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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박 1년 전이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널의 일원이었던 박주영(28·셀타비고)은 연일 현지 언론의 비난에 시달렸다. 리그와 리그컵, 유럽챔피언스리그 등 6차례 기회를 부여 받았으나, 고작 1골에 그쳤다. 겨울 이적시장이 끝난 뒤에는 벤치마저 빼앗겼다. 현지 스카우트들을 불러모아 치르는 리저브팀(2군) 경기에서 뛰는 수모를 당했다. '최악의 영입', '먹튀' 같은 자극적인 제목들이 수두룩 했다. 이면에는 박주영을 영입했던 아스널 구단의 실망감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불과 1년을 두고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기대 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박주영에 대한 실망감 때문이다. 구단의 움직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개 구단에서 초반에 영입한 선수들에 대해서는 신뢰를 보인다. 아스널과 셀타비고 모두 전반기까지만 해도 '박주영이 언젠가 활약을 해줄 것'이라며 감싸 안았다. 그러나 기회를 부여했음에도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서서히 고개를 돌렸다. 셀타비고는 이적 초기만 해도 박주영을 전면에 내세우거나 에레라 감독의 입을 빌려 전폭적인 신뢰를 드러냈다. 그러나 올 초부터는 이런 움직임을 찾아보기 힘들다. 현지 언론의 '박주영 때리기'는 셀타비고의 멀어진 마음과 무관치 않다.
박주영이 이대로 셀타비고와 결별 수순을 밟을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레시노 감독이 아스파스가 복귀하기 전까지 치를 두 경기에서 박주영 카드를 다시 쓸 가능성이 있으나, 지금과 같은 분위기 속에 확신이 힘들다. 아스파스가 돌아온 뒤에는 백업 이상을 바라보기 어렵다. 셀타비고와의 계약은 1년 임대였다. 현 상황에서 임대 연장 가능성은 희박하다.
박주영이 셀타비고를 떠나게 될 경우 1차 행선지는 아스널이다. 박주영과 아스널의 계약은 내년까지다. 임대계약이었던 만큼 계약 기간이 종료되면 아스널로 복귀하는게 맞다. 하지만 아스널이 박주영을 따뜻하게 받아들일 가능성도 없다는게 문제다. 아스널에는 로빈 판페르시가 떠났으나, 루카스 포돌스키, 올리비에 지루, 산티아고 카솔라 등 경쟁자가 오히려 더 늘었다. 아르센 벵거 감독의 차가운 시선은 여전하다. 박주영이 팀에 복귀하더라도 아스널 구단에서 직접 이적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