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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등시 이적' 옵션없는 박지성, '아름다운 은퇴'의 열쇠는?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3-04-04 08:20



계획이 틀어져 버렸다.

박지성(32)은 퀸즈파크레인저스(QPR)에서 계약기간(2년)을 마친 뒤 현역 생활을 접으려는 그림을 그렸다. 지난시즌이 끝난 뒤 맨유에서 QPR로 둥지를 옮길 때만해도 충분히 실현가능한 시나리오처럼 보였다.

하지만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QPR이 올시즌 내내 강등권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3일 현재(이하 한국시각) 20개 팀 중 19위(4승11무16패·승점 23)에 처져있다. 2일 풀럼과의 정규리그 원정 경기 패배가 뼈아팠다. 이날 승리를 했을 경우 잔류의 7부 능선을 넘을 수 있었다. 그러나 해리 레드냅 QPR 감독의 잘못된 선택이 화를 불렀다. 선수 기용에 실패했다. 상승세를 타던 박지성을 벤치에 남겨뒀다. 아델 타랍과 저메인 제나스의 투입을 택했다. 변화는 독이었다. 박지성의 안정된 공수조율과 수비력이 필요했다. 안타까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QPR이 남은 7경기에서 4~5승 이상을 따내지 못한다면, 2011~2012시즌 승격된지 두 시즌 만에 다시 챔피언십(2부 리그)로 추락하게 된다.

박지성도 은퇴를 앞둔 시점에서 챔피언십에서 뛰게 될까.

박지성은 QPR 계약 당시 '강등시 이적' 옵션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일단 QPR 소속으로 내년시즌까지 뛰어야 하는 상황이다. 박지성의 부친 박성종씨도 3일 전화통화에서 "'강등시 이적' 옵션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박성종씨는 "아직 팀이 강등된 것은 아니니 두고봐야 한다. 만약 강등이 된다면 상황이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며 의미심장한 말을 전했다.

그렇다면 QPR 강등이 확정될 경우 박지성에게 어떤 변화가 생길까.

일단 대부분의 강등 팀이 그래왔듯, QPR도 몸집 줄이기에 나설 전망이다. 독일 이적정보 사이트인 트랜스퍼마크트에 따르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내 QPR의 시장 가치는 10위 수준이다. 이번 시즌 토니 페르난데스 구단주가 세계 최대 철강사인 아르셀로미탈의 락슈미 미탈 회장과 손을 잡고 스타급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가치가 상승했다. 특히 선수들의 연봉 수준을 빅클럽 선수들과 어깨를 견줄 수 있을 정도로 맞춰놓았다. 비록, EPL이 강등팀을 대상으로 한시즌에 200억원씩 네 시즌 동안 일종의 위로금을 전달한다하더라도 1부 리그에 있을 때처럼 구단을 운영하기 힘들다. 팀 리빌딩이 필요하다. 팀에서는 자연스럽게 고액 연봉자들의 이적을 허용할 수 있다. 박지성도 고액 연봉자에 속한다. 이적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된다. 박지성은 1~2년간 더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는 몸 상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적은 큰 무리없이 진행될 수 있다.

하지만 이적이 허용되지 않을 경우 감수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연봉 삭감 뿐만 아니라 자칫 현역 은퇴를 챔피언십에서 하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아시아축구의 아이콘'인 그에게 굴욕일 수밖에 없는 일이다. "박수받을 때 떠나고 싶다"던 그였다. 박지성이 팬들의 박수를 받으며 떠나고 싶은 무대는 EPL이다.


아직 시간은 남아있다. 기회는 존재한다. 박지성이 짜놓은 현역 말년의 갱대로 진행되기 위해선 강등을 막아야 한다. 잔류가 아름다운 은퇴 설계를 위한 마지막 열쇠가 될 것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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