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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연맹 결국 진실게임, 반성이 우선되야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2-09-14 08:38


프로축구 상주상무가 내년 시즌 2부 리그 강등조치된 가운데 기자회견을 가졌다. 상주상무 이재철 단장이 13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2.09.13/

"향후 초래될 모든 결과에 대한 책임은 모두 프로축구연맹에 있다. 법적조치도 불사하겠다."(상주 상무)

"상주는 회원가입 조건 상 이미 2부리그가 확정된 상태였다."(프로축구연맹)

누구의 주장이 옳은 걸까. 결국은 또 진실게임이다. 양쪽 모두 상대방의 잘못을 주장하고 있다.

상주 상무는 올시즌 잔여 시즌 경기를 보이콧하기로 했다. 2013년에는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 무대에 서겠다는 뜻을 공식화했다. 국군체육부대 정훈공보실은 13일 '올 시즌 남은 스플릿 하위리그 14경기에 출전하지 않기로 했다. 또, 내년에는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 대회에 나가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프로축구연맹에 보냈다.

강제강등에 대한 반발이다. 프로축구연맹은 11일 이사회에서 올 시즌 성적과 관계없이 상주를 2부리그로 강등시키기로 결정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이 가맹국 프로팀에게 구단을 독립법인화하고 선수들과 '프로선수 계약'을 해야 클럽라이센스 발급을 할 수 있는데 상주는 이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상주측은 즉각 반박했다. 이재철 상주 단장은 "프로축구연맹의 모든 규정을 준수하고 의무와 책임을 다해왔음에도 프로축구연맹이 독단적 결정을 했다. 프로축구연맹은 정치적 중립과 모든 형태의 차별을 금지한다는 정관을 어겼다. 모든 책임은 프로축구연맹에 있다"고 했다. 이어 "프로축구연맹이 AFC에 프로클럽 요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질의해 내용을 문서화해주기를 기다렸으나 답변이 없었다. 프로축구연맹의 답변만 있다면 연말까지 모든 절차를 마무리하려고 했다"며 "법인화와 계약 문제는 오래전부터 국방부와 협의해 온 사항으로 최종 정리 단계에 있었다. 올해 말까지 조건을 갖추지 못해 2부에 내려가면 명분이 있지만, 시즌 중에 일방적인 결정을 내린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아직 클럽라이센스 발급을 위한 유예기간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단적으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그는 또 "1부든 2부리그든 중요하지 않다. 다만 명분이 있어야 한다. (아직 유예기간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가 강등을 해야 하는지, 명분 없는 2부리그행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와함께 법적인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연맹도 반박에 나섰다. 상주의 2부리그 행은 이미 정해진 규정 상 결정이었다고 했다. 연맹측은 "상주가 2010년에 상무축구단을 유치하면서 2년 후 연고팀을 만들 경우에는 리그에 잔류하지만, 만약 승강제가 시행될 경우에도 연고팀을 만들지 못하고 상무와 함께 할 경우에는 2부리그로 편입된다는 조건이 있었다"고 밝혔다. 김진형 경영기획팀 차장은 "상주는 들어올때부터 클럽라이센싱이랑 법인화 문제를 갖고 들어왔다. 1,2부체제가 되면 2부로 내려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스폰서와 구단 운영에 편의를 위해서 공식 발표를 보류하다가 발표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박성균 경기운영 과장도 "지난해 8월 K-리그 전구단을 상대로 AFC의 실사가 있었다. 상주도 실사를 받았다. 그때 모든 관계자들이 함께 있었기 때문에 AFC가 요구하는 규정을 모를리 없다"고 했다.

상주 문제의 해결을 위해 충분한 협의도 거쳤다고 했다. 김 차장은 "상무와 계속 함께 할껀지 여부에 대해 5월 상주측에 문서를 보냈고, 회신은 7월에 왔다. 우리가 원하는 내용의 답이 아니었다. 그 전은 물론 7월 중순부터 8월에 집중적으로 얘기나눴다"고 했다. 민감한 시점에 발표를 한 것에 대해서는 "상주가 언제까지 완료하겠다는 등의 명확한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 상주가 요구한데로 AFC에 질의를 하지 못한 것은 상주에 답변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12월에 최종 결정을 하게 되면 클럽라이센싱 부분이 해결날지 안날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상주가 잔류하게 되는 순위가 됐을시 더 곤란한 문제가 벌어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른 팀들도 정확한 규칙없이 스플릿 경기를 하게되면 혼란을 일으킬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양측 모두 상대가 잘못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누가 옳고 그른건 중요치 않다. 가장 큰 피해자는 팬들이다. 결과적으로 사태를 이렇게 만든 연맹도 이해가 안가고, 국가의 안위를 책임지고 팬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방부의 결정도 실망스럽다. 상대의 잘못을 꾸짖기 전에 자신들의 문제를 먼저 돌아보는 게 순서일 듯 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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