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 연 K리그 클래식 '강렬했던 수원'

박아람 기자

기사입력 2013-03-04 09:59 | 최종수정 2013-03-04 13:45


스포츠조선 DB

AFC 챔피언스리그 1라운드 센트럴코스트전에서 힘찬 날갯짓을 시작했지만, 경기 내용에선 힘만 빠졌다. 아무래도 동아시아권을 벗어나 부담으로 작용했을 호주 원정부터 석 달 만에 잠 깨운 실전 감각과 시즌 첫 경기라는 부담감까지 수원을 짓눌렀을 터. 하지만 나흘 뒤 2013 K리그 클래식 성남과의 개막전을 치른 수원은 완전히 다른 팀이 되어 있었다. 여러 압박 요소에서 조금씩 벗어났을 그들은 "아직까지는 부족하다"는 서정원 감독 인터뷰처럼 몇몇 약점을 드러내 완성 단계에는 살짝 못 미쳤을지 몰라도, 시즌 개막전이었음을 감안하면 그 인상은 상당히 강렬했다.

김두현-오장은의 중앙 미드필더 조합을 내세운 수원은 제파로프가 빠진 성남과의 중원 싸움에서 확연한 차이를 만들어냈다. 김두현처럼 기술적으로 안정된 선수가 본인의 몫을 제대로 해줄 수 있는 날이면, 직접 맞부딪혀야 할 상대 중원은 엄청나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난 시즌 경찰청에서 복귀한 뒤 8경기를 소화하며 한 해를 마감해야 했던 이 선수는 동계 훈련 뒤 몸이 한층 더 올라온 모습이었는데, 이를 바탕으로 한 볼 키핑은 더없이 안정적이었고, 여기에서 시작돼 공격 진영으로 투입된 전진 패스는 성남 진영 곳곳을 갈라놓았다.

여기서 더욱 기대되는 건 이용래가 합류한 뒤의 모습이다. 김두현-오장은 라인은 역할 분담에 있어 무난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허리가 강한 팀들과의 경기에서 전방에 두 명의 공격수를 활용하고자 했을 땐 중원이 다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앞선에 위치한 정대세와 조동건의 활동량과 적극성이 괜찮다고는 해도 중앙 수비 앞 진영에서 팀의 무게 중심을 잡아줄 만한 자원이 필요한 법, 이용래가 돌아온다면 조합 면에서 훨씬 더 내실 있는 플레이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성남 황의조의 활약 또한 무시할 수 없었던 경기인데, 이용래가 제대로 된 폼을 갖고 돌아와 경기에 뛰었다면 더 흥미진진한 대결이 나왔을 것이다.

중원 조합을 기점으로 펼친 공격력도 눈에 띄었다. 정대세의 폭넓은 활동 범위와 적극성은 스위칭에 힘을 실어 단조로운 공격 패턴을 다양하게 바꿔놓았고, 볼 경합 과정에서 단단한 피지컬로 어깨를 먼저 넣어 공간을 선점하던 장면은 상대 수비에게 상당한 부담을 안겼다. 게다가 일대일 찬스에서 여유 있게 칩샷까지 날려 결승골을 뽑아낸 조동건의 결정력과 폼도 임펙트가 강했는데, 이들의 호흡이 맞아 들어가면 무시무시한 파괴력이 나올 전망이다. 관중석에 광나는 선글라스를 쓰고 나타난 라돈치치도 마냥 안심할 수는 없었을 경기, 이들의 치열한 경쟁은 여러 대회를 노리는 서정원 감독 손에 든든한 공격 옵션을 여럿 쥐여줄 것이다.

시작과 끝을 장식한 서정진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초반 라돈치치-스테보 투톱의 머리를 노리는 굵은 선의 축구에 측면에서 중앙으로 들어오며 가는 선을 그렸던 서정진의 존재감은 더욱 뚜렷해졌다. 전반 9분 만에 상대 수비 측면 뒤로 잘라 들어가 선제골을 성공시키더니 후반 27분에는 중원 싸움에서 볼을 빼앗아내 기막힌 스루패스를 넣어주며 결승골까지 도왔다. 한 경기로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어쩌면 그동안 대표팀에서 꾸준히 기회를 부여받았던 몇몇 측면 자원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준 건 아니었나 싶다. 이와 함께 왼쪽의 폭발력도 얼마나 살아날지 기대가 되는 수원, 이들의 날갯짓에 주목해보자.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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