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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 잡은 맨시티, 우승 희망은 계속되지만…

박아람 기자

기사입력 2013-02-25 09:41 | 최종수정 2013-02-25 15:02


ⓒ 맨시티 페이스북 캡처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습니다.'

이 한 줄의 광고 카피가 맨시티를 더 괴롭게 하지는 않을까. 12-13시즌엔 아직 10경기 이상을 남겨두고 있지만, '사실상' 우승이 확정된 리그가 꽤 된다. 바르샤가 점령한 라 리가가 그렇고, 뮌헨이 지배한 분데스리가가 그렇다. 어쩌면 지난 시즌 마지막 라운드 인저리 타임이 되어서야 최종 우승팀이 가려졌던 EPL도 이번 시즌만큼은 그 끝이 어느 정도는 정해진 듯하다. 첼시전 승리로 독주 중인 맨유를 다시 추격하며 실낱같은 희망을 살려나간 맨시티지만, 승점 차는 무려 12점. "그래도 혹시 모른다."는 말은 한낱 희망 고문에 불과한 상황일지도 모르겠다.

내용상으로는 2-0 스코어보다 더 큰 격차를 드러냈다. 첼시의 엉거주춤한 라인 컨트롤과 마주한 맨시티는 전진 배치된 야야 투레와 실바가 다소 자유롭게 움직일 때, 양 측면 수비가 부지런히 올라가고, 잭 로드웰까지 가세하면서 첼시의 램파드-미켈 라인을 들었다 놨다 했다. 상대의 허리진 뒷공간에서 볼을 잡아 중앙 수비와 맞붙은 실바는 역시나 위협적이었고, 여기에 추가된 잭 로드웰의 중거리 슈팅은 강한 인상을 남겼다. 첼시는 공격을 고스란히 내주고 나서야 전진을 시도했는데, 간격이 벌어져 패스가 잘 안 됐으며, 그 과정에서 또 볼을 빼앗겨 수비로 돌아가야 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무실점으로 전반을 마친 것이 다행이었을 정도다.

'첼시의 무실점' 이야기라면 맨시티의 공격진에도 책임을 따져 물어야 한다. 실바와 야야 투레의 플레이 메이킹도, 그리고 측면에서 올라온 클리쉬의 크로스를 비롯 중원에서 압승한 맨시티의 공격 전개는 분명 좋았는데, '공격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골'이었다. 결국엔 야야 투레가 직접 나서 선제골, 그리고 교체 투입된 테베즈가 추가골을 터뜨리며 다시 맨유를 추격했지만, 편안하게 끌고 갈 수 있는 경기를 너무 어렵게 풀어간 건 아니었나 싶다. 실점 이후 라인을 끌어올린 첼시의 뒷공간으로 빠져든 일대일 찬스 포함 골에 근접한 장면은 적지 않았으나, 결정력과 과감함의 부족으로 그동안 놓친 승리가 떠올라 어째 조금은 씁쓸하기도 했다.

가장 가까운 예로 그들의 라이벌 맨유가 이번 주말에 어떠했는지 살펴볼까. 맨유는 최하위를 겉도는 QPR을 상대로 깔끔하게 승리를 거두며 올 시즌에 챙길 수 있는 6점을 빠짐없이 쌓았다. 맨시티도 홈에서 열린 첫 번째 경기에서는 승리를 챙겼으나, 지난달에 열린 원정 경기에서는 파상공세를 펼쳤음에도 세자르의 미친 선방 쇼에 무득점 무승부를 거뒀다. 이 과정에서 생긴 승점 차이가 2점인데, 이런 사소한 차이가 모여 현재 승점이 12점이나 벌어졌다는 관점에서, 그리고 지난해 맨유를 제치고 마지막 순간에 극적으로 우승을 차지하던 당시 두 팀의 승점이 89점으로 같았음을 감안하면 가볍게 볼 문제는 아니다.

전반 중반이 지날수록 슬그머니 살아난 첼시는 위험 진영에서 나온 맨시티의 파울로 후반 초반에는 PK까지 얻어냈다. 웬만해서는 PK를 놓치지 않는 램파드의 킥이 조 하트의 손에 걸리지 않았다면 이 승부도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 첼시 또한 쉽게 볼 수 있는 팀은 절대 아니지만, 주중 유로파리그까지 소화하고 난 뒤에 치른 이번 맞대결에서는 분명 폼이 떨어져 있었으니 만약 이 경기까지 놓쳤다면 맨시티로선 요샛말로 남은 멘탈마저 모두 붕괴되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승점 3점을 얻어 희망은 계속됐다고는 하지만, 맨유의 기세를 봤을 때 일단은 이겨놓고 열심히 기도하는 방법밖에 없을 듯하다.<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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