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루니'이종호 PK실축에 대처하는 전남의 자세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3-03-06 18:35 | 최종수정 2013-03-07 09:28


사진제공=전남드래곤즈 구단

'광양루니' 이종호(21·전남)는 지난 2일 제주와의 개막전에서 1분새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전반 27분 제주 골키퍼 박준혁과 정면충돌하며 페널티킥(PK)을 이끌어냈다. 다이빙캐치를 하던 박준혁의 손이 이종호의 다리에 걸렸다. 이종호 특유의 골을 향한 투지와 문전에서의 저돌적인 움직임이 빚어낸 결과였다. 골이 들어간 양 전남유스 1년 선배 황도연(22·전남)과 얼싸안고 뛸듯이 기뻐했다. 자신이 직접 얻어낸 PK의 키커로 주저없이 나섰다. 자신감이 넘쳤지만, 방향을 읽힌 슈팅은 골키퍼의 거미손에 걸려들었다. 실패였다. 순간 7000여 관중으로 가득 찬 광양전용구장에 냉랭한 기운이 감돌았다. 베스트11 중 23세 이하 선수가 8명인 '어린' 전남은 예기치 못한 실축에 당황했다. 우왕좌왕하는 새 제주의 예리한 역습이 시작됐다. 1분만인 전반 28분 브라질 스트라이커 페드로에게 통한의 결승골을 허용했다. 0대1, 이종호의 마수걸이골을 기대한 개막전에서 전남은 패했다.

지고 나면 밤잠 못이루는 '승부사' 하석주 전남 감독은 이종호의 실축을 1%도 탓하지 않았다. "축구에서 PK가 늘 들어간다는 보장이 없는 것 아니냐. 본인이 상처 입었을 거라 생각한다. 어리고 미래가 촉망되는 선수이기 때문에 특별한 지시보다는 도와주고 싶다"며 '애제자'를 감쌌다. "본인이 만회하려고 정말 열심히 했다"며 실점 이후의 필사적인 움직임을 칭찬했다. 이날 이종호의 슈팅 3개는 모두 유효슈팅으로 기록됐다.

며칠 후 하 감독에게 그날의 뼈아픈 실축을 언급하며, 조언을 다시 부탁했다. 하 감독의 한마디가 인상적이었다. "그 놈은 씩씩한 놈이라 아무 말 안해줘도 된다"고 했다. "누구보다 속상해하고, 누구보다 더 열심히 알아서 노력할 놈이니 걱정 안해도 된다"고 덧붙였다. 개막전 전날 훈련중 킥 연습에서 이종호는 놀라운 적중률을 보였다. 스스로 1번 키커를 자원했다. 하 감독은 이종호의 투지와 도전정신을 높이 샀다. "먼저 자원하는 자신감 있는 모습이 좋았다. 나는 우리 선수들에게 늘 이야기한다. 실패해도, 실수해도 괜찮다. 대신 실패하더라도 실수하더라도 당당하게 멋지게 하자."

전남 유스 시절부터 이종호를 지켜봐온 노상래 수석코치의 처방 역시 같았다. 경기 직후 등을 토닥이며 "빨리 잊어라"고 한 한마디가 전부다. "오히려 개막전 실축이 종호에게 약이 될 것이다. 쉽게 들어갔다면 첫골에 자만할 수도 있다. 공격수로서 더 열심히 하는 자극제가 됐으니 오히려 잘됐다"고 평가했다.

이종호는 욕심 있는 선수다. 지동원의 '전남유스' 1년 후배로, 광양제철고 시절 또래 중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다. 1년차 때 신인왕을 노렸지만 2골 3도움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년차에 6골 2도움으로 성장세를 보여줬다. 3년차, 야심차게 15골을 목표로 삼고 있었다. 지난 겨울 동계훈련지에서 만난 전남 선수들은 올시즌 가장 많은 골을 넣을 선수로 서슴없이 웨슬리, 이종호를 꼽았다. 이종호는 "그래도 한국선수인데 제가 웨슬리보다는 많이 넣어야죠"라며 자존심을 한껏 세웠다. 욕심 있고 투지 넘쳤다. 최전방 토종 공격수를 향한 동료들의 믿음, 개막전 실축에 개의치 않는 코칭스태프의 믿음은 굳건하다. 전남은 10일 오후 3시 대구과의 일전에서 시즌 첫승데 오전하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