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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과자 1년치를 받았어요. 하하."
'지메시' 지소연(21·고베 아이낙)의 목소리는 언제나처럼 밝고 씩씩했다. 25일 일본 사이타마 NACK5 스타디움 오미야에서 열린 몹캐스트컵 국제여자클럽선수권 결승에서 고베 아이낙은 프랑스 리옹에 연장접전끝에 1대2로 역전패했다. 아쉬운 준우승이었지만, 선제골을 넣은 지소연은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선수인 'MIP(Most Impressive Player)'에 선정됐다. 부상은 감자스낵 1년치다. 초대형 과자모형을 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전반 37분 지소연의 선제골은 짜릿했다. '절친' 가와스미 나호미가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노려찬 슈팅이 튕겨나오자, 문전 중앙에 서 있던 지소연이 거침없이 쇄도했다. 왼발로 침착하게 골을 밀어넣은 후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골냄새를 맡으면 여간해선 놓치지 않는다. 침착하고 대담하다. 왼발, 오른발, 머리 가리지 않는 '전천후 공격수'다. "오랜만에 유럽팀을 만나서 긴장했는데, 항상 좋은 마인드로 뛰다보면 골이 들어간다"며 웃었다.
일본리그 데뷔 첫해인 지난해 8골6도움으로 맹활약했던 지소연은 2년차인 올해 더욱 성장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폭풍 적응력'을 보여주고 있다. 정규리그 4골7도움으로 스타군단 고베 아이낙의 리그 2연패를 이끌었다. 리그컵에서도 3골2도움으로 준우승에 기여했다. 올시즌 통산 7골9도움이다. 13일 나데시코리그2012 시상식에서 베스트 미드필더로 선정됐다. 외국인선수로는 유일했다. 여자축구 세계 최강 일본의 중심에서 한국대표 에이스의 매운맛을 보여줬다. 언어와 생활 측면의 적응도 완벽하다. 나호미, 아스나 등 팀 동료들과 같한 우정을 나누고 있다. 지소연이 '나호언니'라는 애칭으로 부르는 '룸메이트' 나호미는 한국어도 곧잘 하고, 한국음식도 좋아한다. "요즘은 나호언니가 내게 한국어를 왜 이렇게 못하냐며 구박한다"며 웃었다. 지난해 동료 권은솜이 WK-리그로 떠난 이후 일본어를 쓸 일이 더 많아졌다. 폭발적인 관심속에 한국어 인터뷰보다 일본어 인터뷰를 더 많이 했다.
최근 지소연은 고베 아이낙과의 계약을 1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고민끝에 3년을 채우게 됐다. "일본 여자축구는 지난해보다 올해 더 강해졌다"고 했다. 폭발적인 스타덤이 2년만에 사라져버린 한국 여자축구를 생각하면 그래서 더 가슴이 아프다. "뭐하는지 모르겠다"는 짧은 한마디로 진한 아쉬움을 표했다. 여자축구 스타로서의 책임감도 무겁다. "일본에서 고베 아이낙이라는 좋은 팀을 만나 즐겁게 축구하고 있다. 그러나 더 다양한 축구를 경험해봐야 하고, 유럽이나 미국에서 배울 점도 많을 것같다"며 더 큰 무대 진출의 희망을 드러냈다. .
지소연은 현재 에이전트가 없다. 올댓스포츠와의 계약이 지난 10월 종료됐다. 새 에이전트의 첫번째 조건은 "여자축구에 대한 애정"이다. "전문성을 가지고 이적을 도와줄 수 있는 열정 있는 에이전트를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유럽축구에 대한 관심이 크다. 지난해 12월 아스널레이디스와의 도요타 비츠컵에서 수비수 4명을 단번에 벗겨내는 감각적인 슈팅으로 MVP를 수상했고, 올해 리옹전에선 선제골로 존재감을 입증했다. 유럽 강호들과의 경기에서 잇달아 발군의 기량을 뽐내며, 세계적인 클래스를 보여줬다. "유럽 관계자들도 보고 있다는 점이 선수로서 동기부여가 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9일부터 일왕배가 시작된다. 리그 우승에 이어 컵대회 우승으로 '유종의 미'를 거둘 생각이다. 지소연은 일왕배 대회 직후인 26일 귀국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