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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무 5패로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QPR, 이들에게 정녕 부진의 탈출구란 없는 걸까. 전형을 바꿔 새로운 시도를 했던 공격진은 답답함에서 헤어나질 못했고, 부상자 속출로 불안했던 수비진은 실수 연발에 무너지고 말았다. WBA전을 끝으로 2주간의 휴식기를 얻게 된 현재, 그들이 이번 경기에서 노출한 문제점부터 되짚어보는 것이 우선일 듯하다.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했던 '박지성 시프트'.
기대를 정말 많이 했으나, 활약상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했다. 일단 박지성의 개인적인 문제는 없었는지 살펴볼까. 81년생 한국 나이로 32세인 그가 가동할 수 있는 산소 탱크의 개수는 분명히 예전만 못하다. 대표팀 은퇴로 부담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두 달 가까이 줄곧 선발 출장하며 캡틴으로서 궂은일을 도맡아 했기에 체력적인 부담을 느낄 시기도 됐다. 그러다 보니 번뜩이는 패스나 한 방씩 터지는 폭발적인 슈팅보다는 '활동량'으로 공간을 뒤흔들어야 할 그의 장점이 두드러지질 못했다.
공격진의 지원 없었던 박지성의 고군분투.
지난 7년 동안 몸 담았던 맨유에서는 박지성이 조금 부진하다고 해서 크게 문제될 게 없었다. 팀을 승리로 이끌 에이스와 대체 자원이 즐비했기에, 박지성은 '소리 없는 영웅' 역할을 맡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한 발자국씩 더 뛰며 팀을 위해 묵묵히 헌신하기만 하면 됐다. 어쩌면 그것이 곧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을 높이 사며 오랫동안 함께 했던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QPR에서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곳엔 답답한 경기 속에서도 꾸역꾸역 승리를 선사할 수 있는 선수들이 없었고, 그들과 함께 축구라는 팀 스포츠를 하는 박지성은 늘 외로워 보였다. '소리 나는 영웅'으로 변모해야 할 시점이었지만, 주변 선수들의 지원은 늘 변변치 않았다. 그나마 상대 수비를 흔들어줄 만한 타랍은 환상적인 추격골을 터뜨렸으나, 무리한 동작과 부족한 팀 플레이는 여전했다. 폼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숀 라잇 필립스와 자모라는 해당 포지션에서 요구하는 최소한의 역할도 해내지 못하며 한창때의 과거만 입맛 다시게 했다.
수비형 미드필더에서 뻗어나오는 패스 줄기를 살림과 동시에, 1.5선에 배치된 세 명의 선수가 중앙으로 모여들면서 수적 우세를 점하고 스위칭을 시도하면서 상대 수비를 혼란시킨다. 그러면 어느샌가 좌우 측면 수비가 윗선으로 치고 올라와 크로스를 제공하고, 원톱은 중앙에서 등지는 플레이와 폭넓은 움직임으로 동료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주기도 하며 때로는 본인이 직접 해결하기도 한다. QPR에 이런 플레이를 기대하는 건 너무 큰 욕심이었을까. 개인이 팀을 이길 수 없는 축구 특성상, '연계'를 찾아보기 어려운 QPR에선 '장밋빛 미래' 역시 찾아보기 어려웠다.
더욱더 심각한 문제, 자동문 수준의 수비 라인.
전반 5분, 클린트 힐이 수비 진영을 꾸리는 장면에서 다소 무리하게 전진한 감이 있었다. 수비형 미드필더 진영에서의 공간을 내주긴 했으나, 스피드가 떨어지는 선수였기에 조금 더 신중하게 뒷공간을 지킬 수 있는 위치 선정이 필요했다. 결국 셰인 롱에게 치고 달릴 수 있는 공간을 내준 QPR은 너무나도 이른 시각에 헤딩 선제골을 헌납하고 말았다.
두 번째 골 역시 시작은 클린트 힐이 위치한 왼쪽 측면이었다. 앞으로 나와 상대 측면 선수를 견제하던 클린트 힐의 뒷공간으로 패스가 들어갔고, 음비아가 부지런히 뒷공간으로 따라가 커버 플레이를 펼쳤지만, 크로스는 살아 들어왔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QPR의 중앙 수비 안톤 퍼디난드가 땅볼 크로스를 차단할 수 있었음에도 오히려 슈팅하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었다는 데 있었다. 전반 22분만에 내준 두 골, 사실상 승부의 추는 WBA 쪽으로 기울었다. ?
공격진이 속을 꽉 막히게 할 정도의 답답한 플레이를 하더라도 수비 라인이 최소한의 구실만 해준다면 희망을 걸어볼 법도 하다. 하지만 일정 라인만 넘으면 센서가 작동해 "어서 오십시오, 고객님"이라고 외치는 '자동문' 수비력은 초반부터 기를 확 꺾어놓았다. '볼 처리, 판단력, 순발력' 같은 선수 개개인의 능력도, 그리고 그보다 중요한 '공간 배분, 커버 플레이' 따위의 조직적인 능력도, 그리고 이런 선수들을 뒷받침할 대체 자원이 마땅치 않았다는 점도 아쉬웠다. 1골을 넣을 공격력에 매 경기 2~3골을 꾸준히 기부하는 수비력, 이 부분을 개선하지 못하면 이들에게 탈출구 찾기란 더욱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