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전 ‘무엇이, 어떻게, 왜’ 아쉬웠나

박아람 기자

기사입력 2013-03-27 10:01 | 최종수정 2013-03-27 10:24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26일 오후 8시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카타르 대표팀을 상대로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5차전을 펼쳤다.
현재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2승 1무 1패 승점 7점으로 한 경기를 더 치른 우즈베키스탄에 승점 1점이 뒤져 조 2위를 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대한민국 대표팀은 지난해 6월 8일 카타르와의 최종예선 A조 1차전 원정경기에서 4-1로 승리한 바 있다.
결승골을 넣은 한국의 손흥민이 경기를 마친후 구자철과 웃으면서 퇴장하고 있다.
상암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3.03.26/

이동국이 쏘아올린 슈팅의 궤적에 모두의 눈길이 쏠렸고, 크로스바를 맞고 튀어나온 볼은 부지런히 쇄도하던 손흥민의 발에 걸려 결승골이 됐다. 상당히 쌀쌀했던 날씨임에도 갑자기 잔디 위에 누워 잠까지 청하던 상대 골키퍼가 열심히 따라가 봤으나 어찌할 도리가 없었고, 붐비는 교통 상황을 피해 미리 경기장을 빠져나간 관중들은 월드컵경기장역에서 DMB로 골 장면을 보며 통탄했다는 후문이다.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A조에 속한 최강희호는 극적으로 승점 3점을 추가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기면 장땡'이라고 마냥 기뻐하며 넘기기엔 찜찜한 구석이 적지 않다.

초반 강세 꺾이자, 측면 고집하기 시작한 최강희호.

소집 훈련 막바지까지 고심 중이라고 밝혔던 최전방 공격수 한 자리와 왼쪽 측면 날개 한 자리는 결국 김신욱과 지동원에게 돌아갔다. 그들을 내세운 의도는 확실했다. 김신욱의 기용은 상대 수비에게 끊임없이 피지컬적인 부담을 안겨주었고, 중앙에서 몸을 맞대면서 싸워주는 그에게 상대가 몰린다면 동료들의 플레이가 한결 수월해질 수 있었다. 몸이 확실히 올라온 지동원도 높이 싸움에서 한 몫 거들어 줄 수 있었으며, 여기에 스위칭이 가미된 연계를 통해 골 찬스 창출에도 플러스 효과를 낼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최강희호는 초반부터 카타르를 강하게 몰아붙였고, 이른바 '가둬놓고 때리는' 장면을 곧잘 연출해냈다.

하지만 보는 이들의 엉덩이를 들썩이게 했던 공격이 점차 소강상태로 접어들면서부터 최강희호의 카타르 요리법은 천편일률적으로 변해간다. 지난해 10월, 쇼자에이의 퇴장 이후 남은 시간 내내 김신욱의 머리를 겨냥했던 이란 원정의 내용이 안방에서 열린 카타르전에서도 그대로 재연된 것. 상대가 2~3명의 미드필더를 중앙 수비 앞에 배치해 수비적인 벽을 견고히 쌓자, 최강희호 공격진과 미드필더진은 종적인 움직임으로 해당 공간을 헤집어놓기보다는 무조건 측면을 통한 크로스 패턴을 고집하기에 이른다. 답답함의 근원은 여기서 시작됐다는 생각이다. 기승전'골'이 아닌, 기승전'측면'이 되어버린 공격 과정, 수단이 되어야 했을 측면은 오히려 목적이 된 듯한 느낌까지 풍겼다.

이런 패턴이 주는 긍정적 효과도 분명히 있기는 하다. 앞에 위치한 몇몇 선수들을 겨냥해 뒤에서 볼을 보내는 방식이기에 직접 볼을 몰고 상대 진영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선수 개개인의 배치가 조금 더 후방에 몰리게 된다. 다리 전체를 담그는 게 아니라, 발만 슬쩍 담그는 식의 공격 전개는 상대 역습에 대한 방어 태세를 갖추기에 훨씬 더 안전하다. 더욱이 이근호의 골도 이런 맥락에서 터졌으니 효용 가치가 전혀 없는 것이라고 깎아내리기에는 무리가 있다. 상대가 득점에 성공한 뒤 보일 행태가 뻔했기에 일단은 선제골을 주지 않는 것이 필요했고, 이근호가 선제 펀치를 날렸을 때엔 동점골을 내주지 않는 것이 최강희호의 과제였을 것이다.


너무 안정적인 윙어 활용과 늦은 교체 타이밍이 남긴 아쉬움.

하지만 이런 패턴만을 고집하기엔 오른쪽에 자리한 이청용의 몸 상태가 장기 부상 이후 최고조에 올라있었고, 이동국 투입 후 왼쪽으로 옮겨간 이근호 또한 폼이 괜찮은 편이었다. 그렇기에 승점 3점을 노리기 위한 측면 자원의 활용도도 조금 더 도전적이어야 했다는 생각도 든다. 가령 활동 범위가 아래로 처져있었던 이청용이 크로스를 올리는 지점은 골 라인으로부터 2~30미터는 족히 떨어져 있었는데, 양 측면 수비나 중앙 공격진들과의 연계를 통해 보다 깊숙한 진영까지 올라가 크로스를 제공함으로써 상대 를 조금 더 부담스럽게 했다면 어땠을까. 이청용의 몸이 이렇게 좋은 날, 그의 크로스 능력만 활용했다는 건 엄청난 아쉬움이었다.

이는 상대를 측면으로 끌어내 중앙에서의 균열을 만들어 낸다는 측면에서도 가치가 있었다. 이청용의 스루패스를 받은 오범석이 윗선에서 크로스 기회를 잡고, 교체투입된 손흥민이 상대 측면을 그대로 치고 달렸을 때, 카타르는 측면 수비뿐 아니라 중앙 자원까지 커버 플레이에 나서야 했고, 이것이 곧 다소 헐거워진 중앙에서 기성용-구자철의 슈팅 난사도 기대해볼 길이었다. 하지만 낙차가 크지 않은 단조로운 얼리크로스 형태만 고집했던 대표팀을 상대로 카타르는 손쉬운 대응을 보였으며, 나중엔 이러한 패턴을 간파한 상대 수비에 의해 오프사이드에 걸리는 장면까지 나왔다. 일차적으로 머리에 맞히는 성공률도, 그리고 세컨볼이 동료에 연결된 빈도도 높을 수 없었던 경기다.


그동안 전북과 대표팀에서 보여줬던 최강희 감독의 교체 타이밍을 봤을 때, 이번 카타르전에서의 선택은 다소 의아했을 정도로 늦었는데, 이와 관련해 손흥민의 교체 투입 시점을 10분만이라도 앞당겼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물론 감독 고유의 권한이지만, 후반 7분 교체를 통해 이동국-김신욱 트윈타워를 만들고 이를 향해 끊임없이 공중볼을 제공하던 패턴이 죽이 되는 데 그쳤던 후반 중반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새로운 시도가 따라야 했다는 느낌도 든다. 손흥민이라면 앞서 언급했듯 측면에서의 돌파로 파괴력을 불어넣으며 다른 패턴으로 카타르를 요리할 수 있지 않았을까. 결과적으로 승리를 결정짓는 골을 터뜨리긴 했으나 그 밥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가슴 졸였던 시간대는 결코 편할 수가 없었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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