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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체면이 안 설 수도 있었다. 정말 다행이다. '아빠'는 '아들'에게 큰 선물을 했다. 아내에게도 기쁨을 전했다. 그도, 팀도 함께 웃었다.
수원은 이날 경기에서 2대1로 이겼다. 전반 3분과 7분에 연거푸 골을 터뜨린 조동건이 일등공신이었다. 승점 65를 기록, 2위 전북 현대(승점 72)와의 승점차를 7점으로 줄였다.
사실 조동건의 올시즌 출발은 좋지 않았다. 시즌을 앞두고 성남에서 이적했다. 수원의 기대는 컸다. 라돈치치와 스테보에 의존하던 공격력에 힘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4월 11일 포항 스틸러스전에서 쇄골이 골절됐다. 전치 8주 진단이 나왔다. 지난해 12월 백년가약을 맺은 아내가 경기장을 찾은 날이었다. 뱃속에 아들도 함께 했다. 운명의 장난과도 같았다.
아내를 위해서라도, 곧 태어날 2세를 위해서라도 빨리 일어나야 했다. 가장의 책임감이 무거웠다. 힘겹게 부상을 털고 일어섰다. 하지만 팀에서 원하는 걸 보여주지 못했다. 득점이 없었다. "곧 태어날 아기를 위해서라도 뭔가 보여주겠다"며 이를 악물었다.
경남전을 앞둔 14일, 아들을 얻었다. 그리고 24일 모든 것을 털어냈다. 아내에 대한 미안함도, 첫 아들에 대한 책임감도 모두. 환상적인 자축쇼였다. 요람 세리머니와 아기 세리머니로 아내에 대한 미안함을 털어내고 득남의 기쁨을 만끽했다. 경기 뒤 조동건은 "아무래도 (집에 가면) 혼날 것 같은데"라고 머리를 긁적이며 "자기 몸도 힘들었을 때 부상으로 도와주지 못해 미안했다. 오늘 득점이 선물이 됐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수원=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