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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C 챔피언스리그 1라운드 센트럴코스트전에서 힘찬 날갯짓을 시작했지만, 경기 내용에선 힘만 빠졌다. 아무래도 동아시아권을 벗어나 부담으로 작용했을 호주 원정부터 석 달 만에 잠 깨운 실전 감각과 시즌 첫 경기라는 부담감까지 수원을 짓눌렀을 터. 하지만 나흘 뒤 2013 K리그 클래식 성남과의 개막전을 치른 수원은 완전히 다른 팀이 되어 있었다. 여러 압박 요소에서 조금씩 벗어났을 그들은 "아직까지는 부족하다"는 서정원 감독 인터뷰처럼 몇몇 약점을 드러내 완성 단계에는 살짝 못 미쳤을지 몰라도, 시즌 개막전이었음을 감안하면 그 인상은 상당히 강렬했다.
중원 조합을 기점으로 펼친 공격력도 눈에 띄었다. 정대세의 폭넓은 활동 범위와 적극성은 스위칭에 힘을 실어 단조로운 공격 패턴을 다양하게 바꿔놓았고, 볼 경합 과정에서 단단한 피지컬로 어깨를 먼저 넣어 공간을 선점하던 장면은 상대 수비에게 상당한 부담을 안겼다. 게다가 일대일 찬스에서 여유 있게 칩샷까지 날려 결승골을 뽑아낸 조동건의 결정력과 폼도 임펙트가 강했는데, 이들의 호흡이 맞아 들어가면 무시무시한 파괴력이 나올 전망이다. 관중석에 광나는 선글라스를 쓰고 나타난 라돈치치도 마냥 안심할 수는 없었을 경기, 이들의 치열한 경쟁은 여러 대회를 노리는 서정원 감독 손에 든든한 공격 옵션을 여럿 쥐여줄 것이다.
시작과 끝을 장식한 서정진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초반 라돈치치-스테보 투톱의 머리를 노리는 굵은 선의 축구에 측면에서 중앙으로 들어오며 가는 선을 그렸던 서정진의 존재감은 더욱 뚜렷해졌다. 전반 9분 만에 상대 수비 측면 뒤로 잘라 들어가 선제골을 성공시키더니 후반 27분에는 중원 싸움에서 볼을 빼앗아내 기막힌 스루패스를 넣어주며 결승골까지 도왔다. 한 경기로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어쩌면 그동안 대표팀에서 꾸준히 기회를 부여받았던 몇몇 측면 자원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준 건 아니었나 싶다. 이와 함께 왼쪽의 폭발력도 얼마나 살아날지 기대가 되는 수원, 이들의 날갯짓에 주목해보자.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