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싱게임' 스완지시티, 딱 기성용 스타일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2-08-21 16:42 | 최종수정 2012-08-21 18:12


사진제공=SBS

기성용은 평소 스페인 축구에 대한 동경을 숨기지 않았다. 선이 굵은 축구 보다 아기자기한 축구를 선호했다. 스코틀랜드 이적 후 몸싸움과 롱패스 능력에 주목을 받았지만, 런던올림픽에서 보여준 기성용의 플레이는 짧은 패스를 바탕으로 팀 전체의 볼점유율을 높이는 스페인 축구와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스완지시티행은 기성용의 높은 성공 가능성을 점치게 한다.

웨일스의 스완지를 연고로 하는 스완지시티는 1912년 스완지타운으로 창단해 1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2만여석의 리버티 스타디움을 홈경기장으로 하는 스완지시티는 10번이나 웨일스컵을 거머쥔 웨일스 최고의 클럽이지만, 세계축구계에서 잘 알려지진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웨일스 클럽으로는 처음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 승격한 스완지시티는 11위(승점 47·12승11무15패)의 호성적을 올리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보다 더욱 주목을 받은 것은 스완지시티의 스타일이었다. 지금은 리버풀로 떠난 브랜든 로저스 감독은 스페인 축구를 전면에 내세웠다. 스완지시티는 강력한 전방 압박과 '티키타카'(스페인어로 탁구공이 왔다갔다 한다는 뜻)로 불리는 짧은 패스를 앞세워 잉글랜드 축구의 새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이렇다할 스타는 없었지만 지난 시즌 볼점유율이 EPL 2위에 달할 정도였다. 축구 전문가들은 이러한 스완지시티의 플레이를 두고 같은 스타일로 세계 최고의 클럽이 된 바르셀로나를 빗대 '스완셀로나(스완지시티+바르셀로나)'라는 애칭을 지어주기도 했다.

로저스 감독은 떠났지만, 스완지시티는 스페인 축구에서 잔뼈가 굵은 미카엘 라우드럽 감독을 임명하며 같은 스타일을 고수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라우드럽은 덴마크가 낳은 최고의 선수였다. 그는 이탈리아의 라치오, 유벤투스,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 등 명문클럽에서 최고의 재능을 펼쳤다. 베켄바우어는 그를 두고 "1970년대 크루이프, 1980년대 마라도나가 있다면, 1990년대에는 단연 라우드럽이 최고다"고 했을 정도다.

북유럽 선수 답지 않은 섬세한 스타일은 스페인 무대와 잘 어울렸다. 2002년 감독으로 변신한 그는 2007~2008시즌 하위권팀이던 헤타페를 이끌고 코파델레이(스페인 국왕컵) 준우승을 달성했다. 당시 헤타페의 화려한 공격축구는 전문가들의 찬사를 받았다. 다음해 러시아에서 실패를 경험한 라우드럽 감독은 2010~2011시즌 스페인 마요르카 지위봉을 잡고 팀을 8위로 이끌며 다시 한번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라우드럽 감독은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스페인식 축구를 위해 팀 개혁을 단행했다. 지난 시즌 스페인에서 뛰며 패싱게임에 능한 미추와 치코 등을 데려왔다. 가장 큰 고민은 중앙 미드필더였다. 지난시즌 패싱게임의 주축이었던 두 중앙 미드필더 조 앨런(리버풀)과 질피 시구르드손(토트넘)이 한꺼번에 팀을 떠났다. 비야레알에서 뛴 조나단 데 구즈만을 영입하며 한 자리를 메운 라우드럽 감독은 남은 한자리를 두고 기성용을 지목했다. 실제로 라우드럽 감독은 구단에 적극적인 영입 의사를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성용은 공격적인 데 구즈만의 뒷공간을 커버할 수 있는 수비력과 동시에 스완지시티의 패싱게임에도 적응할 수 있는 기술을 지녔기 때문이다.

주전 가능성도 높다. 스캇 싱클레어, 네이선 다이어 등 풍부한 측면 자원에 비해 수준급 중앙 미드필더가 없다. 개막전에서 선발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 레온 브리튼은 기성용에 비해 기술이 떨어지는 선수다. 여기에 팀 역사상 최고 이적료를 지불한 선수이니만큼 적응까지 충분한 기회를 줄 것이다. 스완지시티행은 여러모로 현명한 선택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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