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팀 만나는 '제주 출신' 대전 3총사의 3인3색 속내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3-03-14 21:15 | 최종수정 2013-03-15 08:38


정석민(왼쪽)과 윤원일. 구마모토(일본)=박찬준 기자

자유계약제도가 도입되며 원클럽맨을 보기 힘들어졌다. 당연히 친정팀 개념도 많이 사라졌다.

그래도 자신이 몸담았던 팀과의 맞대결에 특별한 감정이 생기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함께 동고동락했던 코칭스태프, 동료 등을 적으로 만나기 때문이다. 16일 오후 2시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제주 유나이티드와 맞붙는 대전 시티즌에는 이처럼 묘한 심리상태에서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이 있다. 지난시즌까지 제주에서 뛰었던 정석민 박진옥 윤원일이 주인공이다.

정석민은 2012년 한해 동안 제주에서 뛰었다. 탄탄한 미드필드진에 밀려 고작 3경기 출전에 그쳤다. 그는 "내 실력이 부족했던 것도 있지만, 경기에 나설 수 있는 횟수가 너무 적었다"고 했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김인완 대전 감독이 손을 내밀었다. 자신의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대전은 시설과 지원면에서는 제주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오히려 오랜기간 대전에서 뛴 것처럼 "꼭 이기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어 "친정팀과의 경기에서 무언가 보여주겠다는 생각이 앞서면 경기를 그르치게 된다. 평소처럼 플레이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박진옥에게 제주는 조금 더 같하다. 군복무를 위해 광주상무(상주 상무 전신)에서 뛴 것을 제외하고는 프로 데뷔 이래 줄곧 제주에만 있었다. 제주의 전신인 부천까지 경험한 몇안되는 선수 중 하나다. 그런 그에게 제주와의 맞대결은 특별할 수 밖에 없다. 박진옥은 "대결이 기대되는 것은 사실이다. 느낌이 남다를 것이다. 친정팀이지만 프로는 승부를 내야 하기에 물러설 생각 없다"고 했다. 그는 유난히 친했던 강수일과 직접 맞대결을 펼쳐야 한다. 박진옥은 "팀이 2연패에 빠져있어 승리에 대한 생각이 더욱 간절하다. 주장이기 때문에 더욱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윤원일은 임대 신분으로 대전에 왔다. 그는 "이렇게 있다가는 계속 정체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선수는 경기를 뛰는게 중요하다. 뛸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대전에서 연락이 왔다"고 했다. 1, 2라운드에서 모두 경기에 뛰었던 윤원일은 계약 문제로 제주전에는 나서지 못한다. 윤원일은 "몸이 한창 올라오던 상태라 뛰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그는 조만간 돌아갈 팀이기는 하지만 현재 몸담고 있는 대전이 성적이 좋지 않아 책임감을 느끼는 듯 했다. 윤원일은 "어떻게든 팀이 잔류하는데 보탬이 되고 싶다. 최근 수비가 흔들리고 있어 내 책임같다. 빨리 몸상태를 더 올리겠다"고 했다.

오렌지색에서 자주색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이들의 활약 여하에 따라 대전의 시즌 첫 승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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