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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킨 '봉길 매직', '경인 더비'를 꿈꾼다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3-03-12 11:46 | 최종수정 2013-03-13 08:25



인천에게, 특히 김봉길 인천 감독에게 FC서울은 어떤 존재일까. 결코 두려운 상대는 아니다. 선수들의 정신력도 서울만 만나면 배가 된다. 그래서 더 경기력이 좋다.

그런데 김 감독은 서울전을 준비하며 경기 이상의 것도 바라보고 있었다. 서울-수원의 '슈퍼매치'처럼 인천과 서울의 '경인더비'도 K-리그 클래식을 대표하는 '더비'로 자리잡기를 기대한다.

먼저 김 감독에게 서울은 고마운 존재였다. 지난해 7월 15일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K-리그 21라운드. 인천은 당시 선두를 달리고 있던 FC서울을 상대로 3대2의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승리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7월 16일, 인천은 김봉길 감독 대행의 '대행' 꼬리표를 떼줬다. 김 감독은 4월 11일 허정무 전 감독의 사퇴로 감독대행에 오른지 3개월 만에 정식 감독으로 인천을 이끌게 됐다. 한때 최하위까지 처졌던 팀을 중위권까지 올려 놓았다. 그리고 선두팀 서울까지 꺾은 인천은 2012년 '봉길 매직'과 함께 비상했다. 비록 A그룹(1~8위)에는 들지 못했지만 인천은 19경기 무패행진을 벌이며 팀 창단 이후 최다 연속 경기 무패행진 기록까지 세웠다.

2013년 3월 9일, 인천의 '봉길 매직'이 또 한 번 힘을 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2라운드에서 지난해 챔피언 서울에 3대2 역전승을 거뒀다. 인천이 서울 원정에서 승리한 것은 2004년 10월 이후 9년 만이었다. 13경기를 치르는 동안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인천에게 무덤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이날 승리로 인천은 6무7패의 지긋지긋했던 무승 징크스에서 탈출했다.

2013시즌. 인천은 사실 위기다. 정인환 이규로 정 혁 등 주축 멤버 세 명이 이적해 팀 전력은 약화됐다. 선수단 내에서도 '위기론'은 팽배했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도 김 감독은 지략과 용병술로 서울을 꺾는 이변을 일으키며 화려한 2013시즌을 예고했다.

김 감독은 서울을 상대로 정면 승부를 택했다. 객관적 전력 열세와 원정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라인을 끌어 올렸다. 전략은 적중했다. 최고의 미드필드진을 보유한 서울은 하대성-고명진을 앞세웠지만 인천의 강한 압박에 힘을 잃었다. 자연스럽게 데얀과 몰리나가 페널티 박스 밖으로 자주 내려왔고 공격의 날은 무뎌졌다. 용병술은 화룡점정이었다. 서울 선수들이 지친 것을 간파하고 발이 빠른 측면 공격수 찌아고를 투입해 서울을 유린했다. 2-2로 맞선 상황에서 터진 결승골 장면은 찌아고의 빠른 돌파와 넓은 시야가 돋보인 장면이었다. 결승골도 교체 투입된 문상윤의 발끝에서 터졌다. 선수들의 압박과 투지, 김 감독의 전략과 용병술이 하나가 된 인천은 '챔피언' 서울에 2연승을 거두는 이변을 일으켰다.

김 감독에게 서울전 승리 소감을 물었다. 두 번의 3대2 역전승 모두 "지도자 경력 중 기억에 남을 만한 경기"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하지만 승리에 대한 의미는 그 이상이었다. 김 감독은 "올시즌을 앞두고 이적이 많아서 선수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첫 경기에서도 득점을 하지 못하며 불안했다. 그러나 챔피언팀을 꺾었다. 3골도 넣었다. 이 경기 덕분에 선수들이 어느 팀과 대결해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특히 지난해와 달리 이번에는 원정에서 이겨서 기쁨이 두 배"라고 밝혔다. 그는 "서울을 이겼다고 자만하면 안된다. 올해는 14개팀 모두 약팀이 없다"면서 몸을 낮췄다. 그러나 한 가지 바람만은 명확했다. 수도권의 유일한 시민구단인 인천이 서울 수원 성남 등 수도권 기업구단과 함께 K-리그 클래식에서 새로운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다. 그는 "그동안 서울 수원 성남 등 수도권 팀들 중에 강팀이 많았다. 인천이 시민구단이지만 수도권 팀들과 경기를 할때는 '더비'를 형성해 즐거운 축구를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인천은 16일 K-리그 클래식 3라운드에서 성남을 상대한다. '수도권 더비'가 클래식 팬들에게 어떤 재미를 선사할지 기대가 모아진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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