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석주 감독과 전현철, 돌고 돌아온 특별한 인연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3-03-10 18:19


지난달 말 남해전지훈련 중이었던 하석주 전남 감독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태국 전지훈련에서 5전 전승을 거두었다. 남해에서도 승리는 이어졌다.

하지만 내용이 아쉬웠다. 최전방에서 힘을 실어줄 확실한 공격수가 없었다. 이리저리 생각해도 답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하 감독의 눈에 낯익은 선수가 하나 들어왔다. 성남의 2년차 공격수 전현철이었다.

하 감독은 바로 안익수 성남 감독에게 달려갔다. 전현철을 달라고 요청했다. 선수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하 감독이 아주대를 맡았던 2012년 전현철은 3학년 주전 공격수였다. 2011년 U-리그 챔피언십 득점왕 출신이었다. 득점력은 검증됐다. 인성도 훌륭했다. 전현철은 2012년 십자인대를 크게 다쳐 수술대에 올랐다. 이후 불굴의 의지를 발휘했다. 보통 선수라면 9개월 정도 걸릴 재활을 6개월만에 마쳤다. 전현철을 데려온다면 전남에 큰 보탬이 될 수 밖에 없었다.

하 감독의 요청에 안 감독은 손사래를 쳤다. 전현철은 성남이 미래를 위해 계속 키우고 있던 선수였다. 201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데려왔다. 안 감독은 전현철은 훌륭한 조커이자 젊은 유망주로 분류했다. 계속 키우고 싶었다.

하 감독도 끈질겼다. 요청을 멈추지 않았다. 선수는 경기에 나가야 성장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성남에는 김동섭 이승렬 등 쟁쟁한 선수들이 있었다. 전현철이 뛰기가 쉽지 않았다. 전남은 달랐다. 공격수 자리에는 이렇다할 선수가 없었다. 전현철이 온다면 충분히 주전을 꿰찰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 감독의 연이은 설득에 결국 안 감독도 항복했다. 헤어진지 1년만에 전현철과 하 감독은 다시 만났다. 시즌 첫 경기를 불과 5일 앞둔 지난달 25일이었다.

전현철은 2일 1라운드 제주와의 홈개막전에서 선발로 나섰다. 아쉬움만 남았다. 열심히 뛰어다녔지만 아직은 팀과 호흡이 맞지 않았다. 전남은 제주에 0대1로 졌다. 전현철은 하 감독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하 감독은 "괜찮다"며 전현철을 격려했다.

10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대구FC와의 2차전 원정경기. 전현철은 그라운드가 아닌 벤치에 있었다. 섭섭함은 없었다. 교체 투입만을 생각했다. 기회가 왔다. 0-1로 뒤진 후반 12분 마르싱요를 대신해 경기장에 투입됐다. 후반 36분이었다. 드리블 돌파로 대구 진영을 침투했다. 문전 앞에서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전현철은 벤치로 달려가 하 감독의 품에 안겼다. 자신을 믿어준 것에 대한 보답이었다. 전현철의 동점골로 전남은 1명 적은 상태에서 대구와 1대1로 비겼다. 소중한 승점 1점이었다.

하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전현철에 대해 "참 어렵게 데려온 선수다. 우리팀의 득점력 부재를 해결해줄 선수다"고 칭찬했다. 전현철도 "하 감독의 믿음에 부합하기 위해 열심히 뛰었다. 앞으로도 열심히 해서 팀의 FA컵 우승을 이끌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공격 포인트 10개 이상이 목표다"고 했다. 이날 경기장을 찾았던 안 감독에 대해서는 "섭섭함은 없다. 이곳에서 더 잘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대구=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