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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차두리의 '유니폼 교환' 제의, 이동국의 촌철살인 답변은?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3-04-10 09:27



34세의 K-리그 베테랑이 33세의 K-리그 신인에게 일침을 가했다. 그의 말에는 동생을 아끼는 마음이 담겨 있었고 한국 프로축구를 사랑하는 애정이 가득했다. 두 사람의 우정을 가늠할 수 있는 재치있는 농담까지 더해져 만점짜리 일침이었다.

K-리그 16년차 이동국(34·전북)이 올시즌 K-리그에 입성한 차두리(33·FC서울)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27일 구리 GS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차두리의 입단 기자회견 시작됐다. 해외무대에서만 뛰다가 K-리그 클래식를 처음으로 밟게된 차두리는 'K-리그에서 가장 만나보고 싶은 선수'를 묻는 질문에 "이동국"이라고 답했다. 차두리는 "내가 예전부터 정말 좋아했던 동국이형과 경기를 할 수 있다는게 굉장히 큰 기쁨이다"라고 했다. 이어 "동국이형과는 경기가 끝난 뒤 꼭 유니폼을 바꿔입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이동국과의 우정을 확인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동국과 차두리의 첫 만남은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들은 1997년 전국고교축구대회 결승전에서 포철공고의 공격수 이동국과 배재고의 공격수 차두리로 첫 맞대결을 펼쳤다. 당시 이동국은 선제골을 넣었고 차두리는 동점 헤딩골을 기록했다. 최후의 승자는 연장에서 골든골을 터트린 이동국이었다. 고교 시절 이들은 한국 축구를 이끌 유망주 공격수로 이름을 알리게 됐다. 그러나 월드컵에서 이들의 운명은 엇갈렸다. 이동국은 차두리의 부친인 차범근 감독이 이끌던 1998년 프랑스월드컵 멤버로 합류해 최고의 유망주로 올라섰다. 4년 뒤 반대의 입장이 됐다. 차두리는 2002년 한-일월드컵에 출전해 4강 진출 신화를 이룬 뒤 해외무대를 누볐다. 반면 합류가 유력했던 이동국은 최종엔트리에서 탈락했다. 이들은 2006년 독일월드컵을 나란히 건너 뛰고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다시 조우했다. 그리고 고교 시절 우정을 나눴던 두 사람은 각 무대를 돌고 돌아 30대가 넘어선 2013년에 다시 고국에서 만났다.

차두리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이동국이 9일 전주에서 열린 우라와와의 아시아챔피언스 조별리그 4차전이 끝난 뒤 화답했다. "차두리가 K-리그에 온 걸 환영한다. 많은 축구 팬들이 차두리가 뛰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고 있다. 두리도, 팬들에게 두리가 얼마나 좋은 선수인지 보여줬으면 좋겠다."

애정이 듬뿍 담긴 답변이었다. 유니폼을 바꿔 입자는 제의에는 "유니폼을 바꿔 입든 입지 않든 두리가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는게 중요하다"고 즉답을 회피했다. 그러나 재차 이어진 질문에 이동국은 본심을 드러냈다. "어디 K-리그 신인이 16년차 선배한테 유니폼을 바꿔 입자고 하나. 차두리는 신인왕이나 따고 와라."

이동국의 재치있는 한 마디에 취재진과 이동국은 한 바탕 큰 웃음을 공유했다. 33세의 K-리그 신인은 이렇게 34세의 16년차 베테랑에게 한 방(?) 먹었다. 끝내 이동국은 "당연히 유니폼을 바꿔 입어야지"라면서 훈훈하게 마무리 했다.

지난 시즌 K-리그 우승을 놓고 다퉜던 서울과 전북이다. 차두리는 '디펜딩 챔프' 서울의 수비수로 우승을 노리는 전북의 공격수 이동국을 막아야 한다. 하지만 땀이 묻은 유니폼을 바꾸며 이들은 분명 뜨거운 우정도 오랜만에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전북과 서울의 올시즌 첫 대결은 5월 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이동국과 차두리가 프로에서 첫 맞대결을 펼칠 날이다.


전주=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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