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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가 야심차게 도입한 스플릿시스템의 역사적인 첫 운명이 갈렸다. 30라운드만에 16개 구단의 길이 '우열반'으로 엇갈린 26일, 8강 전쟁보다 뜨거웠던 것은 15위 전남 드래곤즈와 16위 강원FC의 강등권 매치였다. 전반에만 총 5골이 터지는 난타전이었다. 일진일퇴의 공방을 거듭한 끝에 4대2로 전남이 승리했다. 탈꼴찌를 향한 절박한 싸움은 우승다툼보다 더했다. 상징적인 사건이다. 전쟁은 시작됐다. '강등'의 부담은 이미 현실이다.
시민구단인 광주 강원 대전과 국군체육부대 소속의 상주가 '강등 고위험군'에 속한다. 4개 구단 가운데 강원 상주 등 2개 구단은 이미 감독 교체의 아픔을 겪었다. 광주는 분위기가 최악이다. 박기동 김동섭 김은선 등 공격라인의 컨디션이 올라오고 있지만, 올시즌 가장 큰 문제점인 수비 불안은 고질이다. 주전 수비수들이 결장과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수비 조직력이 무너졌다. 성적도 급전직하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전력을 보강하지 못했고, 선수들의 체력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구단의 지원이나 동기 부여 역시 미약하다. 집중력과 뒷심 부족이 우려되는 이유다. 강원은 김학범 감독 체제로 전환한 이후 공격적인 선수 보강으로 반전을 꾀했다. 그러나 우려했던 조직력 문제가 불거지면서 승수 쌓기에 어려움을 겪었다. 김은중과 웨슬리가 공격을 주도하고 있으나, 상대 수비진의 집중견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돌파구를 만들어 줘야 할 2선 공격진 활약도 부진하다. 김 감독 취임 이후 팀 스타일의 급격한 변화에 선수들이 신속하게 적응하지 못하는 점 역시 하위리그에서의 선전을 불투명하게 볼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상주는 9월 초 16명의 선수들이 동시 제대한다. 강등리그 시작과 함께 대폭적인 물갈이가 불가피하다. 조직력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지가 벌써부터 고민이다. 유창현 고차원을 대체할 공격루트 확보가 급선무다. 지난 3경기에서 박항서 상주 감독은 뉴페이스들을 잇달아 기용하며 실험에 나섰지만 손발을 맞추기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위험군=전남
성남과 함께 그롭B로 떨어진 기업구단 전남은 자존심을 건 사투를 각오해야 한다. 스플릿 분리 직전 정해성 감독이 자진사퇴하는 시련을 겪었다. 극약 처방이었다. 전남 코치 출신인 하석주 신임 감독과 노상래 1군 수석코치가 분위기를 추스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문제는 공격력이다. 30경기에서 25골에 그친 리그 최악의 빈공을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20대 초반의 어린 선수들이 많은 구단인 만큼 새 코칭스태프의 분위기 쇄신 여부가 강등 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즌 리그 최소실점을 자랑했던 포백라인의 재정비가 필요하다. 올시즌 30경기에서 무려 47골을 허용했다.
안정권=인천 성남 대구
그룹A 진입을 위해 마지막까지 경쟁했던 인천 성남 대구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일단 기존의 승점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출발점이 다르다. 20점대 승점의 대전 광주 상주 전남 강원에 3경기 차 이상 앞서있다. 인천은 다잡은 8강행 티켓을 눈앞에서 놓쳤다. 승점 39로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 홈에서 난적 제주를 상대로 0대0으로 비겼다. 8월 들어 전남 대전 강원 울산 전북을 상대로 5연승을 내달린 '김봉길 매직'의 뒷심이 아까웠지만, 저력은 입증됐다. 설기현 김남일 등 베테랑들의 힘도 시즌 후반기로 갈수록 빛을 발하고 있다. 신태용 성남 감독은 "우승하겠다고 하다 8강 경쟁 하려니 당황스럽다"는 말로 아쉬움을 표했다. 전반기 요반치치, 한상운 등 이적생들의 부진에 속끓였던 성남으로서는 '성남 스타일' 에벨톤의 부활과 새로 영입한 브라질 특급 자엘의 활약이 반갑다. 에벨톤은 상주-제주-수원전에서 3경기 연속골을 쏘아올렸다. 자엘은 29라운드 제주전에서 버저비터골로 날선 공격력을 보여줬다. 호주 출신 수비수 하밀 역시 데뷔 2경기만인 서울전에서 골맛을 봤다. 대구도 올시즌 초반 상승세를 달렸고 중반기 이후 꾸준히 7~8위권을 유지한 저력의 팀이다. 레안드리뉴-마테우스-지넬손 등 브라질 트리오가 막강하다. 김기희와 유경렬을 중심으로 한 중앙 수비 라인이 든든하다. 여기에 송제헌과 이진호, 황일수로 이어지는 토종 공격라인 역시 무게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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