌을 준다. 활용법도 이미지와 다르지 않다. 타깃형 스트라이커의 머리를 향해 볼을 띄워주는 것이 전부다. 지난 이란, 카타르와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최강희 감독이 사용한 김신욱(25·울산) 활용법이 그랬다. 기성용(24·스완지시티) 구자철(24·아우크스부르크) 이청용(25·볼턴) 등 패싱력이 뛰어난 수준급 미드필더들이 있었음에도 한국의 전술은 롱볼 밖에 없었다. 이는 김신욱을 반만 활용한 전략이다.
김신욱은 17일 대전과의 경기에서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장기인 헤딩은 명불허전이었다. 한상운, 호베르또, 김승용과 함께 공격에 포진한 김신욱은 후방에서 날라온 공중볼을 어김없이 동료들에게 머리로 연결시켜줬다. 키가 크다고 해서 모두 헤딩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헤딩을 잘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위치선정과 임팩트가 필요하다. 김신욱은 이 두가지를 모두 갖췄다. 여기에 시야까지 넓다보니 동료들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해 연결해줬다. 발도 더욱 날카로와졌다. 울산의 공격찬스는 김신욱의 발끝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았다. 김신욱은 정통 공격형 미드필더를 두지 않는 울산의 숨은 플레이메이커다. 최전방에서 2선으로 내려와 패싱게임의 주역이 된다. 비밀이 있다. 김신욱은 최전방 공격수로 변신하기 전 수비수와 미드필더로 뛴 경험이 있다. 그는 예전의 경험을 활용하며 더욱 완벽한 공격수로 변신하고 있다.
물론 아직 쉬운 찬스를 놓치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김호곤 감독도 "아직 찬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골이 적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올시즌 들어 득점력이 좋아지고 있다. 이근호(상주)가 군대로 떠났고, 하피냐가 부상으로 쓰러진 지금, 고비마다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다. 김신욱은 대전전에서 한골을 추가하며 데얀(서울), 페드로(제주)와 함께 4골로 득점선두로 떠올랐다.
김신욱의 장점을 모두 활용하기 위해서는 최전방 보다는 2선이 더욱 어울린다. 지난시즌에도 김신욱은 발빠른 이근호, 하피냐 뒤에 포진해 울산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A대표팀에서도 적용이 가능하다. 발이 빠르고 침투력이 좋은 손흥민을 최전방에 세우고, 김신욱을 그 뒤에 포진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를 통해 손흥민의 활용도를 높이고, 손흥민이 갖고 있는 제공권에 대한 약점을 보완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진화하고 있는 김신욱의 활용법에 대한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