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감독 화보 현장, "내가 깔끔한 정장 입는 이유?"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2-10-12 09:11


홍명보 감독.

40대 중반에도 군살없는 늘씬한 몸매, 카리스마 넘치는 강렬한 포스에 뚜렷한 이목구비, 아시아 최고의 수비수로 명성을 쌓은데 이어 올림픽에서 한국 축구에 사상 첫 메달을 안기며 명예까지 다 얻었다. 세상 부러울 것이 없을 것 같은 남자, 홍명보 전 올림픽대표팀 감독(43)이 광고계의 블루칩으로 떠오르고 있다. 스포츠스타 광고 모델로는 이만한 적임자도 없다는 듯 하다. 최근 광고 섭외가 물밀 듯 밀려오고 있다. 지난 6일에는 자신의 의류를 후원해주는 LG패션의 닥스와 서울 신사동에서 두 번째 화보촬영까지 진행했다. 런던올림픽 이전인 6월 1차 화보 촬영에 이은 두 번째 촬영. 표정 없기로 유명한 홍 감독이지만 동메달 신화의 구름을 탄 그의 얼굴에는 여유와 미소가 넘쳐났다. 4시간 동안 진행된 화보촬영 현장에서 홍 감독과 축구와 감독 패션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오전 11시부터 헤어 메이크업으로 시작된 광고 촬영.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나타난 홍 감독은 30분만에 말끔한 슈트 차림의 '신사'로 바뀌어 있었다. 그동안 그가 환하게 웃는 모습이 대중에게 공개된 것은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진출을 확정했을 때 보인 미소가 전부일 정도. 슬퍼도, 기뻐도 한결 같다는 그의 표정에 인터넷상에 무수한 패러디가 양산됐다. 이날은 달랐다. 표정에는 여유가 넘쳤다. 3년간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으로 항상 달고 다녔던 근심과 부담감을 던져버렸기 때문이다. "평소에 내가 하던 일이 아니라 힘든 건 사실이다. 축구가 더 쉽다. 솔직히 이런 촬영을 좋아하지 않는다. 첫 촬영때는 올림픽을 앞두고 있어서 부담 때문에 표정이 좋지 못했다. 지금은 올림픽을 끝낸 상태라 상당히 편하다."

어려울 것이라 예상됐던 화보 촬영은 의외로(?) 순탄하게 진행됐다. 노련미가 넘쳤다. "딱 좋아요!"라는 포토그래퍼와 스태프들의 환호성에 홍 감독은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으로 화답했다. 정통 슈트부터 캐주얼 슈트까지 모두 소화하는 홍 감독의 마지막 컷은 정장에 축구공을 들고 있는 포즈. 익숙한 축구공과 함께 4시간의 촬영이 마무리되자 홍 감독은 촬영 스태프와 사진을 찍고 사인을 해주며 '모델 홍명보'의 일과를 끝냈다. 홍 감독은 촬영 중 올림픽 패션에 관련된 일화도 소개했다. 런던에 입성하기 전 닥스에게 6벌의 정장을 요청했단다. 예선부터 결승까지 6경기를 치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여기에 코칭스태프의 일체감을 위해 김태영 수석 코치를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정장까지 부탁하는 의리까지 보였다. 예상과는 조금 빗나갔지만 다행히(?) 3~4위 결정전까지 6경기는 모두 치렀다. 평소 트레이닝복이 익숙한 홍 감독은 런던올림픽에서 깔끔한 정장만 입기를 원했다. 그 속에도 숨겨진 뜻이 있었다. "내가 벤치에서 세련되고 정갈하게 옷을 입는 것 자체가 내가 선수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나는 준비돼 있다'는 의미다."

"요즘은 유니폼이나 트레이닝보다 정장이 더 편하다. 내가 봐도 정장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는 그에게 마지막으로 감독 패션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패션보다는 실용성에 주목했다. "이제 겨울이 다가오니깐 깔끔한 코트에 스카프를 매치하면 따뜻할 것 같다. 참고로 내복을 껴입는게 중요하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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