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일, 드디어 휘슬이 울린다.
이색 설문도 실시했다. 현장에서 피부로 느낀 지능적인 반칙왕은 김남일(인천)이었고, 돌아온 이천수(인천)가 '핫 플레이어'로 뽑혔다. 수원의 지휘봉을 잡은 서정원 감독이 가장 기대되는 사령탑으로 선정됐다. 우승과 득점왕 후보는 전북과 데얀(서울)이 첫 손에 꼽혔다.
어느 해보다 그라운드는 뜨겁다. '스플릿 시스템(split system)'이 지난해에 이어 재도입된다. 14개팀이 26경기를 치른 뒤 상위 7개팀과 하위 7개팀으로 나뉘어진다. 1~7위와 8~14위팀간에 홈앤드어웨이로 12경기를 더 치른다. 그룹A의 1위는 우승이다. 그룹 B의 13, 14위는 2부로 강등되고, 12위는 2부 1위팀과 승강 플레이오프를 갖는다.
부러울게 없는 '인조 K-리거'
'축구의 신'이라 불리는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도 완벽한 축구선수는 아니다. 신은 그에게 세계 최고의 드리블 실력, 왼발 킥 능력, 경기 운영 능력을 선사했다. 그러나 신은 공평했다. 메시의 신장은 1m69에 불과하다. 메시가 헤딩골을 넣는 장면은 1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하는 '진기 명기'에 가깝다. 그의 오른발 킥력은 왼발 만큼 날카롭지 못하다. K-리그 클래식에서 활약하는 최고의 왼발, 오른발, 헤딩, 축구 지능, 지능적인 반칙, 몸싸움왕을 합친 '인조 K-리거'는 메시도 갖지 못한 모든 것을 다 가졌다.
오른발 스페셜리스트로는 클래식 '최고의 프리키커' 김형범(경남)이 전체 70표 중 21표를 얻어 1위로 뽑혔다. 김형범의 전매특허인 무회전 프리킥에 감독과 선수들이 많은 표를 던졌다. 당성증 대구 감독은 "경기 분위기를 프리킥 한방으로 바꿀 수 있는 선수"라면서 김형범에게 한 표를 선사했다. 2위는 10표를 얻은 에닝요(전북), 클래식 무대에 복귀한 이천수(인천)는 8표를 받았다.
'왼발의 달인'은 몰리나(서울)였다. 70표 중 29표를 획득하며 8표를 얻은 한상운(울산)을 여유롭게 제쳤다. 지난시즌 몰리나는 18골-19도움으로 도움과 공격포인트 부문 2관왕에 오르며 서울의 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최고의 '고공 폭격기'는 1m96의 장신 공격수 김신욱(울산)이었다. 감독과 선수들의 고른 지지를 받았다. 4명의 감독과 12명의 선수들이 김신욱을 '헤딩 전문가'로 꼽았다. 헤딩골 뿐만 아니라 동료들에게 볼을 떨궈주는 플레이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올시즌 전북으로 이적한 정인환이 10표로 2위에, 케빈(전북)과 곽희주(수원)가 6표로 공동 3위에 랭크됐다.
'축구 지능' 부분은 각팀의 '중원 사령관'이 독식했다. 감독들은 경기를 조율해야 하는 중앙 미드필더들이 축구 지능이 높다는 의견을 냈다. 서울의 '캡틴'이자 '중원 사령관'인 하대성(서울)이 몰표를 받았다. 70명 중 절반인 35명의 지지를 받았다. 2위(6표)에는 김정우(전북)와 황진성(포항)이, 4위(4표)에는 윤빛가람(제주)이 이름을 올렸다.
케빈(11표)은 '몸싸움 1인자'에 등극했다. 단 감독과 선수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감독들은 케빈에게 단 1표를 던졌다. 대신 곽희주(3명)에게 눈길을 줬다. 그러나 그라운드에서 직접 몸을 맞대는 선수들에게는 케빈이 두려운 존재였다. 10명이 꼽았다.
'지능적인 반칙왕'을 꼽는 설문에서는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지능적인'라는 수식어가 붙어서인지 노련한 30대 후반의 K-리거들이 대거 상위권에 포진했다. 1위는 김남일(인천·11표), 2위는 김상식(전북·10표), 3위는 김한윤(7명)이었다. 톱3의 평균 연령은 무려 37.3세. 나이가 들수록 교묘하게 반칙을 하는 노하우도 쌓이나보다.
그들이 뽑은 최고의 팀, 킬러 그리고 스포트라이트
그들의 눈에도 우승 후보는 전북과 FC서울이었다. 우승 후보(복수 답변 가능)를 묻는 질문에 40명이 전북, 32명이 서울을 꼽았다. 수원(10명), 성남(4명)과의 편차도 컸다. 전북의 파비오 감독대행은 전북, 한 팀만을 꼽은 반면 최용수 서울 감독은 서울과 전북을 지목했다. 선수들은 팔이 안으로 굽었다. 전북(송제헌 정 혁 최은성 이승기)과 서울(김용대 최태욱 아디 에스쿠데로) 선수 4명은 약속이나 한듯 모두 자기팀을 우승후보로 꼽았다.
전북은 겨울이적시장에서 정인환 케빈 이승기 등 주전급 8명을 보강, 최강의 진용을 짰다. 지난해 K-리그 챔피언 서울은 우승 멤버들이 건재하다. 유일한 영입인 윤일록의 가세로 공격 패턴도 다양해 졌다. 이미 26일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에서 중국의 장쑤에 5대1로 대승, 더 탄탄해진 전력을 과시했다.
득점왕 경쟁 구도는 올해도 데얀과 이동국(전북)의 '투톱'으로 짜여졌다. 데얀이 44명, 이동국은 21명으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데얀은 K-리그 최초로 2011년과 2012년 2년 연속 득점왕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31골을 터트리면서 2003년 김도훈(강원 코치·28골)이 세운 K-리그 한 시즌 통산 최다골을 9년 만에 갈아치웠다. 통산 최다골(141골)을 기록 중인 이동국은 지난해 26골을 뽑아내 2위를 차지했다.
'핫 플레이어' 부문에서는 이천수와 정대세(수원)가 각축을 벌였다. 24명이 이천수, 19명이 정대세를 선택했다. 설명이 필요없다.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이천수는 긴 방황 끝에 고향팀인 인천에 안착했다. K-리그는 3년6개월 만의 복귀다. 그는 전남이 임의탈퇴를 해제하지 않아 지난해에는 그라운드를 떠나 있었다. 화려했던 예전의 기량이 부활할지에 눈길이 쏠려 있다.
정대세는 분단의 상징이다. 재일교포 3세인 그는 한국이 아닌 북한을 선택했다. 톡톡 튀는 행보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왔다. '인민 루니'는 그의 대명사다. J-리거에 이어 독일 분데스리가를 누볐다. K-리그와는 첫 만남이다. 과연 국내 프로축구에서 꽃을 피울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서정원 감독은 가장 기대되는 사령탑으로 뽑혔다. 12명이 선택했다. 대행 꼬리표를 뗀 첫 해 K-리그 최고 사령탑에 등극한 최용수 감독이 2위(10명), 안익수(성남·9명) 당성증(대구·6명) 김인완(대전·5명) 감독이 그 뒤를 이었다.
김성원 하성룡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