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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세의 K-리그 베테랑이 33세의 K-리그 신인에게 일침을 가했다. 그의 말에는 동생을 아끼는 마음이 담겨 있었고 한국 프로축구를 사랑하는 애정이 가득했다. 두 사람의 우정을 가늠할 수 있는 재치있는 농담까지 더해져 만점짜리 일침이었다.
차두리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이동국이 9일 전주에서 열린 우라와와의 아시아챔피언스 조별리그 4차전이 끝난 뒤 화답했다. "차두리가 K-리그에 온 걸 환영한다. 많은 축구 팬들이 차두리가 뛰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고 있다. 두리도, 팬들에게 두리가 얼마나 좋은 선수인지 보여줬으면 좋겠다."
애정이 듬뿍 담긴 답변이었다. 유니폼을 바꿔 입자는 제의에는 "유니폼을 바꿔 입든 입지 않든 두리가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는게 중요하다"고 즉답을 회피했다. 그러나 재차 이어진 질문에 이동국은 본심을 드러냈다. "어디 K-리그 신인이 16년차 선배한테 유니폼을 바꿔 입자고 하나. 차두리는 신인왕이나 따고 와라."
이동국의 재치있는 한 마디에 취재진과 이동국은 한 바탕 큰 웃음을 공유했다. 33세의 K-리그 신인은 이렇게 34세의 16년차 베테랑에게 한 방(?) 먹었다. 끝내 이동국은 "당연히 유니폼을 바꿔 입어야지"라면서 훈훈하게 마무리 했다.
지난 시즌 K-리그 우승을 놓고 다퉜던 서울과 전북이다. 차두리는 '디펜딩 챔프' 서울의 수비수로 우승을 노리는 전북의 공격수 이동국을 막아야 한다. 하지만 땀이 묻은 유니폼을 바꾸며 이들은 분명 뜨거운 우정도 오랜만에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전북과 서울의 올시즌 첫 대결은 5월 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이동국과 차두리가 프로에서 첫 맞대결을 펼칠 날이다.
전주=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