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도,인터뷰도,팬서비스도 '프로라면 김신욱처럼...'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3-03-18 17:33 | 최종수정 2013-03-19 08:07


◇17일 전남 광양전용구장에서 펼쳐진 K-리그 클래식 3라운드 전남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김신욱이 경기 직후 자신을 기다린 수십명의 팬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사진을 찍으며 감사를 표하고 있다.

'프로라면 김신욱처럼….'

17일 전남 광양전용구장에서 마주친 대한민국 대표 공격수 김신욱(25·울산)은 K-리그 클래식의 품격에 걸맞은 진정한 프로였다. 완벽한 신체조건, 건강한 멘탈은 기본, 골도 잘 넣고, 동료들에게 헌신적이고, 심지어 겸손하다. 인터뷰도 잘하고, 팬서비스도 몸에 배있다. 이보다 더 완벽할 순 없다.

먼저 경기력에서 그는 프로다. '골잡이는 골로 말한다'는 명제에 충실했다. 전남 원정에서 후반 6분 결승골을 터뜨리며 1대0 승리를 이끌었다. 스트라이커로서 팀이 필요한 순간 놀라운 집중력으로 골을 밀어넣었다. 개막후 3경기에서 2골을 기록했다. 1m96 장신을 이용한 제공권 다툼에도 한치의 물러섬이 없었다. 상대의 세트피스 상황에선 몸을 날리며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했다. 파울 3개, 피파울 3개로 양팀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파울을 범했고, 가장 많은 파울을 유도했다. 공수에서 절대적인 존재감과 헌신적인 플레이는 동료들에게 힘이 됐다. 경기 후 김호곤 울산 감독은 '애제자' 김신욱에게 "95점을 주고 싶다"며 흐뭇함을 감추지 않았다. 2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며 부활을 알린 한상운 역시 "신욱이의 큰 키가 위협적이고 상대 수비가 많이 견제하기 때문에 내 입장에서는 빠져들어가기 편한 면이 있다. 찬스가 많이 생긴다"고 귀띔했다.

인터뷰 현장에서 지켜본 모습 역시 프로다웠다. 이날 김신욱은 김 감독과 하석주 전남 감독의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묵묵히 자신의 인터뷰 순서를 기다렸다. 18일 파주 입소를 앞두고 선수단과 따로 이동하는 일정이었다. 김 감독에게 허락을 받은 후 라커룸에서 선후배 동료들과 일일이 승리의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한명 한명에게 따뜻한 코멘트를 잊지 않았다.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내놓은 첫 마디는 "내가 넣은 골이 아니다. (한)상운이형이 넣은 골이다. 밥이라도 사야겠다"였다. 날카로운 왼발 킬패스로 완벽한 골찬스를 만들어준 한상운에게 공을 돌렸다. 환희의 순간, 자신을 내세우기보다 주변을 먼저 챙겼다. 울산에서 5년차를 맞은 공격수 김신욱의 폭풍성장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김호곤 감독님껜 이제 사랑을 느낀다"고 했다. 늘 한결같이 믿어주는 김태영 코치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꼭 써달라"는 말을 몇번이나 했다. 김신욱은 기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인터뷰이(interviewee)' 중 한명이다. 소위 '미디어'를 아는 선수다. 달변이다. 영리하다. 반듯하다. 겸손하되 당당하다. 질문의 요지를 순식간에 파악해, '빵 터지는' 기삿거리, 배려와 위트가 넘치는 한마디를 시의적절하게 할 줄 안다. K-리그 선수 인터뷰의 좋은 예로 교본 삼고 싶을 정도다.

프로다움의 '화룡점정'은 인터뷰 직후의 팬들을 향한 진심이다. 울산현대 선수단 버스는 이미 떠난 지 오래, 나홀로 원정온 광양전용구장에 남았다. 가족의 차가 30분 넘게 기다리고 있었다. 김신욱은 선수통로로 슬쩍 빠져나가지 않았다. "팬들이 기다리고 있어서요. 사인해주고 가야죠." 팬들이 있는 출구를 찾았다. 구단이 시킨 일도, 원정팀이 부탁한 일도 아니었다. 김신욱을 향해 수십명의 팬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사인은 오래 걸리니까 제가 사진 찍어드릴게요." 팬의 휴대폰을 대신 들고 팬들과 어깨동무를 한 채 환한 미소로 사진촬영에 응했다. 단 한명의 팬도 빼놓지 않았다.

"와, 팬서비스 끝내준다." "진짜 착한 선수다." 톱클래스 선수의, 클래스가 다른 팬서비스에 팬들이 감동했다. 김신욱은 팬들을 향해 깍듯이 인사를 한 후 차를 타고 떠났다.


'프로라면 김신욱처럼….' K-리그의 진정한 주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는 김신욱은 프로중의 프로였다. 10점 만점에 10점이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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