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강등'애매한 팀의 '동기부여' 인천-제주의 좋은예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2-11-19 10:21 | 최종수정 2012-11-19 12:13



K-리그 40라운드가 끝났다. 시즌 종료까지 4경기가 남았다. 16개 구단이 우승리그, 강등리그로 나뉜 채 10경기를 치렀다. 첫 시험대에 올린 스플릿시스템 일정은 홈앤드어웨이 방식으로 3개월 넘게 14경기를 치르는 일정이다. 스코틀랜드리그의 경우 우승리그-강등리그 각 6개팀이 서로 각 1경기씩 5라운드를 갖는다. 짧은 기간에 운명이 결정된다. 우승도 강등도 아닌 팀들에게 긴 기간을 버텨낼 목표 설정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했다. '동기부여'가 화두였다. 성남 등 일부 중위권 팀들은 희망도 절망도 없이 무기력한 모습으로 그라운드에 나섰다. 그러나 동기는 그들 안에 있었다. 승패와 무관하게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프로정신'이다.

인천 "16경기 무패행진, 프로라면 팬들 위해"

무엇보다 그룹B 1위를 확정한 인천의 16경기 무패행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강등리그 1위에게 주어지는 혜택은 아무것도 없다. 우승도 아니고 강등도 아닌 건 성남, 대구와 매한가지다. 그러나 매경기 불굴의 투혼과 화끈한 경기력으로 홈팬들에게 기쁨을 주고 있다. 승점만으로 보면 리그 4강이다. 승점 62점으로 승점 60인 그룹A 5위 울산을 앞섰다. 김봉길 인천 감독은 "우리는 프로다. 팬들이 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동기부여가 된다"고 했다. 이날 대전전 결승골로 1대0 승리를 이끈 공격수 남준재에게 '그룹B로 떨어지면서 동기부여가 안 됐을 텐데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이유'를 물었다. 남준재는 "동기부여가 없다고 해서 그라운드에서 안일한 모습을 보인다면 프로선수가 아니다. 프로선수라면 모든 경기에서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 무엇이 걸려있어서 최선을 다하고 무엇이 없어서 대충 뛴다는 것은 프로선수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생각이 있다면 그라운드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고 당당히 답했다.

제주 "5위권 목표, 유종의 미 중요"

18일 부산 원정에서 2대1로 승리한 박경훈 제주 감독은 '동기부여'에 대한 질문에 "우리는 순위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시즌 초부터 올해 목표가 5위권이었다. 목표를 이뤄야 한다. 최선을 다해 목표를 이뤄야 시즌 후 모기업에게 당당히 돈을 타낼 명분이 생긴다"고 했다. 또렷한 목표의식을 선수들과 공유하고 있었다. "프로선수는 스스로 목표를 가져야 한다. 축구를 하루 하고 끝낼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시도 소홀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유종의 미'란 말도 있듯이 마지막은 특히 중요하다. 시즌 초반 부진했더라도 막판 좋은 경기력으로 감독과 구단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 감독 입장에선 트레이드 카드로 생각하던 선수에 대한 마음이 바뀔 수도 있다. 마지막 인상은 그래서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끝까지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면 몸값을 올리는 계기도 된다. 프로선수라면 최선을 다해 자신의 상품가치를 높여야 한다. 공격포인트를 쌓고 좋은 기량을 보여서 연봉을 올릴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주는 이날 승리로 승점 58로 6위를 유지했다. 5위 울산(승점 60)에 승점 2점차로 따라붙었고 7위 부산(승점 52)과 승점을 벌렸다. 제주는 최근 4경기에서 3승1무로 무패행진중이다. 놀라운 뒷심을 보여주며, 그들만의 목표를 향해 또박또박 나아가고 있다.

부산 "프라이드로 끝까지"

안익수 부산 감독은 끝까지 선수단을 이끌어가는 힘으로 '프라이드' 즉 '자존심'을 언급했다. "주말에 맨시티와 애스턴빌라전을 봤는데 양팀 모두 자기 클럽의 프라이드를 지켜내려는 열정이 보이더라. 매경기 치열하게 뛸 수밖에 없는 이유다. 프로선수에게 동기 유발은 우승, 강등 같은 외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 아니다. 동기는 스스로 부여하는 것"이라고 했다. 평소 지론대로 "끝이 아닌 과정일 뿐"이라는 점을 선수들에게 강조하고 있다."끝까지 최선을 다해 뛰는 것이 프로다. 지금 상황에 충실한 것이 미래를 보장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은 홈에서 9경기째 무승이다. 스플릿시스템 이후 포항을 상대로 단 1승에 그쳤다. 안 감독은 "지긴 했지만 경기력 면에서 나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날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는 3132명의 팬이 찾아왔다. 승패와 무관하게 홈팬들이 늘어나고 있다.소녀팬들의 함성이 끊이지 않았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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