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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만큼 감독의 역량이 중요한 스포츠는 없다.
2012~2013시즌 초반 레알 마드리드의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언제나 승리라는 목표를 위해 하나로 뭉쳐있던 무리뉴의 팀 답지 않았다. '에이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슬프다"며 팀을 떠날 뜻을 내비쳤고, 포르투갈 출신과 스페인 출신간의 내분설이 이어졌다. 무리뉴 감독과 언론과의 전쟁은 계속되고 있었다. 레알 마드리드의 상징과도 같은 이케르 카시야스를 벤치에 앉히자 팬들마저 등을 돌리는 양상이었다. 무리뉴 감독은 경기장 위에서의 승리를 위해 경기장 밖의 싸움을 매우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감독이다. 그가 기자회견장에서 무례해보일 정도로 당당한 이유는 자신에게 이목을 집중시켜 선수들의 압박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번에는 분위기가 달랐다. 경기장 밖의 싸움이 그에게 역풍으로 돌아왔다. 오른팔 호르헤 발다노를 내칠 정도로 무리뉴 감독에게 신뢰를 보냈던 플로렌티노 페레스 회장도 의구의 눈빛을 보냈다. 그 사이 레알 마드리드는 바르셀로나에 한참 뒤진채 리그 우승싸움에서 멀어져 있었다.
무리뉴 감독은 팬과 언론의 비난이 계속될수록 입을 굳게 다물었다. 대신 팀 정비에 나섰다. 라파엘 바란과 알바로 모라타를 중용했다. 부상 중인 카시야스를 대신할 디에고 로페스를 영입하며 경쟁체제를 갖췄다. 그리고 무리뉴 감독의 거취가 사실상 결정될 '죽음의 일정'이 시작됐다. 2월9일 세비야와의 홈경기를 시작으로 2번의 엘 클라시코와 맨유와의 유럽챔피언스리그 16강이 이어졌다. 레알 마드리드는 달라졌다. 시즌 내내 흔들렸던 레알 마드리드가 팀으로 뭉쳤다. 세비야를 4대1로 격파했고, 데포르티보도 2대1로 꺾으며 리아소르 원정 징크스를 씻어냈다. 이어 바르셀로나를 연파했다. 결과 뿐만 아니라 내용까지 완벽했다. 무리뉴 감독은 갈등을 빚었던 카시야스를 기자회견에 내보내며 대통합에 나섰다. 무리뉴 감독은 다시 터치라인을 따라 열정적 지시를 내렸고, 선수들은 무리뉴 감독이 원하는 모습 그대로 움직였다.
레알 마드리드는 적지에서 맨유마저 꺾으며 죽음의 7경기에서 6승1무라는 성과를 거뒀다. 보상은 달콤했다. 스페인국왕컵(코파 델 레이)은 결승에 올랐고,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는 8강에 진출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시즌은 지금부터다. 침묵한 무리뉴 감독은 비판을 성적으로 잠재우는데 성공했다. 갈락티코는 누구보다 빛나는 스타군단이다. 그러나 '팀'으로 뭉친 레알 마드리드는 스타가 가득한 갈락티코보다 더 빛났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