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질 '환상 프리킥'에도 무리뉴는 웃지 않았다

홍민기 기자

기사입력 2012-11-07 10:55 | 최종수정 2012-11-07 13:57


레알마드리드 공식 홈페이지

도르트문트, 레알 마드리드, 아약스, 맨체스터 시티. 각 리그 챔피언이 모여 매 라운드 조별 리그 이상의 빅매치를 선보이는 2012-13 UEFA 챔피언스리그 D조의 향방이 오늘 새벽 열린 4라운드에 의해 어느 정도는 가려졌다. 도르트문트가 승점 8점으로 조1위를 유지했고, 레알이 7점, 아약스가 4점으로 그 뒤를 뒤쫓고 있는 형국, '결과'만을 따지고 봤을 때 만약 외질의 환상적인 프리킥 동점골이 아니었다면 레알 입장에선 앞으로도 살얼음판을 걸었어야 할 라운드였다. 하지만 그의 골에도 무리뉴 감독은 웃지 않았다.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이라기보다는 너무나도 저조했던 경기력 때문이 아니었을까.

가장 아쉬웠던 건 알론소-모드리치의 조합이 공-수 양면에서 생각만큼의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 점, 우려했던 부분이 현실이 됐다는 생각이다. 케디라가 빠진 해당 라인은 활동량, 압박, 힘이 모두 부족했고, 도르트문트는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레알 진영으로 입성할 수 있었다. 레알은 이들이 맘껏 공격한 뒤에야 볼을 차지할 수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는 전진 패스할 곳을 찾지 못해 상당히 애를 먹었다. 공격진의 지원이 따르지 못하자 측면으로 돌리는 횡패스가 나오기 일쑤였고, 다시 중앙으로 들어오는 패스는 부정확했으며, 볼을 처리하는 속도도 대체로 늦었다. 전방 압박을 펼치던 상대에게 다시 공격권이 넘어갔음은 물론이다.

수비진의 불안도 한 몫 단단히 했다. 10월 중순 A매치 데이 동안 마르셀로, 코엔트랑을 잃은 후에도 셀타비고전-마요르카전-사라고사전 무실점, 알코야노전 1실점으로 잘 버텨왔던 레알이지만, 레벨이 더 높은 상대를 만나자 2주 전 원정 경기처럼 약점이 바로 탄로났다. 마르셀로의 폭풍 공격 본능을 하나의 공격 루트로 활용하지 못한 아쉬움은 잠시 접어두더라도, 오른쪽 측면으로 돌아온 라모스가 중앙에서 만큼의 활약을 펼쳐주지 못한 것이 뼈아팠다. 게다가 중앙 수비의 커버 플레이 또한 완벽하지 못해 수비진 전체가 삐걱거리는 모습이었으며, 선제골 실점 상황에서 카시야스의 역할도 조금은 아쉬웠다.

그렇다고 공격이 잘 풀린 것도 아니었으니 위안 삼을 만한 구석이 없었다. 켈-귄도간 라인의 압박이 준수하긴 했으나, 전반 중반을 지나면서 훔멜스-수보티치 중앙 수비 라인과의 간격을 좁히지 못해 공간을 노출하곤 했다. 이곳을 노렸어야 할 레알이지만, 벤제마 대신 선발 출장한 이과인의 폼도 완전치는 못했다. 이럴 때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원맨쇼로 팀을 이끄는 호날두의 개인 능력인데, 치고 달릴 수 있는 공간 자체가 얼마 없었고 이내 도르트문트 수비에 둘러싸여 '팀은 개인보다 위대하다'는 진리 앞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물론 디마리아도 성에 차질 않았다.

결과도, 내용도 모두 뒤진 채 전반전을 마친 무리뉴 감독은 승부수를 일찌감치 꺼내 들었다. 이과인 대신 카예혼을 넣으면서 호날두를 조금 더 중앙으로 이동하게끔 했고, 모드리치 대신 에시엔을 투입해 중원을 조금 더 견고히 쌓고자 했을 것이다. 상황은 나아졌다. 꿀벌 군단 도르트문트가 벌집을 지키기 위해 내려가자 상대적으로 볼을 점유하며 공격을 펼칠 수 있는 시간대가 많아졌다. 다만 이번엔 바이덴펠러의 선방과 수비진들의 순도 높은 태클 및 육탄 방어에 땅을 쳐야 했다. 코파 델 레이 포함 최근 3경기에서 13골을 퍼부은 화력이 끝내 나오지 않은 경기, 무리뉴 감독은 웃지 않았다. 아니, 웃을 수 없었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