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 또 하나의 볼거리 '수비형 MF'

홍민기 기자

기사입력 2012-10-23 10:55 | 최종수정 2012-10-23 10:59


첼시 구단 홈페이지

12-13 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 성적이 7승 1무로 1위. 챔피언스리그(이하 챔스)의 성적이 1승 1무로 E조 1위. 그 과정에서 퍼부은 득점은 경기당 3골이 넘었고, 스포트라이트는 당연히 아자르-오스카-마타로 이어지는 공격진을 향했다. 그런데 이것이 첼시의 전부는 절대 아니다. 이만큼의 화력을 발산하는 데엔 뒤에서 묵묵히 받쳐주는 이들의 노고가 있었다. 또 하나의 볼거리, 수비형 미드필더에 관한 이야기다.

램파드-미켈 조합, 100% 만족스러웠습니까?

화려한 공격 퍼포먼스에 승승장구했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봤을 땐 항상 조금씩 부족한 감이 있었다. 공격과 수비를 잇는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가 경기를 완전히 지배할 정도로 강하진 못했던 것, 전체적인 팀 밸런스를 잡는 힘도 약했고 공격과 수비로 전환하는 작업도 그리 원활하지 못했다. 이런 우려가 여과 없이 드러났던 경기가 바로 AT마드리드와의 슈퍼컵이었는데, 중원을 내준 첼시는 팔카오에게 수비 뒷공간을 능욕당하며 1-4 패배의 처참함을 맛봐야 했다.

4-2-3-1의 2에 배치한 램파드-미켈 조합의 문제점은 무엇이었을까. 최근 몇 년 간 같은 팀의 같은 진영에서 활약해왔기에 역할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호흡'의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는 생각이다. 그보다는 각자 노출한 '개인'의 약점이 이들의 발목을 잡은 게 아닐까 싶다. 우선 노쇠화의 기미가 뚜렷했던 램파드는 기동력 부분에서 입은 타격이 컸다. 1.5선에 배치된 아자르-오스카-마타의 활동폭이 넓고 수비 가담력이 뛰어나다고는 해도 이들에게 2선에서의 역할까지 기대할 순 없었다. 미켈은 그동안 보여온 기복의 문제가 여전했다. 지난 주말 토트넘전만큼 해주면 더는 바랄 게 없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일어날 수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이 조합만으로 시즌을 치르기엔 위험 요소가 너무나도 컸다. 우선 EPL과 챔스는 물론, FA컵과 캐피탈원컵까지 진행해야 하며, A매치 휴식기엔 팀원 대다수가 고국의 부름을 받는 탓에 체력적으로 버텨낼 도리가 없었다. 시즌 초반만 해도 중위권 언저리의 팀들과 만나는 경우가 많았지만, 당장 이번 주말부터 맨유 2연전에 이어 유벤투스, 맨시티를 맞는 가운데 상대와의 중원 싸움에서 승리를 낙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유럽의 왕좌엔 올랐지만, 자국 리그에선 6위에 그쳤던 지난 시즌의 첼시를 감안하면, '명예 회복'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엔 램파드-미켈에게 걸 수 있는 기대치가 그리 높지 못했다.

하미레스의 존재, 행복한 고민을 안겨주다.

"이럴 거면 메이렐레스는 대체 왜 보냈느냐"는 팬들의 성화가 따랐음은 물론이었다. 그럼에도 결단을 내렸던 디 마테오 감독에게는 '하미레스'라는 믿는 구석이 있었던 모양이다. 지난 주말 올 시즌 세 번째로 선발 출장한 미켈-하미레스 조합은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토트넘을 울린 숨은 원동력이 됐다. 토트넘전뿐만이 아니다. EPL, 챔스를 합쳐 총 10경기 중 램파드-미켈 5번, 미켈-하미레스 3번, 미켈-메이렐레스 1번씩 선발 기회를 제공했던 디 마테오 감독은 최근 한 달 사이 이 두 선수를 내세우는 빈도를 부쩍 늘렸다.

하미레스의 존재를 '생각하는 것, 그 이상'이라며 추켜세우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하미레스라면 램파드가 잃어가고 있는 '기동력'에서 큰 강세를 보일 수 있다. 에쉴리 콜이나 이바노비치가 오버래핑을 했을 때엔 재빠르게 뒷공간을 커버하고, 상대의 역습은 위험 진영 밖에서부터 차단할 수 있다. 또, 공격진에 동료들이 없을 땐 스피드를 활용해 직접 치고 올라갈 힘까지 지니고 있다. 중원에서 템포가 극에 달하는 피 터지는 싸움을 하기엔 제격인 셈, 미켈이 홀딩 역할을 해주고 그 주위에서 박스와 박스를 움직이는 하미레스의 궁합은 상당히 잘 맞는 편이다.


그렇다고 하미레스가 램파드의 존재 자체를 압도하느냐. 그건 아니다. 폼이 예전만 못하고, 체력적으로 90분을 소화하기 힘들다고는 해도, 램파드가 보유한 패싱력이나 킥력의 클래스는 여전하다. 상대 뒷공간을 노리는 롱패스나, 상대 골문을 정조준한 중거리 슈팅에서는 분명히 경쟁자들보다 앞선다. 또, 경기를 조율하는 능력이나 경기를 읽는 관록 또한 램파드의 활용 가치와 직결된다. 볼을 소유하면서 템포를 늦추고 점유율을 높여갈 때, 아니면 상대가 뒤로 물러서서 수비에 치중할 때엔 이 선수의 역할이 필요하다.

10경기 중 8경기에 나선 미켈이 한 축을 담당한다는 가정하에 램파드와 하미레스를 번갈아 기용했을 때의 시너지 효과는 각기 다르며, 노르셸란전처럼 미켈 대신 램파드-하미레스 조합으로 경기에 나설 수도 있다. 아이스크림 광고 마냥 서른한 가지는 아니어도 선수들의 몸 상태와 상대 팀의 스타일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늘어났으니 '당장의' 걱정은 없을 듯하다. 여기에 많은 기회를 잡진 못했지만 재능을 인정받은 로메우도 있으며, 펠라이니를 포함해 이적설이 끊임없이 터지고 있는 상황, 첼시의 중원은 쉽게 흔들리지 않을 전망이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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