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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사에는 수많은 악동들이 있다.
축구에 유난히 악동이 많은 이유가 있다. 과거 축구는 대표적인 노동자 스포츠였다. 가난한 노동자들과 빈민층들이 축구를 즐겼다. 지독한 가난 속에서 맨발로 볼을 찼다. 특히 남미와 아프리카인들에게 축구는 꿈과 희망이었다.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축구에만 전념했다. 그리고 찾아온 성공. 성숙되지 못한 악동들은 한꺼번에 쏟아진 부와 명예를 감당하지 못했다. 악동들은 몸만 자란 어린아이였다. 자기 관리에 실패한 악동들은 재능을 다 발휘하지 못한 채 쓸쓸한 말로를 보냈다.
그러나 최근들어 다른 양상으로 접어들었다. 체계적인 교육을 병행한다. 프로축구 선수는 사회적 롤모델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조이 바튼(마르세유), 웨인 루니(맨유) 등과 같이 현대축구에도 악동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예전과는 유형이 다르다. 최근의 악동은 순간적으로 욱하는 감정을 자제 하지 못하는 등 기질에 문제를 갖고 있거나, 혹은 불륜이나 정치, 인종차별 등과 같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다. 그러나 자기관리만큼은 철저해 운동장에서는 진지한 모습을 잃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마리오 발로텔리(AC밀란)는 돌연변이에 가깝다. 어떻게 보면 미숙아처럼 보이는 발로텔리는 옛날 축구에서나 존재하던 악동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발로텔리가 친 사고들을 보자. 그라운드 안팎을 오간다. 어느날 갑자기 여자교도소가 궁금하다는 이유로 직접 차를 끌고 여자교도소 안까지 들어가는가 하면, 지루하다는 이유로 훈련하는 유스팀 선수들에게 다트를 던졌다. 집 안에서 불꽃놀이를 하다가 불을 냈고, 도심에서 차를 타고 친구들과 모형총으로 서바이벌 게임을 하다가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맨시티에 있는 동안 30번에 가까운 불법 주차 딱지를 뗐고, 인터밀란 시절 '라이벌' AC밀란의 유니폼을 입고 TV쇼에 출연했다. 그라운드 안에서도 그의 기행은 이어진다. 교체출전에 불만을 품고 경기장 안에서 유니폼을 벗어 던졌고, 단독찬스에서 백힐킥을 시도하며 기회를 날려버렸다. 연습 도중 선수들은 물론 감독과도 싸웠다. 경기 중 벤치에서 아이패드를 보기도 했다. AC밀란 이적 후 잠잠해지나 했더니 이동하는 기차에서 담배를 피고, 부심을 모욕해 3경기 출전정지처분을 받으며 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선수관리에 있어서 세계 최고라 평가받는 조제 무리뉴 감독조차 두손 두발 다 들었다.
발로텔리를 위한 변명
발로텔리의 기행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유년시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발로텔리는 흑인이지만 그의 국적은 이탈리아다. 이탈리아에는 흑인이 드물다. 사연이 있다. 발로텔리는 가나 출신의 이민자 부부 사이에서 태어났다. 조각 같은 근육을 자랑하는 그이지만 유아기에는 장이 좋지 않아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넘긴 병약한 아이였다. 가난을 이기지 못한 친부모는 그를 이탈리아 가정으로 입양시켰다. 결국 그는 양부모 프란체스코씨와 실비아씨의 보살핌 속에 축구 선수의 꿈을 키워나갔다. 그러나 백인 이웃들 사이에서의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어린 시절 피부색이 다르다며 놀림을 받았다. 축구 선수가 된 이후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인터밀란 시절 흑인이라는 이유로 홈경기 때마다 야유를 받았다.
그때마다 발로텔리는 더욱 엇나갔다. 발로텔리가 아버지와도 같다고 말한 로베르토 만시니 감독을 따라 맨시티로 이적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영국의 자극적인 타블로이드지에게 발로텔리는 좋은 먹잇감이었다. 자기파괴적인 분노, 변덕스럽고 괴팍한 성격, 얕은 인내심 등 발로텔리의 악동기질에는 어린시절 부모로부터 버려졌던 상실감과 인종차별이 큰 영향을 미쳤다. 역시 입양아 출신인 그의 누이 크리스티나는 "발로텔리는 집 안에서 공을 차고 기물을 파손하면서 '행동 과잉' 상태를 보였다"며 "자라면서도 그 성격이 그대로 유지된 듯하다. 항상 여러 가지 일을 벌이며 분주했다. 먼저 행동하고 나중에 생각한다. 그러면서 또 다른 일을 구상했다. 하나를 결심하면 그 뒤 100가지 생각을 하는 식이었다. 그와 약속을 잡으면 항상 두 번 이상 뒤집는다"고 발로텔리의 성격을 설명했다.
'왜 나만 골을 넣는가?'가 될까
발로텔리의 재능만큼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의 재능은 지금도 이탈리아 최고로 평가된다. 만시니 감독은 "발로텔리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간단히 볼을 잡아내 드리블을 친 후 슈팅까지 연결한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23세인 발로텔리는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하나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 유로2012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그가 위대한 업적을 남길 수 있는 선수라는 것을 예감케 한다. 문제는 그의 악동기질이다.
발로텔리는 축구 인생의 3막을 맞았다. 자신이 어린시절부터 응원했던 AC밀란의 유니폼을 입는데 성공했다. 그의 밀라노 생활은 행복한 것처럼 보인다. 인터밀란과 맨시티에서 꾸준히 출전하지 못했던 발로텔리는 AC밀란에서 확실한 주전이 됐다. 그는 처음으로 책임감이라는 단어와 마주했다. 스테판 엘 샤라위, 음바예 니앙 등 어린선수들을 이끌며 공격진의 선봉에 섰다. 그는 그라운드 안에서의 책임감과 그라운드 밖에서의 관심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있다. 집으로 돌아왔다는 편안함도 그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발로텔리는 이적하자마자 골을 터뜨렸다. 최근 9경기에서 8골이라는 놀라운 기록으로 자신의 재능을 폭발시키고 있다.
발로텔리하면 빼놓을 수 없는 문구가 있다. 발로텔리는 2011~201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더비에서 선제골을 터뜨리고 세리머니로 유니폼 안의 속옷에 새긴 'WHY ALWAYS ME?'를 세상에 드러냈다. 'WHY ALWAYS ME?'는 '왜 나만 이슈가 되는가?' 혹은 '왜 나만 골을 넣는가?' 두가지 의미로 해석된다. 만약 그가 지금까지 자신의 경력을 깎아먹은 기행을 억누를 수 있다면, 'WHY ALWAYS ME?'의 의미는 '왜 나만 골을 넣는가?'로 기억될 것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