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합의해놓고 '사후 징계' 받아들일 수 없다?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3-03-14 18:25 | 최종수정 2013-03-15 08:37


한상운에게 퇴장성 반칙을 하고 있는 임유환(오른쪽).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올시즌부터 심판 판정의 공정성을 위해 사후 동영상 분석을 통한 징계제도를 도입했다. 심판위원회가 경기 중 발생한 퇴장 미적용 및 오적용에 대해 사후 분석을 하고 출전 정지를 부과하거나 징계를 감면·구제하는 것이 기본 골자다.

연맹은 K-리그 클래식 미디어데이가 열린 지난달 28일 13개 구단 감독(아시아챔피언스리그 출전으로 서정원 수원 감독 제외)이 모인 상황에서 제도의 취지를 설명했고, 감독들의 동의를 얻었다. 1라운드부터 사후 동영상 분석이 적용됐다.

제도의 도입 배경은 불공정 판정을 없애기 위해서다. 연맹은 승강제 원년을 맞아 판정 정확성 강화를 위해 올시즌 심판 전용 무전기를 도입했고, 프리킥 상황시 수비벽의 거리 확보를 위해 심판들이 그라운드에 스프레이로 선을 긋는다. 효과는 탁월했다. 경기 지연시간이 줄었고 심판과 선수들의 실랑이도 사라졌다. 사후 동영상 분석도 같은 취지로 시작됐다. 2부리그인 K-리그 챌린지 8개 구단 감독들도 14일 사후 징계제도를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각 구단은 퇴장 오적용에 대해서 서면으로 재심을 요청할 수 있게 됐다. 구단에게는 심판 판정에 대해 번복을 요청할 수 있는 '구제의 길'이 열린 셈이다. 반면 추후 징계를 통해 심판의 잘잘못이 만천하에 공개되는 상황이라 심판은 더 무거운 책임감을 떠 안게 됐다. 심판도 오심에 대한 징계를 받게 된다.

첫 사례가 나왔다. 연맹은 14일 'K-리그 클래식 2라운드 전북-울산 경기중 전반 32분 페널티지역 안에서 한상운(울산)에게 퇴장성 반칙으로 득점 기회를 방해했으나 제재를 받지 않은 임유환(전북)에게 2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다'고 발표했다. 이 경기에서 전북은 2대1로 승리를 거뒀다.

그런데 첫 출발부터 잡음이 생겼다. 해당 구단인 전북이 강하게 반발했다. 전북은 연맹에 "연맹 규정에 이런 내용(사후 비디오 분석)이 없다. 규정에 없는 내용을 토대로 내린 징계를 받아들일 수 없다. 이사회에서 결의가 먼저 되야 한다. 일방적인 통보였다"고 항의했다.

앞뒤가 잘 맞지 않는다.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K-리그 클래식의 14개 구단 감독들은 이미 동의를 했다. 공정성을 추구한다는 좋은 취지에도 모두 공감 했다. 여기에 연맹은 비디오 분석을 통해 추가 징계를 내린 선례가 수 차례 있다. 2009년 4월, 모따(당시 성남)의 팔꿈치 가격에 대해 비디오 분석 후 추가 징계를 내렸고 2012년 스테보(수원)가 에벨찡요(당시 성남)의 발을 밟아 추가 징계를 받은 것도 비디오를 통한 사후 징계였다. 비디오 징계는 엄연히 존재해왔다. 다른 점이 있다면 상벌위원회가 아닌 심판위원회에서 비디오 분석을 통해 징계를 내린다는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당사자가 되니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단다. K-리그 클래식을 대표하는 명문 구단 전북이 말이다.

승강제 원년이다. 모든 구단이 힘을 모아 승강제를 정착시키고 발전을 모색해야 할 시기다. 앞에서는 합의를 해놓고 뒤에서 다른 목소리를 낸다면 한국 프로축구의 발전은 항상 제자리 걸음을 할 뿐이다.


연맹도 전북의 항의에 대해 선을 그었다. 연맹 관계자는 "이미 감독들이 모인 상황에서 다 합의가 된 상황이다. 1라운드부터 사후 분석을 진행했고 전북이 첫 사례가 됐을 뿐이다. 이미 시작한 제도이고 연속성 있게 가야 한다. 큰 틀에서 공정함을 찾고자하는 방향성을 이해해달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이런 사례가 한 시즌에 10차례 이상 나온다. 징계 번복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연맹은 올시즌 승강제 원년을 맞아 공정하고 깨끗한 판정을 기치로 내걸었다. 구단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절실해 보인다. 전북도 언젠가는 이 제도의 혜택을 받을 날이 오지 않을까.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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