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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대행 꼬리표를 뗀 최용수 FC서울 감독(41), 바라보는 시선은 기대반 우려반이었다.
서울은 개막 전 예상 판도에서 전북 현대와 수원 삼성에 밀렸다. 3위권 전력으로 평가받았다. 첫 단추도 어수선했다. 3월 4일 대구와의 개막전에서 1대1로 비겼다. 그 물줄기를 최 감독이 틀었다. 첫 판에서 간판 스타인 데얀의 '태업 논란'을 제기했다. 데얀은 겨울이적시장에서 흔들렸다. 중국 광저우 부리가 거액으로 유혹했다. 이적료 500만달러(약 56억원)와 서울에서 받은 연봉의 두 배가 넘는 180만달러(약 20억원)를 제시했다. 데얀은 이적을 희망했다. 구단은 우승 탈환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선수라고 판단했다. 이적 제안은 없던 일이 됐다.
최 감독은 마음을 잡지 못한 데얀에 칼을 꺼내들었다. 전반 22분 만에 교체시킨 후 "팀 동료들이 보여준 신뢰를 망각했다.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며 분노했다. 조용히 처리할 문제를 세상 밖으로 꺼낸 것이다. 첫 경기부터 선수에게 끌려가는 인상을 줄 경우 리더십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터트려야 할 문제였다고 판단했다. 승부수는 적중했고, 데얀은 꼬리를 내렸다. 내부 결속은 물론 선수단 장악의 전환점이 됐다. 데얀은 K-리그 한 시즌 최다골(30골)을 작성하며 새로운 세상을 열었다. 최 감독은 고비마다 당근과 채찍을 병행했다. 라이벌 수원에 7연패를 당했지만 후유증은 없었다. '유종의 미'도 거뒀다. 4일 수원과의 올시즌 마지막 슈퍼매치에서 1대1로 비기며 연패 사슬을 끊었다.
운명이 오묘하다. 최 감독의 첫 승 상대가 바로 제주다. 지난해 4월 30일 빗속 혈투에서 2대1로 승리했다. 제주와의 5차례 대전에서 단 한 차례도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3승2무를 거뒀다. 그는 "빨리 마침표를 찍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그 날이다. 서울이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순간 최 감독은 K-리그 최고의 사령탑에 등극한다. 한 팀에서 선수, 코치, 감독으로 챔피언을 맛보는 첫 K-리거로 역사에 남게 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