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끝내 이루지 못한 광저우전 '복수혈전'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3-03-12 21:05


1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AFC 챔피언스리그 F조 조별리그 2차전 전북 현대와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의 경기가 열렸다. 전반 중반 전북 김정우가 강력한 중거리슛으로 선제골을 작렬시키고 있다.
전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3.03.12/

복수를 꿈꿨다. 안방에서 치욕적인 패배를 당한지 꼭 1년 만이었다. 오랫동안 갈아온 칼날은 무뎠다. 안방에서 기록한 무승부는 끝내 찝찝했다. 복수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전북이 1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챔피언스리그 F조 2차전에서 광저우 헝다(중국)와 1대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조별리그 1차전에서 무앙통(태국)과 2대2로 무승부를 기록한 전북은 두 경기 연속 승리를 거두지 못해 16강행까지 험난한 일정을 앞두게 됐다.

전북에는 '힐링'과 '복수'를 동시에 꿈꿀 수 있는 경기였다. 지난해는 아픔을 넘어 충격이었다. 광저우와 함께 H조에 속했던 전북은 3월 7일 광저우와의 홈경기에서 1대5로 대패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2011년 K-리그 챔피언팀의 굴욕이었다. 전북은 5월 1일 광저우 원정경기에서 3대1로 승리를 거뒀으나 대패가 도화선이 돼 끝내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했다.

올시즌 두 팀은 다시 F조에서 만났다. 얄궂었던 운명의 주사위는 지난해 12월에 던져졌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조 추첨 결과 전북이 광저우와 다시 한 조에 속하게 됐다. 전북은 지난해 굴욕적인 패배를 당한지 1년 만에 운명처럼 다시 광저우를 안방으로 불러들였다.

한을 풀기 위해 복수의 칼을 갈았다. 전북은 올시즌 K-리그 클래식은 물론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노리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이를 위해 겨울이적시장에서 8명의 주전급 선수들을 대거 수혈하며 전력을 업그레이드했다. 지난해 수비진이 무너지며 참패를 당한 아픔은 교훈이었다. 국가대표 수비수 정인환을 인천으로부터 영입하며 수비의 벽을 두텁게 했다. 벨기에 출신의 공격수 케빈을 영입하며 '닥공(닥치고 공격)'을 강화했다.

경기 전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파비오 전북 감독대행은 "지난해 1대5로 홈에서 패한 것을 알고 있지만 이번 경기는 승점 3점이 중요하다"며 차분하게 경기를 준비했다. 반면 이탈리아 출신의 '명장' 마르첼로 리피 감독은 공식 기자회견에도 불참하며 전력 공개를 꺼렸다. 고령이라는 핑계를 댔다. 아시아축구연맹(AFC)에서 기자회견 불참으로 부과하는 벌금 1000달러(약 109만원)는 1200만달러(약131억원)의 연봉을 받는 리피 감독에게 콧방귀를 뀔 수준에 불과했다. 이밖에 광저우는 구단이 비용을 지불하며 국내에 머물고 있는 중국인 축구팬 3000여명에게 광저우 유니폼을 입혔다. 응원전에서부터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러나 복수를 꿈꾸던 녹색 전사들의 의지는 끝내 승리와 연결되지 못했다. 스리백을 내세워 수비에 무게를 둔 뒤 콘카와 무리퀴를 앞세워 역습을 전개하는 광저우의 전술을 쉽게 뚫지 못했다.

초반에 광저우의 역습에 고전하던 전북은 선제골을 넣으며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전반 28분 박원재의 패스를 받은 김정우가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광저우의 골망을 흔들었다. 대지가 흔들렸다. 반면 '동원'된 광저우 팬들은 일순간 침묵했다. 그러나 후반 19분, 무리퀴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며 '복수 시나리오'에 금이 갔다. 이후 전북은 케빈을 투입하며 추가골을 노렸지만 끝내 광저우의 골망을 다시 흔들지 못한채 안방에서 승점 1점을 추가하는데 그쳤다. 1년을 기다린 '복수혈전'은 아쉬움만을 남기게 됐다.
전주=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아시아챔피언스리그 F조 전적(12일)

전북 현대(2무·한국) 1-1 광저우 헝다(1승1무·중국)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