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1번지' FC안양의 시즌 첫 승은 다음 경기로 미뤄졌다. 그러나 5000여명의 시민들은 9년 만에 부활한 축구단에 웃고 울었다.
17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FC안양-고양HiFC의 역사적인 K-리그 챌린지(2부 리그) 개막전. 경기 전 양팀 사령탑의 표정은 엇갈렸다. 이우형 FC안양 감독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묻어났다. 이 감독은 "내셔널리그 감독 데뷔 때는 멋몰랐을 때라 그랬지만, 오늘은 조금 긴장된다"고 밝혔다. 이어 "때려부수는 꿈을 꿨는데…. 그것이 고양을 때려부수는건진 의미는 알 수가 없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이 감독은 선수들에게 세 가지를 주문했다. 이 감독은 "'지나치게 긴장하지 말고, 좋은 경기력을 보여줘야 한다. 또 안양의 생일인 만큼 경기를 이겨야 한다'고 선수들에게 강조했다"고 말했다.
두팀은 내셔널리그에서 지긋지긋하게 충돌했다. 양팀 사령탑은 서로의 플레이 스타일은 이미 간파하고 있었다. 이우형 감독은 "이영무 감독은 미드필드에서 수싸움을 즐긴다. 역습 위주로 경기를 풀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래서 이우형 감독은 전반 20~30분까지 치열한 중원싸움에서 버텨낼 것을 주문했다. 이영무 감독은 '토털사커'를 외쳤다. 이 감독은 "협력수비, 콤팩트하고 기동력있는 축구를 할 것이다. 공간을 내주지 말아야 하고 전원 공격, 전원 수비의 '토탈사커'를 할 것"이라고 강조해다.
안양은 객관적인 전력의 우위를 앞세워 경기 초반부터 리드를 잡았다. 전반 2분 만에 '장신 수비수' 가솔현(1m92)이 이완희의 프리킥을 헤딩 골로 연결시켰다. 안양은 김원민의 공수조율 속에 빠른 패스 플레이로 볼점유율을 높였다. 고양도 실점 이후 만만치 않은 전력을 과시했다. 미드필더의 숫자를 높이면서 안양을 강하게 압박했다.
후반에도 안양은 고양을 밀어붙였다. 상대 문전에서 플레이를 펼치며 추가골을 노렸다. 그러나 골 결정력이 아쉬웠다. 안양은 후반 16분 이완희 대신 '옥쇄' 남궁도를 교체투입해 공격에 파괴력을 높였다.
하지만 안양은 고양의 기습적인 한 방에 당하고 말았다. 후반 33분 아크 서클 왼쪽에서 진창수의 패스를 받은 윤동헌이 강력한 중거리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안양은 곧바로 미드필더 변성환을 투입해 중원 조직력 향상을 꾀했다. '선수비 후역습' 작전을 펼친 고양에 파상공세를 펼쳤다. 그러나 좀처럼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결국 1대1로 비기고 말았다.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 역사적인 K-리그 개막전이었다.
안양=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