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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과 성남의 K-리그 클래식 3라운드 경기(16일)에서 승리의 키워드는 '스피드'였다. 김봉길 인천 감독과 안익수 성남 감독은 경기전 '스피드 전쟁'을 머릿속에 그렸다. 안방에서 인천을 맞이한 안익수 감독은 인천의 빠른 축구를 경계했다. 좌우 측면 공격수로 김태환 이현호 등 빠른 윙어들을 내세우며 수비 가담까지 주문했다. 인천의 측면을 흔들어 홈 14경기 무승 징크스에서 탈출할 계획을 세웠다. 발 뿐만 아니라 빠른 '두뇌 회전'도 강조했다. 원정경기에 나선 김봉길 감독 역시 '스피드'를 주문했다. 한교원 남준재 등 발빠른 측면 공격수들을 배치해 성남의 '스피드'에 맞불을 놓았다. 반면 상대 포백 수비라인이 제공권은 좋지만 발이 느리다는 것을 간파하고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드는 돌파를 주요 공격 루트로 삼았다. 이른바 인천과 성남의 '스피드 전쟁'. 두 감독의 전략 속에는 스피드가 공존했지만 결과는 상이했다. 인천이 FC서울을 3대2로 완파한 상승세를 앞세워 성남에 3대1 승리를 거두고 K-리그 클래식 2연승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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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팽하게 진행되던 경기 양상은 한교원의 선제골로 흐름이 급격하게 인천쪽으로 흘렀다. 한교원은 전반 39분 상대 수비진의 집중력 저하를 틈타 선제골을 성공시켰다. 왼쪽 측면에서 김창훈이 올린 크로스에 성남 수비진이 머뭇거렸다. 이 사이 문전으로 쇄도한 한교원이 골대 앞에서 오른발에 공을 살짝 갖다대 골키퍼 전상욱의 키를 넘겼다. 전반에 명암이 엇갈린 김 감독과 안 감독은 후반전에 들어가기에 앞서 라커룸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선제골을 넣었다고 해서 수비적으로 내려 앉지마라. 1골 더 넣는다는 생각으로 정상적로 경기에 임해라. 더 공격적으로 나서자." 안 감독은 골키퍼 전상욱의 실책이 뼈 아팠다. 문전에서 바운스된 볼에 대한 판단 미스였다. 왼쪽풀백 강진욱이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한 볼을 한교원이 뒤꿈치로 슬쩍 차넣은 공에 손을 대지 못했다. 전반 골 상황만 제외한다면 팽팽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안 감독은 라커룸에서 선수들을 질책하지 않았다. "연습한 대로 잘하고 있다"고 격려했다. 골키퍼 전상욱에게 보다 강한 집중력을 요구했다. 특별한 전술 변화는 없었다. 베스트 11이 그대로 후반전 휘슬을 맞이했다.
후반 13분에 터진 이석현의 프리킥 골에서 사실상 인천-성남전의 승패는 결정됐다. 승부처였다. 김 감독은 "2-0으로 앞설때 '이제는 됐다' 싶었다"고 했다. 이석현의 쐐기골이 가져온 효과는 인천보다 성남에 더 컸다. 김 감독은 "인천은 1-0 상황에서 방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 부분이 염려가 될 때 두 번째 골이 터졌다. 반면 성남은 이때부터 의기소침해졌다"고 평가했다. 반대로 이석현의 골에 안 감독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루키' 황의조를 투입해 투톱 작전으로 맞불을 놓았다. 이후 수비형 미드필더 김평래를 빼며 공격적인 카드를 빼들었다. 그러나 수비 대신 공격을 강화한 카드는 실패했다. 수비진의 집중력은 더 흐트러졌다. 후반 19분 디오고에게 세 번째 골을 허용한 장면에서는 강진욱의 미숙한 볼처리가 문제였다. 안 감독은 "경기 내용은 좋았지만 실수로 비롯된 실점 상황은 아쉽다. 좀 더 집중해서 이런 부분이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판단 미스 부분만 보완되면 잘 될 것이라 확신이 있다"고 경기를 총평했다. 반면 김 감독은 "측면 공격수들이 사이드에서 가운데로 빠져나가는 빠른 움직임을 주문한 것이 첫 골과 연결되면서 승리할 수 있었다. 선수들이 상승세를 타고 있어서 이기고자 하는 정신력이 더 강해졌다"고 했다. 결국 '스피드 전쟁'으로 시작된 인천과 성남의 K-리그 3라운드는 스피드와 정신력에서 모두 앞선 인천의 완승으로 끝이 났다.
전영지 하성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