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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 '생애 첫 자책골'은 독이 아닌 약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2-09-13 09:21 | 최종수정 2012-09-13 09:23



그동안 너무 앞만 보고 달려왔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부터 셀틱에서 에이스로 성장하기까지, 또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따내고 '꿈의 무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스완지시티에 입성하기까지. 기성용(23·스완지시티)에게 지난 3년은 직진의 연속이었다. 3년간 기성용은 한국 축구의 대들보로 성장했다. '내가 제일 잘 나가'를 외쳐도 의심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활약이었다.

잠시 제동이 걸렸다. 기성용은 11일(한국시각)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의 파크타코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3차전(2대2 무)에서 전반 13분 자책골을 기록했다. 오른쪽 측면에서 제파로프가 올려준 코너킥을 페널티박스 오른쪽에 서 있던 투르스노프가 헤딩슛으로 연결했고, 골포스트 옆에 서 있던 기성용의 머리에 맞고 방향이 바뀌면서 결국 실점으로 연결됐다. 전반 초반 상대에게 주도권을 빼앗기는 원인이 됐다.

우즈베키스탄을 꺾고 조기에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지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려던 한국에 기성용의 자책골은 분명 독이었다. 최강희 A대표팀 감독은 "실점을 좋지 않게 했기 때문에 밀렸다. 미드필드쪽에서 플레이가 안됐다. 그 부분이 가장 아쉽다"고 분석했다. 일찌감치 자책골을 넣은 기성용은 경기 내내 몸이 무거웠다. 수비진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기성용은 공격보다 수비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그동안 한국 대표팀의 키플레이어 조명을 받던 그도 이날만은 고개를 숙였다. "집중해야 했어야 했는데 자책골을 내줘 경기 흐름이 바뀌었다."

그러나 기성용에게 이날 경기와 자책골은 독이 아닌 약이었다. 승승장구하면서 그는 한국 축구의 정점에 섰던 그다. 이어 구단 역사상 최고의 이적료(600만파운드·약 108억원)를 기록하며 스완지시티의에 새 둥지를 틀었고 이적과 동시에 경기에 잇따라 출전하며 연착륙 가능성을 보여줬다. 자칫 기성용이 안도와 방심으로 꽉 쥐었던 긴장의 끈을 풀게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방심은 곧 부상과 슬럼프로 연결된다. 이런면에서 기성용의 이번 자책골은 긴장의 끈을 다시 잡을 수 있게 해줄 동기가 될 것 같다. 앞만 보고 달려온 자신을 되돌아볼 계기도 마련해줬다.

기성용은 12일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남겼다. '집중하지못한 나. 계속 생각이난다. 자책이 아닌 반성 아마추어같았던 나를. 다시 점검하자!' 우즈베키스탄전의 교훈은 컸다. 어쩌면 생애 첫 자책골이 앞으로 한국 대표팀과 스완지시티를 이끌어가야 할 그에게 새로운 동력을 제공해줬을지도 모른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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