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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를 꿈꿨다. 안방에서 치욕적인 패배를 당한지 꼭 1년 만이었다. 오랫동안 갈아온 칼날은 무뎠다. 안방에서 기록한 무승부는 끝내 찝찝했다. 복수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올시즌 두 팀은 다시 F조에서 만났다. 얄궂었던 운명의 주사위는 지난해 12월에 던져졌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조 추첨 결과 전북이 광저우와 다시 한 조에 속하게 됐다. 전북은 지난해 굴욕적인 패배를 당한지 1년 만에 운명처럼 다시 광저우를 안방으로 불러들였다.
한을 풀기 위해 복수의 칼을 갈았다. 전북은 올시즌 K-리그 클래식은 물론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노리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이를 위해 겨울이적시장에서 8명의 주전급 선수들을 대거 수혈하며 전력을 업그레이드했다. 지난해 수비진이 무너지며 참패를 당한 아픔은 교훈이었다. 국가대표 수비수 정인환을 인천으로부터 영입하며 수비의 벽을 두텁게 했다. 벨기에 출신의 공격수 케빈을 영입하며 '닥공(닥치고 공격)'을 강화했다.
그러나 복수를 꿈꾸던 녹색 전사들의 의지는 끝내 승리와 연결되지 못했다. 스리백을 내세워 수비에 무게를 둔 뒤 콘카와 무리퀴를 앞세워 역습을 전개하는 광저우의 전술을 쉽게 뚫지 못했다.
초반에 광저우의 역습에 고전하던 전북은 선제골을 넣으며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전반 28분 박원재의 패스를 받은 김정우가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광저우의 골망을 흔들었다. 대지가 흔들렸다. 반면 '동원'된 광저우 팬들은 일순간 침묵했다. 그러나 후반 19분, 무리퀴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며 '복수 시나리오'에 금이 갔다. 이후 전북은 케빈을 투입하며 추가골을 노렸지만 끝내 광저우의 골망을 다시 흔들지 못한채 안방에서 승점 1점을 추가하는데 그쳤다. 1년을 기다린 '복수혈전'은 아쉬움만을 남기게 됐다.
전주=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아시아챔피언스리그 F조 전적(12일)
전북 현대(2무·한국) 1-1 광저우 헝다(1승1무·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