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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우의 긍정과 진심, IOC위원들 마음 움직였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3-02-12 21:17



6개월여의 기다림은 '해피엔딩'이었다. '독도남' 박종우(24·부산)의 진심이 통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12일(이상 한국시각) 스위스 로잔의 로잔팰리스호텔에서 열린 집행위원회에서 박종우에게 보류된 동메달을 주기로 결정을 내렸다. 반면, 강력한 경고 메시지도 전했다. IOC는 대한체육회에 재발 방지를 위한 교육계획을 수립하라는 권고 명령을 내렸다.

박종우는 지난해 8월 11일 영국 카디프의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에서 2대0 승리가 확정된 후, 관중석에서 한 팬이 건넨 '독도는 우리땅' 피켓을 들고 환호했다. IOC가 이를 문제 삼았다. '올림픽 시설이나 경기장에서 선수들의 정치적인 행위나 언행, 선전활동을 엄격하게 금지한다'는 헌장 50조를 위반했다고 했다. 박종우는 이튿날 런던 웸블리스타디움에서 진행된 메달 수여식에 홀로 참석하지 못했다.

IOC는 국제축구연맹(FIFA)에 진상조사를 요청했다. 이후 '인고의 시간'이 필요했다. 박종우는 축구협회와 면담을 통해 보고서를 작성했다. 김주성 사무총장은 지난해 8월 16일 보고서를 들고 스위스 취리히에 위치한 FIFA본부를 방문했다. 박종우의 독도 세리머니가 '우발적'이라는 점을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축구협회에 '저자세 굴욕 이메일'을 보낸 것이 밝혀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FIFA의 장고는 계속됐다. 전례가 없는 사건이기에 고심을 거듭했다. 지난해 10월 FIFA 상벌위는 박종우의 징계 여부를 연기하고 축구협회에 추가자료를 요청했다. 결국 12월 3일 결론을 냈다. A매치 2경기 출전정지와 벌금 410만원의 징계였다. 주위에선 경징계라고 했다. 그러나 박종우에겐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그는 "이 스트레스로 살이 몰라보게 빠졌다"고 고백했다.

박종우는 2개월 뒤 마지막 시판대에 올랐다. IOC집행위원회가 11일 박종우의 '독도 세리머니' 심의를 개최한다고 4일 대한체육회에 전해왔다. 태국 전지훈련 중이던 박종우는 "생갭다 오래 걸렸다. 기다리는 것이 힘들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래도 주위에서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시고 힘을 주셔서 극복할 수 있었다. 어떤 결과가 나와도 겸허히 받아들일 것이다. 마지막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메달을 받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그러나 못받게 되더라도 올림픽에서 얻은 것들이 더 많다. 메달보다 의미가 크다"고 했다. 박종우는 8일 입국해 체육회 관계자들과 대책회의를 세우고 9일 IOC본부가 있는 스위스 로잔으로 떠났다.


박종우. 방콕(태국)=김진회 기자
박종우는 12일 오전 드디어 IOC징계위원회에 출석했다. 이날 군청색 양복에 짙푸른 색 넥타이를 맨 박종우는 1시간 넘게 징계위원회에서 소명 기회를 가졌다. 박종우는 "성실히 조사에 임했다.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박용성 한국올림픽위원회 위원장도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1시간 남짓 죄다 얘기했다. IOC 위원들도 들어야 할 얘기는 다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IOC 위원들이 박종우의 변호인인 제프리 존스 국제변호사를 통해 설명을 들었다. 일부는 박종우에게 직접 묻기도 했다"고 전했다. 또 "일부 위원은 얘기를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박 위원장도 "진인사대천명 하는 자세로 결과를 기다리겠다"면서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운명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12시간 뒤. 오매불망 기다리던 결과가 발표됐다. 동메달 수여 확정이었다. 지난 6개월여의 마음고생을 훌훌 털어버린 순간이었다. 대한체육회는 박종우가 당시 정황을 솔직하게 설명해 징계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분석하고 있다. 박종우는 귀중한 동메달 수여에 대한 감사함을 다음달 2~3일 문을 열 K-리그 클래식에서 보답할 전망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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