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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대상 시상식이 다음달 3일 오후 2시50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다. 한시즌 농사를 돌아보고, 유난히 길었던 44라운드 내내 앞만 보고 달려온 선수단을 칭찬하고 격려하는 자리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6일 K-리그 대상의 MVP, 신인선수상, 최우수감독상, 베스트11 등 부문별 후보를 발표했다. 각 부문 수상자는 축구기자단 및 관계자 125명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다. 개인상 후보들의 분포도만 살펴도 다사다난했던 한시즌, 각구단의 희노애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K-리그 대상 '노미네이트 리스트'를 꼼꼼히 분석했다.
FC서울 '8개부문 7명' 최다 노미네이트
'기록 풍년' MVP-'기록 흉년' 신인
전통적으로 MVP 표심은 팔이 안으로 굽는 경향이 짙었다. 외국인선수에게 불리한 면이 없지 않았다. 실제로 외국인 MVP는 2004년 나드손(수원)과 2007년 따바레즈(포항) 단 2명 뿐이다. 하지만 올시즌 서울 우승의 일등공신 데얀(서울)은 잘 해도 너무 잘 했다. 2003년 김도훈(성남 코치)이 작성한 K-리그 한시즌 최다골 신기록(40경기 28골)을 9년만에 깨뜨렸다. 30골 고지에 오르며, 최다골 신기록을 경신했다. 모든 편견을 뛰어넘을 만큼 위대한 기록이다. K-리그 사상 첫 득점왕 2연패도 유력하다. '토종 스트라이커의 자존심' 이동국(전북)이 가장 강력한 도전자다. '철퇴축구'의 선봉 곽태휘(울산)는 수비수로서 유일하게 MVP 후보에 노미네이트됐다. 실력과 멘탈, 리더십을 두루 갖춘 최고의 수비수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MVP 후보들의 면면이 화려한 데 비해 올시즌 신인들의 기록은 눈에 띄게 빈약하다. 2010년 윤빛가람(당시 경남)과 지동원(당시 전남)이 폭발적인 인기속에 팽팽한 신인왕 맞대결을 펼쳤던 시절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첫 스플릿시스템을 도입한 올해, 대부분의 감독들은 안전하고 검증된 길을 택했다. 더블스쿼드가 가능한 '부자구단'에서 신인들은 좀처럼 설 자리를 찾기 힘들다. 신인들의 등용문이 됐던 대다수 시민구단 역시 강등의 공포속에 끝까지 실험적인 카드를 빼들지 못했다. 기록상 포항의 이명주가 우세하다. 4골4도움을 기록한 올시즌 주간 베스트일레븐에 4차례 선정됐다. 전남의 박선용은 새내기 중 가장 많은 35경기에 나서 2골을 터뜨렸다. 시즌 후반기 연속골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한샘은 올시즌 27경기에서 2골을 기록했다.
제주, 대전 외국인선수 '꿀영입' 인증
MVP, 신인상을 포함한 선수 개인상 부문 후보자는 총 40명이다. MVP 후보인 데얀 이동국 곽태휘, 신인왕 후보 이명주가 2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이중 외국인선수는 12명이다. 특히 제주와 대전 구단이 배출한 2명의 후보 모두 외국인선수다. 제주의 자일은 올시즌 18골8도움, 산토스는 14골11도움, 대전의 케빈은 16골4도움을 기록했다. 16개구단 중 외국인선수 농사에 가장 성공한 사례다. 타구단이 부러워할 만한 '꿀영입'을 인증했다. 올시즌 요반치치 한상운 윤빛가람 등을 잇달아 영입하며 지갑을 활짝 열었던 성남은 왼쪽 풀백 홍 철 1명을 후보에 올리는 데 그쳤다. 외국인선수도, 토종 선수도 제 역할을 해내지 못했음이 기록으로 증명됐다.
체력왕? 반칙왕?
40명의 후보자 가운데 42라운드 현재까지 '개근'한 선수는 자일 한지호 김용대 3명이다. 전경기 출전은 사령탑과 동료들의 절대적인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체력관리, 부상관리, 경고관리 등 자기관리에 철저한 진짜 프로임을 인증했다. 전경기에 출전해 성실한 플레이, 눈에 띄는 성적,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줬다. 개인상 후보 가운데 경고가 가장 많은 '반칙왕'은 의외로 신인이었다. 신인상 후보에 오른 광주의 이한샘이 27경기에서 무려 14번의 옐로카드를 받았다. 경고관리에 미숙함을 드러냈지만, 신인으로서 몸사리지 않는 적극적인 플레이를 했다는 긍정적 해석도 가능하다. 2위는 역시 한결같은 '진공청소기' 김남일과 강력한 수비에 유난히 시달렸던 대전의 '킬러' 케빈이었다. 나란히 경고 11회를 기록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