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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춘계대학축구연맹전] '언더독' 정평열 감독의 광주대, 한양대 꺾고 우승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3-03-06 17:36 | 최종수정 2013-03-06 17:41


광주대가 제49회 전국춘계대학축구연맹전 우승을 차지했다. 광주대 선수들이 포즈를 취했다. 해남=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언더독(under dog : 이기거나 성공할 가능성이 적은 약자)이었다. 선수 생활을 보잘 것 없었다. 지도자 생활도 순탄치 않았다. 땀은 결코 배반하지 않는다는 말만 믿었다.

6일 전남 해남군 우슬경기장. 정평열 광주대 감독(51)은 한양대와의 제49회 전국춘계대학축구연맹전 결승전에 선수들을 이끌고 나섰다. 한양대는 스타군단이었다. 미드필더 배민호와 수비수 박종오, 골키퍼 김경민은 모두 21세 이하 대표팀에서도 뛰고 있었다. 미드필더 오영준은 20세 이하 대표팀 멤버였다. 지난해 19세 이하 아시아청소년챔피언십 우승의 주역이었다. 춘계연맹전에서만 6회 우승을 차지한 전통의 명문이었다.

반면 광주대는 초라했다. 팀 내에 연령급 대표팀은 하나도 없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뒤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정 감독이 믿을만한 것은 선수단과 자신 밖에 없었다. 정 감독에게 광주대는 마지막 기회였다. 금호고와 전남대를 나온 정 감독은 1989년 일화 창단 멤버로 합류했다. 공격수였지만 쟁쟁한 선수들에게 밀렸다. 1991년 2월 은퇴를 선택했다. 광명고에서 3년간 교사로 지냈다. 안정적인 생활도 좋았지만 축구에 대한 꿈을 버릴 수 없었다. 1993년 완산 푸마의 트레이너로 합류했다. 1995년 방송대학교 감독으로 부임했다 1998년까지 방송대를 이끌었다. 방송대 감독직을 그만둔 뒤 불러주는 곳이 없었다.

야인이었다. 그래도 지도자에 대한 꿈을 접지 않았다. 언젠가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틈이 날 때마다 잘하는 팀을 몰래 찾아가 훈련법을 지켜보며 준비했다. 2008년 광주대가 정 감독을 불렀다. 창단감독으로 합류했다. 어려운 시간이었다. 지방대학팀으로 선수 스카웃도 힘들었다. 좋은 선수들은 프로와 명문대로 빠져나갔다. 정 감독은 전국을 돌아다녔다. '가능성은 있지만 팀에서 잘 뛰지 못하는' 선수들을 데려왔다.


광주대가 제49회 전국춘계대학축구연맹전 우승을 차지했다. 정평열 광주대 감독이 포즈를 취했다. 해남=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대학선수 정도 되면 기술은 완성단계에 이르게 된다. 정 감독은 정신력과 체력에 집중했다. 선수들 대부분이 자신감이 없었다. 항상 선수들을 격려하면서 보듬었다. 체력을 끌어올리면서 조직력을 키웠다. 시간이 지나면서 광주대는 발전을 거듭했다. 2010년 처음 나선 U-리그에서는 호남권역 5위를 차지했다. 2011년에는 3위가 됐다. 2012년에는 당당히 호남1권역 1위를 차지했다. 그 해 왕중왕전 16강에서는 전통의 명문 고려대를 누르며 8강까지 진출했다. 이번 춘계연맹전에서 광주대는 끈질겼다. 10조 2위로 예선을 통과했다. 32강과 16강전은 모두 1골차 승리였다. 준결승전에서는 우석대와 만나 득점없이 비겼다. 승부차기에서 12대11로 승리했다. 팀 창단 후 첫 결승 진출이었다.

광주대는 경기력의 열세를 조직력과 투지로 메웠다. 전반 초반부터 강력한 몸싸움으로 한양대를 괴롭혔다. 수비를 두텁게 한 뒤 날카로운 역습으로 나섰다. 세트피스도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후반 20분 스트라이커 이민우가 결승골을 뽑아냈다. 1대0으로 승리하며 사상 첫 우승의 기쁨을 맛보았다.

정 감독은 "정신 무장을 잘해준 선수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우승으로 선수들이 자신감과 희망을 얻었을 것이다. 이제 남은 U-리그와 추계연맹전 등에서 방심하지 않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최우수지도자상을 받았다. 결승골의 주인공 이민우는 최우수선수상을 받았다.
해남=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제49회 전국춘계대학축구연맹전 결승전 전적(6일)

광주대 1-0 한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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