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야 사는 남자' 한덕희 이야기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3-04-09 19:03 | 최종수정 2013-04-11 08:54


사진캡처=대전 시티즌

"저는 몸사리면 끝이에요."

한덕희(26·대전)는 기술이 좋은 선수는 아니다. 패스도, 드리블도, 슈팅도 평범한 수준이다. 그러나 누구보다 열심히 뛴다. 한덕희가 뛰는 모습을 보면 마치 한 경기에 모든 것을 건 선수처럼 보인다. 김인완 대전 감독도 한덕희의 열정과 투지에 엄지를 치켜올린다. 대전은 한덕희의 활약속에 최근 3경기서 1승2무의 상승세를 타고 있다. 김 감독은 "한덕희가 뛰는 모습은 대전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준다. 한덕희는 대전의 혼이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덕희는 철저한 무명이었다. 그 흔한 청소년 대표팀 경력도 없다. 초등학교 5학년때 처음 축구를 시작한 한덕희는 다른 선수보다 가진게 많지 않았다. 몸도 약했다. 재능이 뛰어난 다른 선수들을 이기기 위해서는 열심히 뛰는 수 밖에 없었다. 한덕희는 "가진게 악 뿐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악으로 뛰었다. 뛰는 것만큼은 항상 1등을 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 고등학교 때는 선배들로부터 천천히 뛰라는 협박도 받고 혼나기도 많이 혼났다. 이때 지구력과 체력이 많이 향상됐다"며 웃었다. 많이 뛰는 선수에 불과했던 한덕희는 아주대학교 진학 후 조덕제 감독의 신임 아래 실력이 부쩍 향상됐다. 경기운영능력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성장을 거듭한 한덕희는 2009년 인천의 지명을 받으며 꿈에 그리던 프로 진출에도 성공했다.

그러나 프로의 벽은 만만치 않았다. 한경기도 뛰지 못했다. 그래도 성실함만은 인정을 받았다. 페트코비치 감독은 2군에 있던 한덕희를 불러 1군 훈련에도 합류시켜줬다. 기대속에 2년차를 맞이했지만 불의의 부상이 찾아왔다. 아킬레스건이 끊어진 것이다. 결국 인천에서도 자리를 잃었다. 축구를 그만둘까도 생각했다. 그러나 여기서 물러날 수 없었다. 재활에 몰두했다. 회복까지 7~8개월이 걸린다고 했지만 의지의 한덕희는 5개월만에 운동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곧장 대전에서 입단테스트를 받았다. 한덕희는 "여기서 안되면 그만 두려고 마음을 먹었다. 죽기 살기로 했다. 테스트였지만 경기가 잘 안되면 소리도 질렀다. 내 열정을 높게 사줬다"고 했다.

그를 지탱시켜준 힘은 어머니였다. 한덕희는 일찍 아버지를 잃었다. 어머니가 그를 뒷바라지 했다. 방황하던 한덕희는 어머니의 격려속에 다시 마음을 잡았다. 최근 활약이 두드러지자 가장 좋아하는 사람도 어머니다. 한덕희는 "전화드리면 어머니가 '요즘 너때문에 행복하다'고 해주신다. 무엇보다 큰 힘이 된다"고 했다.

한덕희는 이제 프로 5년차가 됐다. 작년 12월 결혼해 책임감도 늘어났다. 동계시즌을 충실히 보내며 그 어느때보다 컨디션이 좋다. 한덕희는 이제 자신의 가치를 올리고 싶다고 했다. 그는 "작년에 경기를 15경기 밖에 못나갔다. 이제 5년차다. 그동안 스스로의 가치를 충분히 올리지 못했다. 올시즌에는 많은 경기에 나가서 내 가치를 올리고 싶다"고 했다. 그의 성실함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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