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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디펜딩 챔프 FC서울 어떻게 봐야 하나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3-03-11 07:54



예상을 빗나갔다.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 디펜딩챔피언 FC서울이 충격에 빠졌다.

출발은 상큼했다. 서울은 지난달 26일 장쑤(중국)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1차전에서 5대1로 대승했다. 그리고 2013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의 문이 열렸다. 서울은 2일 포항과의 개막전에서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2대2로 비겼다. 9일 인천과의 홈경기에서는 2대3으로 역전패했다.

2년 전의 재판이다. 서울은 2010년 10년 만에 K-리그 우승컵을 돌렸다. 2011년 리그 2연패의 부푼 꿈을 안았지만 초반 2경기에서 1무1패로 저조했다. 그 해 무관에 울었다. 서울은 지난해 2년 만에 다시 정상에 올랐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과 함께 클래식 2연패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우승 후유증이 재현되는 분위기다.

무너진 디펜딩챔피언, 과연 어떻게 봐야할까. 2년 전과 무늬는 다르다. '데몰리션'을 앞세운 화력은 클래식 최강이다. ACL을 포함해 3경기에서 9골을 터트렸다. 경기당 평균 3골을 기록했다.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그러나 축구는 공격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공수밸런스가 무너졌다. 수비라인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인천전에서 서울은 전반 28분 아디의 헤딩골로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6분 뒤 어이없이 동점골을 허용했다. 골키퍼 김용대가 이석현의 평범한 중거리 슈팅을 잡다 놓쳤고, 볼은 굴절되며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포백도 총체적인 부실이다. 상대 공격의 스피드에 밀리면서 허무하게 뒷공간을 내주고 있다. 볼처리도 미숙했고, 집중력도 떨어졌다. 오른쪽 윙백 고요한의 부진도 뼈아프다. 그는 지난해 탄탄한 수비와 활발한 오버래핑으로 팀의 우승에 일조했다. 하지만 올해 '이상저온'에 시달리고 있다. 제몫을 못하고 있다. 오른쪽 측면이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서울은 이날 후반 6분에 코너킥 세트피스, 33분에는 역습에 당했다. 중원도 문제다. 공격 실마리를 푸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1차 저지에 실패하며 수비에 부담을 주고 있다.

상대의 집중 견제에도 영리하게 반응을 못하고 있다. 서울은 어느 팀도 쉽게 볼 수 없다. 맞불을 놓았다간 대패를 할 수 있다. 포항에 이어 인천도 서울을 거칠게 다루었다. 스스로 덫에 걸렸다. 심리전에 말리면서 각자의 특성을 살리지 못했다. 허무하게 승점 3점을 내줬다. 9년 만에 서울 원정 징크스를 깬 김봉길 인천 감독은 뼈있는 한 마디를 남겼다. 그는 이날 경기 후 "서울이 공격적으로는 좋은 팀이라고 생각하지만 수비적인 허점이 있는 걸 알고 있었다. 서울의 수비 뒷공간이 열리는 것을 포항전에서 발견해서 선수들에게 공을 나와서 받기 보다는 뒤에서 받으라고 주문한 것이 잘 맞아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인천은 이날 승리로 2004년 10월 이후 서울 원정 13경기 연속 무승의 늪(5무8패)에서 탈출했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실수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게 축구라지만 너무 중요한 시점에 실수가 나오면서 문제가 됐다. 수비의 안정화가 우선되어야 한다"며 "아직 진정한 서울의 모습이 아니다. 시즌 초반에 여러 가지 보완해야할 점이 나오고 있는데 이것을 빠르게 개선해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제 2라운드가 흘렀다. 여전히 갈 길은 멀다. 그러나 우승을 다툴 전북과 수원은 2연승으로 승점 6점을 쌓았다. 서울의 승점은 고작 1점이다. 공수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은 없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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