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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은 평소 스페인 축구에 대한 동경을 숨기지 않았다. 선이 굵은 축구 보다 아기자기한 축구를 선호했다. 스코틀랜드 이적 후 몸싸움과 롱패스 능력에 주목을 받았지만, 런던올림픽에서 보여준 기성용의 플레이는 짧은 패스를 바탕으로 팀 전체의 볼점유율을 높이는 스페인 축구와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스완지시티행은 기성용의 높은 성공 가능성을 점치게 한다.
로저스 감독은 떠났지만, 스완지시티는 스페인 축구에서 잔뼈가 굵은 미카엘 라우드럽 감독을 임명하며 같은 스타일을 고수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라우드럽은 덴마크가 낳은 최고의 선수였다. 그는 이탈리아의 라치오, 유벤투스,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 등 명문클럽에서 최고의 재능을 펼쳤다. 베켄바우어는 그를 두고 "1970년대 크루이프, 1980년대 마라도나가 있다면, 1990년대에는 단연 라우드럽이 최고다"고 했을 정도다.
북유럽 선수 답지 않은 섬세한 스타일은 스페인 무대와 잘 어울렸다. 2002년 감독으로 변신한 그는 2007~2008시즌 하위권팀이던 헤타페를 이끌고 코파델레이(스페인 국왕컵) 준우승을 달성했다. 당시 헤타페의 화려한 공격축구는 전문가들의 찬사를 받았다. 다음해 러시아에서 실패를 경험한 라우드럽 감독은 2010~2011시즌 스페인 마요르카 지위봉을 잡고 팀을 8위로 이끌며 다시 한번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주전 가능성도 높다. 스캇 싱클레어, 네이선 다이어 등 풍부한 측면 자원에 비해 수준급 중앙 미드필더가 없다. 개막전에서 선발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 레온 브리튼은 기성용에 비해 기술이 떨어지는 선수다. 여기에 팀 역사상 최고 이적료를 지불한 선수이니만큼 적응까지 충분한 기회를 줄 것이다. 스완지시티행은 여러모로 현명한 선택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