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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비론'이 비난받던 때가 있었다. 양비론자는 '책임회피'라는 눈총이 받았다. 무조건 옳고 그름이 정해져야 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는 말이냐"는 비난도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건 '공통의 가치'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가. 그 틀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서론이 장황했다. '상주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을 이야기하고 싶어서였다.
상주의 주장을 들어보자. 이재철 단장은 "프로축구연맹의 모든 규정을 준수하고 의무와 책임을 다해왔음에도 프로축구연맹이 독단적 결정을 했다. 프로축구연맹이 아시아축구연맹(AFC)에 프로클럽 요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질의해 내용을 문서화해주기를 기다렸으나 답변이 없었다. 프로축구연맹의 답변만 있다면 연말까지 모든 절차를 마무리하려고 했다"고 했다."법인화와 계약 문제는 오래전부터 국방부와 협의해 온 사항으로 최종 정리 단계에 있었다. 올해 말까지 조건을 갖추지 못해 2부에 내려가면 명분이 있지만, 시즌 중에 일방적인 결정을 내린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도 했다. 연맹이 "AFC는 가맹국 프로팀이 구단을 독립법인화하고 선수들과 '프로선수 계약'을 해야 클럽라이센스 발급을 할 수 있는데 상주는 이를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한 것에 대한 반박이다.
과연 그럴까. 사실 상주에게 시간은 충분했다. 의지만 있었다면 얼마든지 결론을 낼 수 있었다. 갑작스런 결정일 수는 있다. 하지만 그동안 그런 분위기는 감지됐다. 상주가 모를 리 없다.
이번에는 연맹이다. 연맹은 "상주가 2010년에 상무축구단을 유치하면서 2년 후 연고팀을 만들 경우에는 리그에 잔류하지만, 만약 승강제가 시행될 경우에도 연고팀을 만들지 못하고 상무와 함께 할 경우에는 2부리그로 편입된다는 조건이 있었다"고 했다. 또 "상주가 언제까지 완료하겠다는 등의 명확한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 상주가 요구한데로 AFC에 질의를 하지 못한 것은 상주에 답변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12월에 최종 결정을 하게 되면 클럽라이센싱 부분이 해결날지 안날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상주가 잔류하게 되는 순위가 됐을시 더 곤란한 문제가 벌어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른 팀들도 정확한 규칙없이 스플릿 경기를 하게되면 혼란을 일으킬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상주의 잘못이라는 말이다.
같은 질문을 던져보자. 과연 그럴까. 모든 게 상주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일까.
'예의'와 '성의'를 말하고 싶다. 사실 프로리그에 군팀이 뛴다는 건 모순이다. 하지만 K-리그 발전을 위해 상무가 어려운 결정을 했다. 큰 힘이 됐다. 그 공로에 대한 고마움을 잊어서는 안된다. 성의를 보여야 했다. 할 수 있는 데 까지 도와야 했다. 일방적인 통보는 예의가 아니다. 이해와 양해를 구해야 했다.
결론을 말해보자. 어디까지나 기자의 생각이기는 하다. 둘 다 잘못했다.
혹자는 이 '양비론'을 비난할 수 있다.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들의 공통 가치를 논해보자. 연맹과 상주, 상무의 공동 목표는 '한국축구의 발전'일 것이다.
승자와 패자가 나와서는 안되는 이유다. 모두 동업자다. 이해와 협의, 타협이 나와야 한다. 함께 축구발전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중요한 건 팬이고, 한국축구다.
덧붙여 국방부의 결정에도 아쉬움이 있다. 국군체육부대의 목적을 보자. '국방 체육발전에 기여하고, 엘리트 체육선수들을 선발,육성,관리를 통해 국가 체육발전을 도모하며, 나아가 국방 스포츠외교를 추진한다'이다. 체육발전이 궁극적인 가치다. K-리그를 파행으로 이끄는 결정은 이 근본과 어긋난다. 섭섭함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국방부'다워야 한다. 추구해야 할 건 국가체육발전이다. 프로 1부리그, 연맹과의 싸움이 아니다.
결국 가장 큰 피해자는 팬들이다. 모두 진정한 사과부터 하자. 팬들에게 말이다. 그리고 이해하고, 논의하자. 상생의 길은 분명히 있다.
신보순 기자 bsshi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