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보름 전만 해도 일본 축구계는 울상이었다. 1968년 멕시코올림픽 이후 44년 만의 영광 재현을 부르짖으며 나섰던 한국전. 결과는 0대2 완패였다. 남자 국제대회 결선 토너먼트 사상 첫 맞대결이라는 상징성까지 더해진 경기에서 패한 충격은 꽤 컸다. 동메달을 놓친 것보다 한국에 완패한 것이 더 분개했다. 일부 과격한 일본 팬들은 홍명보호가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 획득으로 병역 면제 혜택을 받은 것을 빗대어 일본 올림픽팀 선수들에게 '너희가 대신 군대에 가라'고 일갈할 정도였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뒤 내심 바랐던 한국전 승리의 꿈이 무참히 깨지자, '역적' 취급을 했다.
8강전에 나서는 한국 선수단은 그라운드 밖의 적과도 싸워야 한다. 일본 축구의 심장인 도쿄국립경기장에서 열리는 한-일전인 만큼 많은 관중이 경기장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입이 허가된 욱일승천기를 앞세운 일본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과 야유는 어린 선수들에게 큰 부담이 될 만하다.
하지만 일본이 잊은 것이 있다. 이번 대회에 나선 한국 선수 대부분은 '극일(克日·일본을 이긴다는 뜻)의 주역이었다. 2010년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열렸던 여자청소년월드컵(17세 이하) 결승전에서 일본을 꺾고 우승을 차지할 당시 멤버들이 포진해 있다. 들끓는 일본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능력은 충분하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