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이적 시장 포항은 조용했다. 세계적인 철강 불경기에 모기업 포스코가 지갑을 닫았다. 포항은 긴축 재정에 들어갔다. 지쿠를 강원으로, 아사모아를 대구로 이적시켰다. 조란도 중국 2부리그로 보냈다. 영입은 없었다. 대전 케빈 영입설이 돌았지만 결국 돈 문제로 깨졌다. 선수단 전원을 토종 선수들로 꾸렸다. 믿을만한 것은 조직력뿐이었다. 지난 시즌 말미 포항은 패싱 축구를 극대화시키며 좋은 모습을 보였다. '포항셀로나'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시즌 시작 전 황선홍 포항 감독은 터키 전지훈련에서 조직력 극대화에 심혈을 기울였다. 터키 현지에서 유럽팀들과의 평가전에서 승승장구했다. 7경기에서 5승1무1패를 기록했다. 상대팀들 중에는 디나모 자그레브 등 동유럽의 강팀들도 있었다.
하지만 황 감독의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허전했다. 외국인 공격수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최전방이나 측면에서 상대 수비를 흔들어줄 수 있는 선수가 있다면 포항은 힘을 얻을 수 있었다. 황 감독은 구단 수뇌부를 바라봤다. 더 이상의 지원은 없었다.
상대로 나선 베이징은 수비를 탄탄하게 한 뒤 역습을 노렸다. 최전방에는 에콰도르 출신의 게론 멘데스가 있었다. 게론은 빠른 발과 개인기로 포항의 골문을 위협했다. 후반 16분에는 골대를 때리는 슈팅을 날리기도 했다. 후반 중반 이후에는 스페인 무대에서 맹활약했던 프레데릭 카누테를 투입해 공격에 무게를 실었다.
결국 양 팀은 헛심 공방 끝에 0대0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포항은 2009년 이후 4년만에 아시아챔피언 재등극을 노린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중량감 있는 외국인 공격수 영입이 필수적이다.
한편, 이 경기에 앞서 호주 고스포드 센트럴코스트 블루텅 스타디움에서 열린 수원과 센트럴코스트의 H조 조별리그 1차전도 0대0으로 비겼다. 겨울 이적 시장에서 수원이 영입한 '인민루니' 정대세가 90분 풀타임을 소화했다. 하지만 정대세는 아직 경기 감각이 올라오지 않았다. 정대세는 2012년 1년동안 독일 FC쾰른에서 11경기 출전에 그쳤다. 후유증에 허덕였다. 정대세뿐만이 아니었다. 수원은 팀 선수들 전체의 몸이 무거웠다. 공격적으로 나섰지만 패스는 계속 끊어졌다.
반면 A대표팀 주전 골키퍼 정성룡만은 빛났다. 선방을 거듭했다. 특히 후반 40분 센트럴코스트의 페널티킥을 막아내며 소중한 원정 무승부를 지켜냈다. 공격을 중시하는 '스마트축구'로 돌풍을 노리는 서정원 수원 감독은 첫 경기 무승부로 고민에 빠졌다.
포항=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