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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년 선수 지도자로 외길을 걸어온 이광종 19세 이하 대표팀 감독(48)이 한국 청소년 축구를 8년 만에 아시아 정상으로 이끌었다. 19세 이하 대표팀은 17일(한국시각) 아랍에미리트(UAE)의 라스알카이마에서 가진 이라크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청소년선수권대회 결승에서 1대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1로 이겼다. 이로써 한국은 지난 2004년 말레이시아 대회 우승 이후 8년 만에 정상 고지에 오름과 동시에 통산 12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2004년 대회 당시 코치였던 이 감독은 사령탑으로 변신한 뒤 첫 우승을 같은 대회에서 맛보면서 남다른 인연을 과시했다. 끈끈한 조직력과 화끈한 골 결정력으로 무장한 소년들은 스타 탄생을 알렸다.
이 감독의 용병술은 위기의 순간 빛났다. 이라크와의 결승전에서는 0-1로 뒤진 후반 1m90의 장신 수비수 송주훈(광명공고)을 공격수로 올려 투톱으로 이라크 수비진을 무력화시키는 승부수로 반전을 이끌어냈다. 승부차기 승리 역시 격전지인 UAE에 도착하자마자 집중 연습을 지시한 이 감독의 결단력이 빛을 본 결과다.
깜짝 스타도 탄생했다. 포항 출신의 문창진은 결승전까지 4경기 연속 골(4골)을 터트리며 우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각각 2골을 기록한 강상우(경희대)와 김승준(군산제일고), 중앙 수비수 송주훈, 미드필더 권창훈(매탄고) 등 고교생들도 침착한 경기운영으로 주목받았다.
이 감독과 유소년 축구의 인연은 어느덧 12년의 세월이 흘렀다. 1998년 현역 은퇴 뒤 2000년부터 대한축구협회 유소년 전임 지도자 1기로 들어간 후 줄곧 유소년 발굴에 집중해왔다. 15세 이하 감독, 20세 이하 수석코치 등을 거쳐 2007년부터 17세 이하 팀을 맡더니 2008년 열린 AFC 16세 이하 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 선수들을 이끌고 출전한 2009년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 월드컵에서는 22년 만의 8강 진출을 이뤄내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2011년 열린 20세 이하 월드컵에서는 스페인에 패하며 8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이번 아시아선수권을 통해 유소년 지도자 인생에 첫 우승이라는 경력까지 추가하게 됐다. 이 감독은 "결승에서 0-1로 지고 있던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에게 정말 고맙다"며 우승 소감을 밝혔다.
이제 그의 시선은 다시 세계 무대로 향하고 있다. 한국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내년 6월 21일부터 7월 13일까지 터키에서 열리는 2013년 터키 20세 이하 월드컵 출전권을 따내는 성과를 이뤄냈다. 이 감독은 "세계 대회는 수준이 높다. 테크닉 부분을 많이 극복해야 하고 선수들이 파워를 끌어올려야 한다. 남은 기간동안 최선을 다해 선수들과 많은 훈련을 하겠다"며 세계 무대 출사표를 던졌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