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수 서울 감독의 사상 첫 역사, '그 날이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2-11-20 12:10 | 최종수정 2012-11-20 12:16



올시즌 대행 꼬리표를 뗀 최용수 FC서울 감독(41), 바라보는 시선은 기대반 우려반이었다.

그는 지난해 4월 26일 황보관 감독의 성적 부진으로 물러난 자리를 채웠다. K-리그 최고의 명문구단 서울의 지휘봉을 잡았다. 정규리그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FA컵, 컵대회 등 33경기에서 20승5무8패를 기록했다. 15위까지 추락한 팀을 3위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는 8강에서 좌절했고, K-리그는 포스트시즌의 첫 판인 6강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다.

구단은 고민했다. 한 팀을 지휘하는 사령탑은 선택된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하지만 성적에 따라 인생은 어디로 튈 지 모른다. 마흔 인생을 시작한 최 감독이 실패하면 사실 대책은 없었다. 그는 서울의 프랜차이즈 스타다. 2000년에는 선수로, 2010년에는 코치로 팀에 우승컵을 선물했다. J-리그의 선수 생활을 제외하고 국내의 프로 생활은 한 팀만 고수한 '의리파'다. 한때 외국인 감독도 고려했다. 그러나 뾰족한 묘수는 없었다. 돌고, 돌아 꺼내든 카드가 감독 최용수였다.

서울은 개막 전 예상 판도에서 전북 현대와 수원 삼성에 밀렸다. 3위권 전력으로 평가받았다. 첫 단추도 어수선했다. 3월 4일 대구와의 개막전에서 1대1로 비겼다. 그 물줄기를 최 감독이 틀었다. 첫 판에서 간판 스타인 데얀의 '태업 논란'을 제기했다. 데얀은 겨울이적시장에서 흔들렸다. 중국 광저우 부리가 거액으로 유혹했다. 이적료 500만달러(약 56억원)와 서울에서 받은 연봉의 두 배가 넘는 180만달러(약 20억원)를 제시했다. 데얀은 이적을 희망했다. 구단은 우승 탈환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선수라고 판단했다. 이적 제안은 없던 일이 됐다.

최 감독은 마음을 잡지 못한 데얀에 칼을 꺼내들었다. 전반 22분 만에 교체시킨 후 "팀 동료들이 보여준 신뢰를 망각했다.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며 분노했다. 조용히 처리할 문제를 세상 밖으로 꺼낸 것이다. 첫 경기부터 선수에게 끌려가는 인상을 줄 경우 리더십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터트려야 할 문제였다고 판단했다. 승부수는 적중했고, 데얀은 꼬리를 내렸다. 내부 결속은 물론 선수단 장악의 전환점이 됐다. 데얀은 K-리그 한 시즌 최다골(30골)을 작성하며 새로운 세상을 열었다. 최 감독은 고비마다 당근과 채찍을 병행했다. 라이벌 수원에 7연패를 당했지만 후유증은 없었다. '유종의 미'도 거뒀다. 4일 수원과의 올시즌 마지막 슈퍼매치에서 1대1로 비기며 연패 사슬을 끊었다.

그는 드디어 마지막 지점에 섰다. 예상을 깨고 이제 마침표만 찍으면 2년 만에 정상을 탈환한다. 서울은 2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제주와 2012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41라운드를 치른다. 승점 87점(26승9무6패)을 기록하고 있다. 전북(승점 77·22승11무7패)과의 승점 차가 무려 10점, 남은 4경기에서 1승만 추가하면 자력 우승이 가능하다.

운명이 오묘하다. 최 감독의 첫 승 상대가 바로 제주다. 지난해 4월 30일 빗속 혈투에서 2대1로 승리했다. 제주와의 5차례 대전에서 단 한 차례도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3승2무를 거뒀다. 그는 "빨리 마침표를 찍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그 날이다. 서울이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순간 최 감독은 K-리그 최고의 사령탑에 등극한다. 한 팀에서 선수, 코치, 감독으로 챔피언을 맛보는 첫 K-리거로 역사에 남게 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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