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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3월이었다.
디펜딩챔피언 FC서울의 자존심은 처참했다. 클래식에서 2무2패(승점 2), 부리람(태국)과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원정경기에서는 득점없이 비겼다. 3무2패, 비난의 중심에 섰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최 감독은 일전을 앞두고 "디펜딩챔피언은 잊었다"고 했다. 그리고 "위기 의식을 모두 느껴야 한다. 근성과 투지를 다시 되찾아야 한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내야 진정한 서울을 되찾을 수 있다. 단단한 정신 재무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경기장 안에서 근성과 투지, 끈끈한 희생을 보여주지 않는 선수는 더 이상 경기에 못 나갈 것"이라고 배수진을 쳤다.
서울이 회생했다. 강력한 압박과 몸을 던지는 투혼이 경기를 지배했다. 집중력도 살아났다. 자연스럽게 경기도 술술 풀렸다. 경기 시작 5분 만에 몰리나의 패스를 받은 에스쿠데로가 오른발로 포문을 열었다. 17분 뒤에는 김진규가 프리킥으로 추가골을 터트렸다. 2-0, 리드를 잡은 서울은 더 이상 3월의 서울이 아니었다.
'예쁜 축구'도 없었다. 상대가 볼을 잡으면 더 이상 슬라이딩을 아끼지 않았다. 수비수들은 육탄저지로 상대의 예봉을 차단했다. 최 감독은 고요한 최현태 김치우를 교체투입하며 전력을 재점검했다.
그러나 3월의 그림자가 경기 막판 다시 찾아왔다. 한 순간의 실수가 운명을 날릴뻔 했다. 후반 38분 수문장 유상훈이 상대 공격수와의 1대1에서 파울을 범해 레드 카드를 받았다. 수비라인이 무너지면서 유상훈이 판단 착오를 했다.
페널티킥을 허용했다. 교체 카드를 모두 다 써버린 뒤였다. 필드 플레이어 중 한 명이 골문을 지켜야 했다. 미드필더 최현태가 장갑을 꼈다. 후반 42분 페널티킥으로 추격골을 허용했다. 인저리타임이 5분이나 주어졌다. 전문 골키퍼가 없었다. 피를 말리는 혈투였다. 다행히 더 이상 실점은 허용하지 않았다. 서울은 센다이를 2대1로 꺾었다. 2월 26일 장쑤(중국)전 대승(5대1) 이후 35일 만의 귀중한 승리였다. 서울은 E조에서 2승1무(승점 7)로 단독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G조의 포항은 일본 J-리그 챔피언 산프레체 히로시마를 잡고 ACL 첫 승을 따냈다. 포항은 2일 히로시마 빅아치 스타디움에서 가진 히로시마와의 대회 조별리그 G조 3차전에서 전반 17분 터진 배천석의 결승골에 힘입어 1대0으로 승리했다. 승점 5(1승2무)를 기록한 포항은 16강 진출 가능성을 살렸다.
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