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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플릿시스템의 대박, 중간의 승자는 누구?

신보순 기자

기사입력 2012-08-23 08:55 | 최종수정 2012-08-23 08:55


대구와 강원의 경기가 22일 벌어졌다. 강원 배효성의 슛팅을 대구 골키퍼 박준혁이 몸으로 막아내고 있다. 대구=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이쯤되면 '스플릿시스템 대박'이라고 해야 할 듯 하다. 실행 원년부터 제대로 맛을 내고 있다.

이제 스플릿시스템에 의해 각팀들은 '두 동강'이 난다. 30라운드까지 치른 뒤 그룹A, 그룹B로 나뉜다. 8위가 경계선이다.

그룹A는 우승을 다투는 '우등생 집단'이다. 그룹B에서는 강등 탈출 전쟁이 벌어진다. K-리그가 올해부터 시도한 변화 중 하나다.

그런데 막판 경쟁이 정말 볼만하다. 8위권에 몰려있는 팀들이 끝까지 외나무 승부를 펼치고 있다.

21일까지 상황을 보자. 8위는 인천이었다. 승점은 36. 골득실에서 뒤진 대구가 9위였다. 10위는 경남(승점 34), 11위는 성남(승점 33)이었다. 마지막 8위 자리는 이 4팀의 몫이었다.

하루가 지났다. 22일, 먼저 두팀이 경기를 치렀다. 대구는 강원에 2대0으로 이겼다. 경남 역시 부산을 2대0으로 눌렀다. 순위도 바뀌었다. 대구가 8위, 경남이 9위로 올라왔다. 물론 인천과 성남이 한경기를 덜 치른 결과다. 23일 인천은 전북, 성남은 제주와 만난다.

사실 22일 경기 결과에 따라 약간 김이 빠질 수 있었다. 대구와 경남이 졌다면 말이다. 가장 앞서있던 인천 김봉길 감독은 "경기 결과에 따라 전략이 달라질 수 있다"며 은근한 기대감을 보였었다. 결과란 대구와 경남의 패배를 뜻한다. 그랬다면 인천이 좀 더 수월한 레이스를 펼칠 수 있었다. 그럴 여지가 없어졌다. 인천이나 성남, 모두 무조건 이겨야 한다.

스필릿시스템이 노리던 판세다. 싸움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더 볼만해 진 건 인천과 성남의 파트너도 여유가 없다는 사실이다. 전북은 서울과 선두다툼에 정신이 없다. 제주도 한발만 잘못 디디면 그룹B로 떨어질 수 있다. 22일 현재 전북(승점 58)은 서울(승점 61)에 뒤진 2위다. 제주는 7위다. 대구에 승점 3이 앞서있다. 사정권에 들어있다. 다들 마찬가지로 갈 길이 바쁘다.

스플릿시스템은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실시하고 있는 제도다. 강등제를 위해 도입됐다. '노림수'는 리그 중후반에 김빠진 경기를 없애자는 것이다.

프로축구연맹의 과감한 승부수다. 안기헌 사무총장은 "30년 동안 이어져온 판은 뒤없는 제도인 만큼 시행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강등에 대한 부담으로 구단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성적표는 합격점이다. 긴장감을 제대로 주고 있다.

물론 부작용도 있다. 팀당 44경기나 치러야 하는 고충이 따른다. 30라운드까지 치르고는 14라운드를 더 견뎌야 한다. 총 44경기다. 14라운드는 그룹A,B로 나뉘어진 뒤 그 안에서 펼쳐지는 경기다. 앞서 언급한대로 그룹A는 우승을, 그룹B는 강등권 탈출을 위해 싸운다. 어찌됐든 팬들은 끝까지 박빙의 승부를 지켜볼 수 있는 재미가 있다.

이제 중간 종착역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과연 '최후'의 승자가 아닌 '중간'의 승자는 누가될까. 한경기 한경기가 모두 결승전이다.
신보순 기자 bssh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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