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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르트문트, 레알 마드리드, 아약스, 맨체스터 시티. 각 리그 챔피언이 모여 매 라운드 조별 리그 이상의 빅매치를 선보이는 2012-13 UEFA 챔피언스리그 D조의 향방이 오늘 새벽 열린 4라운드에 의해 어느 정도는 가려졌다. 도르트문트가 승점 8점으로 조1위를 유지했고, 레알이 7점, 아약스가 4점으로 그 뒤를 뒤쫓고 있는 형국, '결과'만을 따지고 봤을 때 만약 외질의 환상적인 프리킥 동점골이 아니었다면 레알 입장에선 앞으로도 살얼음판을 걸었어야 할 라운드였다. 하지만 그의 골에도 무리뉴 감독은 웃지 않았다.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이라기보다는 너무나도 저조했던 경기력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렇다고 공격이 잘 풀린 것도 아니었으니 위안 삼을 만한 구석이 없었다. 켈-귄도간 라인의 압박이 준수하긴 했으나, 전반 중반을 지나면서 훔멜스-수보티치 중앙 수비 라인과의 간격을 좁히지 못해 공간을 노출하곤 했다. 이곳을 노렸어야 할 레알이지만, 벤제마 대신 선발 출장한 이과인의 폼도 완전치는 못했다. 이럴 때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원맨쇼로 팀을 이끄는 호날두의 개인 능력인데, 치고 달릴 수 있는 공간 자체가 얼마 없었고 이내 도르트문트 수비에 둘러싸여 '팀은 개인보다 위대하다'는 진리 앞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물론 디마리아도 성에 차질 않았다.
결과도, 내용도 모두 뒤진 채 전반전을 마친 무리뉴 감독은 승부수를 일찌감치 꺼내 들었다. 이과인 대신 카예혼을 넣으면서 호날두를 조금 더 중앙으로 이동하게끔 했고, 모드리치 대신 에시엔을 투입해 중원을 조금 더 견고히 쌓고자 했을 것이다. 상황은 나아졌다. 꿀벌 군단 도르트문트가 벌집을 지키기 위해 내려가자 상대적으로 볼을 점유하며 공격을 펼칠 수 있는 시간대가 많아졌다. 다만 이번엔 바이덴펠러의 선방과 수비진들의 순도 높은 태클 및 육탄 방어에 땅을 쳐야 했다. 코파 델 레이 포함 최근 3경기에서 13골을 퍼부은 화력이 끝내 나오지 않은 경기, 무리뉴 감독은 웃지 않았다. 아니, 웃을 수 없었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