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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만 보고 왜 숲을 보지 못하는 것일까.
무의미한 A매치에 감독의 팀 운용도 딱 그 수준이다. 최강희 A대표팀 감독이 5일 호주와의 친선경기(14일 오후 7시·경기도 화성)에 출전할 명단을 발표했다. 국내파 15명, 일본과 중국, 카타르 리그에서 각각 1명씩을 차출했다. 태극마크를 단 18명의 선수들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선수 선발은 감독의 고유권한이다. 그러나 변칙 운용은 철학도, 감동도, 명분도 없었다. A매치의 위상은 땅으로 추락했다. 최 감독 스스로 그 우를 범했다.
한 경기만을 위해 왕복 20여시간을 비행하는 것이 '낭비'라는 판단도 오판이다. '배려'를 가장했지만 속은 들여다보지 못했다.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은 늘 고국에 대한 향수가 있다. 유럽 시즌이 초반이라 체력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 그들은 고국 땅을 밟는 것으로 기분 전환을 할 수 있다. 활력소가 될 수 있다. 팬들의 볼거리도 빼앗아 버렸다. 박주영(27·셀타비고) 기성용(23·스완지시티) 이청용(24·볼턴) 손흥민(20·함부르크) 김보경(23·카디프시티) 등은 내년에야 볼 수 있다.
전북 사령탑 출신인 최 감독은 동업자 정신도 잃었다. K-리그는 안중에도 없었다. 포스트시즌이 사라진 올시즌 K-리그는 6경기밖에 남지 않았다. FC서울(승점 81·24승9무5패)이 선두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2위 전북(승점 76·22승10무6패)이 승점 5점 차로 추격하고 있다. 일정상 변수가 생겼다. 아시아 정상에 도전하는 울산이 10일 사우디아라비아 알아흘리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치른다. 11일 열릴 예정인 서울-울산전이 호주전 다음날인 15일로 연기됐다.
매경기가 결승전인 민감한 시기다. 유럽파는 뽑지 않았지만 K-리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두 팀에서 5명을 차출했다. 이근호 김신욱 김영광(이상 울산) 하대성 고명진(이상 서울)을 발탁했다. 이들은 소속팀 전력의 핵이다. 그러나 호주전 다음날에 있을 K-리그에는 결장이 불가피하다. 반면 여유가 있는 전북은 단 한 명인 이동국만 승선시켰다. 연봉 15억원 시대를 연 김정우는 그의 리스트에 없었다.
'오얏나무 아래선 갓끈을 고쳐매지 말라'고 했다. 최 감독을 향한 축구계의 불편한 시선들이 많다. 전북 편향적이라는 말이 있다. 그는 최종예선 후 월드컵 본선 진출 여부와 상관없이 지휘봉을 내려놓는다. 전북 복귀는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호주전 명단 발표 후 볼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시한부 대표팀 사령탑인 최 감독의 '독불장군'식 팀 운용에 축구계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최강희호 호주전 명단(18명)
GK=정성룡(수원) 김영광(울산)
DF=최재수(수원) 황석호(히로시마) 김기희(알사일리야) 정인환(인천) 김영권(광저우) 김창수(부산) 신광훈(포항)
MF=황진성(포항) 이승기(광주) 김형범(대전) 하대성 고명진(이상 서울) 박종우(부산) 이근호(울산)
FW=이동국(전북) 김신욱(울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