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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가 광저우 헝다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경기 결과때문만은 아니다. 전북은 1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F조 2차전 광저우전에서 1대1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지난해 3월 안방에서 열린 ACL 경기에서 1대5로 대패한 것에 대한 복수를 하지 못했지만 안방에서 승점을 추가했다.
경기가 끝난 뒤 리피 감독이 기자회견 불참 이유를 직접 밝혔다. "30년 만에 많이 아팠다. 평소에 건강하지만 아파서 어쩔수 없었다. 호텔에서 약을 먹고 쉬어서 훈련에 참가할 수 있었다."
이를 전해 들은 전북측은 황당해했다. 전북 관계자는 "훈련때 건강한 모습이었다. 기자회견에 불참할 정도로 아팠던 사람이 90분 경기 내내 서 있더라. 아팠다고는 하지만 한국과 아시아축구를 무시하는 행동이 분명하다"고 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는 기자회견 불참으로 벌금 1000달러(약 109만원)을 부과했다. 그러나 더욱 화가 나는 것은 그 이후의 행동이다. 중국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리피 감독은 벌금으로 1만달러(약 1000만원)를 냈다고 한다. 나머지 금액은 AFC 직원들 회식하는데 쓰라며 받지도 않았단다. 1200만달러(약131억원)의 연봉을 받는 리피 감독에게 벌금은 콧방귀를 뀔 수준에 불과했다.
전북의 속앓이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광저우전을 치르고 난 뒤 후유증이 크다. 지난해 안방에서 치른 광저우전에서 중앙 수비수 조성환과 임유환이 부상으로 쓰러졌다. 꼬리뼈를 다친 조성환은 이후 종아리 부상까지 켭치며 시즌을 접었다. 임유환도 한동안 그라운드를 떠나 있었다. 올해도 수비수들의 줄부상이 이어졌다. 전북의 핵심 수비수 정인환은 전반 40분 들것에 실려 나갔다. 공중볼을 다투던 과정에서 크게 넘어졌다. 치료를 받고 다시 경기를 뛰었지만 스스로 교체 사인을 냈다. 전반이 끝난 뒤 풀백 전광환도 교체됐다. 어깨가 탈구됐다. 다행이 정인환과 전광환의 부상은 심각한 수준이 아니다. 지난해 수비수의 줄부상으로 선수 구성에 어려움을 겪었던 전북은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2년 연속 조별리그에서 마주친 것도, 경기마다 수비수가 부상을 하는 것도 우연이지만 전북과 광저우 사이에 악연으로 꼬여있는 매듭은 쉽게 풀리지 않을 것 같다.
전주=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