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트레스는 감독들의 가장 큰 고민이다.
박 감독은 경기 전날 주로 영화관을 찾는다. 경기에 대한 모든 준비를 마치고 저녁을 먹은 뒤 인터넷을 통해 영화를 선택한다. 마침 제주월드컵경기장에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있다.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지역인만큼 시작 10분전에 도착해도 영화 티켓을 끊는데 무리가 없다. 동행자는 주로 코치들이다. 제주도 토박이가 없어 코치들도 박 감독과 비슷한 처지다. 함께 영화를 보면서 다음날 경기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낸다. 영화를 보고 다 함께 차를 한잔하면서 하루를 마무리 한다.
그래서인지 박 감독은 최신영화 대부분을 섭렵했다. 요즘에는 경기가 짧은 간격 안에 이어지며 극장을 예전만큼 자주 찾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웬만한 영화는 다 봤다. 보는 순간만큼은 모든 것을 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만한게 없다는게 박 감독의 생각이다. 경기가 유난히 안풀리고, 슬럼프가 이어질때는 오후 훈련을 취소하고 선수단을 이끌고 단체관람을 할 때도 있다. 박 감독은 "축구만 생각하고 싶지만 그러기 쉽지 않다. 그때 영화를 보고 머리를 정화시킨다. 영화 관람 뒤 코치들끼리 바깥 바람을 쐬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눈다. 극장이 숙소에서 가까운게 참 다행이다"며 웃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